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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이재명 지사 대법원 판결

이재명 “얼빠졌다” 했지만…‘지역화폐 역효과론’ 근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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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연 보고서 전문 분석해보니

지역화폐 발행으로 통화량 늘어도

지역 내 부가가치 증가는 미지수

지자체 곳곳 지역화폐 발행보다

정부 온누리상품권이 더 효율적

중앙일보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와 김영진 원내총괄수석부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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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 하나가 정치권을 흔들었다. 지역화폐의 문제점을 지적한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 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다. 이를 두고 지난 1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고 비난하고 “조사와 문책”을 거론했다. 경기도의 싱크탱크인 경기연구원까지 나서 조세연이 부실한 자료를 사용해 과장된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며 이 지사를 거들었다.

17일에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역화폐는 지역 경제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김 대표는 “민주당과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를 15조원으로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권에서는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역화폐에 대해선 긍정적 입장을 밝히면서도, 이 지사를 겨냥해 “심했다”고 핀잔을 주면서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는 상황이다.

이재명 지사는 “얼빠진 게 아니면 답하라”며 조세연을 압박했다. 그러나 조세연 보고서 원문에는 이에 대한 답변이 이미 담겨 있다. 중앙일보가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70쪽 분량의 보고서 전문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행정안전부 산하 한국지방행정연구원과 경기도 산하 경기연구원 등이 수행한 선행 연구의 오류부터 지적한다. 조세연은 전문이 아닌 요약본만 공개했었다.

김태년 “내년 15조원 규모로 확대할 것”

이 지사가 페이스북에 남긴 첫 번째 질문은 “지방행정연구원은 틀렸고, 조세연은 옳다는 근거가 무엇인가”다. 지방행정연구원의 ‘고향사랑 상품권의 경제적 효과 분석 및 제도화 방안’(2017)에선 지역화폐 사용이 지역 내 부가가치 증가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한다. 경기연구원의 연구에서도 청년배당·산모건강지원사업 등 지역화폐 사업이 도소매, 음식·숙박, 교육서비스업 등에서 긍정적 파급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분석했다.

조세연은 이들 연구는 지역화폐와 현금 사이의 대체 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달 평균 100만원을 쓰는 가구가 50만원의 지역화폐를 구입하면 50만원은 지역화폐 가맹점에서 쓰고 나머지 50만원은 기존 현금·신용카드 형태로 지출한다고 보는 게 합당하지, 지출액이 150만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가정하는 것은 다소 무리한 가정”이란 설명이다. 설사 지역화폐 발행으로 해당 지역 통화량이 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결국 인플레이션(물가상승)만을 야기할 뿐 실물경제 부문에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에는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경제학 이론도 고려해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역화폐 발행이 곧바로 지역 내 부가가치 증가로 연결되진 않는다는 의미다.

이 지사는 “조세연은 2018년까지 자료로 연구를 끝냈다”며 “이 연구는 끝난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연구 중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한 답변도 보고서에 나와 있다. 보고서에는 “2019년 이후에는 지역화폐 발행액 증가, 모바일형·카드형으로의 진화 등으로 기존과는 다른 경제적 효과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며 “데이터상의 한계로 2019·2020년 데이터는 분석에 활용할 수가 없었고, 앞으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추가적인 분석을 진행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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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화폐 발행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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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입장은 이 지사의 우군인 경기연구원 보고서에서도 나온다. “지역화폐 관련 가맹점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파급효과를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시·군과 경기도 예산의 매칭 결과에 따라 파급효과 분석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조세연은 이와 별도로 “지역화폐 효과 분석을 최근 정부가 시행한 긴급재난지원금의 효과와 연결해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지역화폐 발행으로 지역 내 대형마트의 매출을 소형마트(동네마트)로 이전하는 효과는 발생한다”면서도 이런 효과는 중앙정부(중소벤처기업부)가 발행하는 온누리상품권 등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보고서는 “온누리상품권은 발행 주체가 (중앙정부로) 일원화해 있어 각 지자체에서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것보다 효율적이고 저렴한 비용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지역화폐에 정부 재정을 지원한다 하더라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지역에 한해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조세연의 주장이다.

지역화폐에 대한 정치권 의견은 대부분 찬성 쪽에 기운다. 지역 민심 달래기, 전통시장 활성화 등의 용도로 쓸 수 있어서다. 그러나 학계에선 지역화폐 남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재정학회는 “지역화폐 발행이 해당 지자체에서 지역화폐가 유통되는 주요 산업들에서 직접적인 고용 효과를 유발하지 못하고 그에 따라 다른 산업에도 파급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학계 “정치논리에 따라 남발해선 안 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의뢰로 지난 3월 작성한 ‘지역화폐가 지역의 고용에 미치는 효과’ 연구보고서를 통해서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지역화폐가 최선의 대안이 아니라는 것은 경제활동을 하는 성인은 다 알 수 있다”며 “주요 대권후보라는 분이 학자들을 탄압하는 발언을 하고, 나만 옳다는 식으로 나서는 것은 오만”이라고 비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역화폐는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정부 재정 지원이 따라야 하는 만큼 신중하게 관리돼야 하는데, 지금처럼 정치 논리에 따라 지나치게 확대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세종=김도년·조현숙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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