살며 사랑하며 기르며
불평등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저자가 미국식 자유자본주의, 중국식 국가자본주의를 비교, 분석하고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경제 체제인 자본주의가 어떤 미래를 맞을 것인지 전망한다.
저자에 따르면 가톨릭이 분화하듯 자본주의도 변형돼 왔다. 미국식 자유자본주의는 불평등을 귀족시대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나 중국식 국가자본주의 체제는 민주주의의 결여와 심각한 부패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성장을 일으켰고 세계적 불평등을 완화했다.
코로나 19의 대유행 같은 위기 국면에서는 미국조차 국가가 조종하는 국가자본주의 쪽으로 기운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미국과 유럽의 최신 자료는 물론 특히 접근하기 어려운 최근의 중국 내부 자료를 활용해 양대 자본주의의 현 상황을 분석한 저자는 국가자본주의에 비판적 시선을 유지하지만, 향후 자본주의 변화 과정에서 하나의 대안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주목한다.
이와 함께 자유자본주의 역시 발전의 가능성이 있음을 논증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정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컨대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조세 정책의 조정, 공립학교의 질 향상, 이주자의 시민권 향상 등은 모두 정치적 영역의 판단이 필요한 사안들이다.
자유자본주의는 대중적 자본주의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지만, 금권주의적 성향을 띠게 된다면 궁극적으로 국가자본주의의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세종. 480쪽. 2만1천원.
▲ 베를린&자동차 = 이경섭 지음.
독일 베를린공대 자동차공학과를 졸업한 이래 30여년간 독일에서 자동차 신기술을 연구하고 가르치면서 기술 개발의 일선에서도 일해온 저자가 자동차를 둘러싼 독일의 역사와 문화를 이야기한다.
'자동차의 나라'라고 해도 좋을 독일의 역사는 자동차와 불가분의 관계로 얽혀있다.
독일 자동차 문화의 상징과도 같은 아우토반의 기원인 아부스는 '자동차 교통 및 연습 도로'의 약칭이다. 1921년 완공된 아부스는 당시 유럽에서 유행하던 자동차 경주 대회에서 독일 메이커들이 보인 부진을 만회하고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건설됐다.
아우토반이라는 이름은 1932년 함부르크에서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스위스 바젤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 건설 계획에서 처음 등장한다. 많은 사람이 아우토반 건설의 주역이 히틀러라고 알고 있지만, 그는 아우토반 건설에 부정적이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자동차는 독일 통일의 주역이기도 했다. 1989년 11월 9일 밤 '동독의 즉각적인 국외여행 자유화'가 발표된 직후 동독의 승용차 '트라반트' 수천 대가 베를린 장벽의 검문소를 통과해 서쪽으로 빠져나감으로써 이 장벽은 무용지물이 됐다.
자동차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독일인들의 '클래식 카'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30년 이상 된 클래식 카를 거래하는 별도의 상설 시장이 여러 곳 있고 벤츠 클래식 센터에는 클래식 카 모델은 물론 그 부품까지 판매한다. 30년 이상 된 차는 존중 차원에서 별도의 번호판도 받는다.
이 밖에 자동차 종주국을 자부하는 독일의 흥미로운 자동차 이야기가 그득하다.
복두출판사. 392쪽. 1만8천원.
▲ = 재키 콜리스 하비 지음, 김미정 옮김.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의 본질과 그 근원을 탐구한다.
어릴 때부터 수많은 동물을 키워온 작가·출판 편집자인 저자는 개인적 경험과 인류의 역사를 교차해 가며 동물과 만나서 헤어지기까지의 여정을 추적한다.
2만 6천 년 전 어두운 동굴 바닥에 발자국을 남긴 한 소년과 개의 이야기를 인류와 동물의 관계 전체로 연장했다가 다시 저자 자신이 어릴 때 사랑했던 반려견 이야기로 연결하는 식이다.
이처럼 다양한 시점을 이어가며 반려동물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친절하고 재미있게 알려준다.
특히 우리가 말이 통하지 않는 동물에게 자꾸 말을 거는 이유, 동물에게 이름을 붙이고 싶어 하는 이유, 귀엽게 생긴 동물에게 더 끌리는 이유처럼 얼핏 당연하게 여기기 쉬운 주제에 관해서도 생각거리를 던진다.
저자는 동물에 대한 우리의 감정이 가끔은 이기심이고 가끔은 심리적 편향이며 가끔은 그저 인류의 오래된 본능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각각의 부분으로만 따지면 사랑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합쳐지면서 논리와 합리를 넘어선 커다란 사랑이 태어난다고 말한다.
을유문화사. 380쪽. 1만8천원.
cwhy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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