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9 (금)

이슈 이재명 지사 대법원 판결

지역화폐 비판한 국책연구원에 이재명 “엄중 문책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세재정연구원이 “지역 화폐가 소비자 후생 손실, 예산 낭비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자료를 내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며 조세연을 비판했다. 지역 화폐의 효과에 대해 강조해왔던 이 지사가 페이스북에서 조세연의 연구 결과에 대해 “엄중 문책해야 한다”며 반박한 것이다.

15일 송경호·이환웅 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조세재정 브리핑에 실린 ‘지역 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자료에서 지역 화폐 발행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 다뤘다.

조선일보

지역화폐에 대한 조세재정연구원 연구 결과. 최근 들어 각 지역의 지역화폐 발행 총액은 늘고 있는 추세다. /조세재정연구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지역화폐에 대한 조세재정연구원 연구 결과. 최근 들어 각 지역의 지역화폐 발행 총액은 늘고 있는 추세다. /조세재정연구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역 화폐는 일종의 보호 무역

우선 보고서는 지역 화폐 도입을 통한 지역 내 소매업 매출 증가는 결국 인접 지역의 소매업 매출 감소를 대가로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결국 지역 화폐가 ‘국가 간 무역 장벽’이나 ‘보호무역조치’와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회 전체의 후생을 고려해야 하는 중앙정부의 관점에서는 소비 지출을 특정지역에 가두는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결국 특정 지자체에서 지역 화폐를 발행하면 인근 지역에서도 발행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모든 지역에서 지역 화폐를 발행하게 되면 사회 전체적으로는 ‘발행비용’ 등의 손실만 떠안게 되는 것이다. 인접 두 지자체 간에 경제 규모가 서로 다르다면 상대적으로 더 큰 도시의 지역 화폐 발행이 인접 소도시 경제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점 등을 들어 “국가 전체적인 후생 수준을 저해하는 지역 화폐 발행을 국고보조금을 통해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 지자체 보조 9000억원 중 2260억원은 ‘순손실’

올해 정부는 9조원의 지역 화폐 발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정부와 지자체가 보조금(발행액의 10%)으로 9000억원 지출하는 셈이다. 보고서는 9000억원 중 460억원 정도가 소비자 후생으로 이전되지 않는 ‘사중손실’로 작용한다고 추정했다. 또한 발행비용(인쇄비·금융 수수료)이 액면가의 2%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1800억원이 여기에 투입되는 것이다. 결국 9000억원 중 2260억원(약 25%)이 ‘경제적 순손실’로 사라지는 것이다. 여기에 현금성 복지 제도의 급여를 지역 화폐로 지급하는 경우 이를 현금과 불법적으로 교환하려는 ‘현금깡’ 시도가 이어지는데, 이를 단속하는데도 비용이 들어간다.

더구나 지역 화폐 사용이 집중되는 업종에서는 물가가 오를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지역 화폐를 쓸 수 있는 동네마트·전통시장 등에서는 대형마트보다 물건이 평균적으로 비싸고 제품의 다양성은 떨어져 소비자 입장에서는 손해를 감수하게 된다.

보고서는 “지역 화폐는 지역 내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가맹점에서만 사용 가능하니 대형상점의 매출이 소상공인에게 이전되는 효과는 있으나 이 역시 유사한 성격·목적으로 운영되는 ‘온누리 상품권’을 통해 달성될 수 있는 목표”라며 “온누리 상품권은 전국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지역 제한으로 인한 소비자 후생 손실 등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정 시점, 특정 지역에 한정해 지역 화폐 발행을 중앙정부가 보조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지역 화폐의 ‘부작용’들을 고려하면 지역 화폐를 통한 간접지원이 아닌 지역 내 사업체에 대한 직접 지원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고도 했다.

조선일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운데)가 지난 9일 경기도청에서 추석 경기를 살리기 위해 20만원 충전으로 25만원 어치를 쓸 수 있는 역대 최고 수준인 25% 인센티브 혜택을 제공하는 한정판 지역화폐(소비지원금)를 지급하는 방안을 발표하는 모습 /경기도청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 “지역 화폐는 최고의 국민 체감 경제정책”

이재명 지사는 조세연의 연구 결과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올린 ‘근거 없이 정부정책 때리는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정치적 고려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방적 주장을 연구 결과라고 발표하며 정부정책을 폄훼하는 정부연구기관이 아까운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현실이 참으로 실망스럽다”고 했다. “정부정책 훼손하는 국책연구기관에 대해 엄중문책이 있어야 마땅하다”고도 했다.

조선일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5일 조세재정연구원의 지역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연구 결과를 비판하며 페이스북에 올린 글 / 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브숙 캡처


이 지사는 “정부가 채택해 추진 중인 중요 정책에 대해 이재명의 정책이라는 이유로 근거 없이 비방하는 것이 과연 국책 연구 기관으로서 온당한 태도인지 묻는다”고 했다.

그는 “지역 화폐는 골목상권을 살리고 국민연대감을 제고하는 최고의 국민 체감 경제정책”이라며 “현금 아닌 지역 화폐로 지급되는 복지지출은 복지혜택에 더해 소상공인 매출 증대와 생산 유발이라는 다중효과를 내고, 거주 지역 내 사용을 강제하여 소비 집중 완화로 지방 경제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재난지원금의 경우 소멸성 지역 화폐로 지급돼 효과가 배가됐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지난 9일 경기도청에서 추석 경기를 살리기 위해 역대 최고 수준인 25% 인센티브 혜택(20만원 충전하면 25만원 사용 가능)을 제공하는 한정판 지역 화폐(소비지원금)를 지급하는 방안을 발표했는데, 지역 화폐에 대한 국책연구기관의 부정적인 연구 결과가 불편한 감정을 내비친 것이다.

[홍준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