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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배포 범죄에 대한 형량이 대폭 높아진다. 상습 제작범에게는 징역 29년3월까지, 최소 징역 10년6월 이상의 형을 선고하도록 기준이 정해진다. 영리 목적으로 성착취물을 판매·배포한 사범에게는 각각 징역 27년과 징역 18년까지 선고할 수 있게 양형 기준이 바뀐다. 변경된 양형 기준은 '박사방'을 운영하며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배포한 혐의로 기소된 조주빈 씨 등에 대한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영란)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양형위는 향후 의견 조회와 공청회, 행정예고 등을 거쳐 오는 12월 양형 기준을 최종 의결할 계획이다.
양형위는 "스마트폰 등 디지털 매체 사용이 일반화하며 범죄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음을 고려해 양형 기준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디지털 기기 또는 온라인 공간이라는 특성상 범행 방법이 매우 다양하고 피해가 빠르게 확산돼 피해 회복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먼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한 경우 기본 양형 기준이 징역 5년에서 9년으로 정해졌다. 가중 사유가 있으면 징역 7년에서 13년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특별가중 사유가 있으면 징역 7년에서 19년6월, 상습범에게는 징역 10년6월에서 29년3월까지 선고하도록 기준이 정해졌다. 영리 목적으로 판매하면 기본은 징역 4년에서 8년, 다수 범행했다면 징역 6년에서 27년으로 각각 결정됐다. 이는 아동·청소년 성폭행 등 범죄보다 높은 양형 기준이다. 13세 이상 청소년 강간 범죄는 기본 징역 5년에서 8년, 가중 사유가 있으면 징역 6년에서 9년을 선고하도록 양형 기준이 제시돼 있다.
양형에 고려되는 양형인자도 변경됐다. 양형위는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해 양형에 고려해야 하는 특별가중인자를 8개, 감형에 참작할 특별감경인자를 5개 제시했다. 특히 성착취물 제작·배포 사범이 특별감경인자로 유포된 성착취물을 비용·노력을 들여 회수하도록 해 피해자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하도록 했다. 또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처벌불원'은 특별감경인자가 아닌 일반감경인자로 낮춰 감형에 반영되는 정도를 줄였다.
'박사방 성착취' 혐의로 기소된 조씨 등에게는 원칙적으로 바뀐 양형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양형위 운영규정 제20조는 양형 기준의 효력이 발생한 이후 공소 제기된 범죄에 대해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항소심에서도 변경된 양형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다만 대법원은 2009년 12월 양형 기준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공소 제기된 사건의 형을 정할 때 양형 기준을 참고 자료로 삼아도 위법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조씨 등의 형을 정할 때도 이번에 정해진 양형 기준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딥페이크 기술 활용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도 마련됐다. 딥페이크는 특정 인물의 얼굴을 동영상에 합성하는 기술로, 관계없는 인물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해 배포하는 사례가 늘어나며 논란이 됐다. 양형위는 성폭력처벌법상 허위영상물 반포 등 범죄에 대해 편집·배포는 기본 징역 6월에서 1년6월을 선고하도록 하고 상습범에게는 최대 징역 5년7월로 기준을 정했다. 영리 목적으로 상습 배포했다면 최대 9년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적용되는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의 양형 기준도 변경됐다. 양형위는 촬영의 경우 상습범에게는 최대 징역 6년9월을 선고하도록 했다. 촬영물을 배포했다면 징역 9년까지, 영리 목적으로 배포했다면 징역 18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양형 기준은 각 범죄 형량에 대한 대법원의 지침이다. 범죄에 대한 형량을 법에 규정한 법정형과 달라 강제성은 없다. 다만 대부분 판사들이 양형 기준을 따르고, 기준에서 벗어나는 형을 선고할 때는 판결 이유를 적고 있다.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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