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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日 스가 시대 新전략…박지원-니카이 20년 라인 복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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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기조 유지돼도 사람 바뀌면 디테일 변해,

스가는 아베와 달리 실리형, 틈새 파고 들어야"

중앙일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14일 도쿄 한 호텔에서 열린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경쟁 후보들을 압도적인 표 차로 제치고 총재에 당선된 뒤 손을 흔들어 환호에 답하고 있다. 그는 16일 소집되는 임시 국회에서 정식으로 제99대 총리로 선출돼 스가 요시히데 내각을 공식 발족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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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차기 일본 총리로 사실상 확정되면서 스가 시대 일본에 맞춰 새로운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아베 총리가 일본 최고 명문가 집안에서 태어나 이념적 색채가 강하고 한국에 대한 개인적 반감이 심했다면, 스가 장관은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실리적이고 현실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틈새를 적극적으로 파고들어 악화일로인 한·일관계의 변곡점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핵심이다.



연말 한·중·일 정상회담, 최적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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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한·중·일 정상회담을 마친 리커창 중국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쓰촨성 청두 세기성 국제회의센터에서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리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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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외교 소식통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스가 장관이 "아베 정부를 계승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힌 만큼 한·일관계의 큰 돌파구를 당장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총리 교체를 계기로 한·일 양국이 당분간 긴장을 줄이고 해빙 무드로 가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상당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스가 장관은 자민당 내에서 세력이 크지 않고, 아베 총리의 지명으로 단숨에 총리직을 받은 격이기 때문에 향후 자신의 실적과 성과를 내려는 정치적 계산이 강할 것"이라며 "그런 점들을 파고들어 한국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하반기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담이 한·일관계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내년에 도쿄올림픽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일본 입장에서도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켜 좋을 것이 없는 시점"이라며 "11월 3일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온 뒤 한동안 대미 관계에 집중하겠지만, 그 이후 열릴 것으로 보이는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모멘텀을 만들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지원-니카이 라인' 기대 커…이낙연도 주목



사실 한·일관계 악화의 근본 원인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판결이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청와대와 일본 총리실의 '하우스 투 하우스(House to house)' 직접 교섭이 긴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으로 우리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의 국장급 대화가 이어져 왔지만, 어떤 결정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지난 7월부터는 이마저도 개점휴업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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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맨 오른쪽) 국정원장(당시 대안정치연대 소속 의원)이 지난 2019년 8월 19일 방일 당시 오사카에서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왼쪽 두번째)과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박지원 원장 페이스북=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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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유임이 확정된 일본 자민당의 2인자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과 박지원 국정원장의 네트워크에 거는 기대가 큰 상황이다. 이들은 1999년 한·일 장관회의에서 첫 인연을 맺은 뒤 20년 넘게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또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취임 직후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일본 국가안보국장과 첫 통화를 한 뒤 계속해서 접촉을 이어오면서 단절 수준에 있었던 한·일 NSC 간의 소통도 복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도쿄 특파원 출신으로 스가 장관 측근들과 인연이 닿아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양 교수는 특히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해법에 대해 한·일 간 많은 의견교환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너무 서두르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스가는 실리주의자인 만큼 만남의 결과가 확실하지 않다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며 "연말까지 대화 분위기를 무르익게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물밑접촉을 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모테기 유임은 한국엔 '악수', 미국 중재는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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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5일(현지시간) 뮌헨안보회의 참석을 계기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 모테기 도시미쓰(茂木 敏充) 일본 외무상이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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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요인도 존재한다. 일본 언론들은 "스가 장관은 외교·안보 경험이 거의 없는 '외교 초보’이기 때문에 대한 강경책을 주도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을 유임하면서 외교 문제의 상당 부분을 일임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중재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오는 11월 미국의 대선이 끝나면, 누가 당선되든 미국이 역내 안정과 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일 동맹을 강조하고 나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워싱턴에서 진행된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의 한미 외교차관 회담에서도 비건 부장관은 "일본과 협력해 달라"며 한·미·일 밀착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도 스가 내각이 '아베 2기'가 될 수 있어 섣부른 관계 개선을 전망하기는 어렵다고 우려하면서도, 사람이 바뀌면 디테일에선 변화가 있을 것으로 조심스러운 기대를 내비치고 있다.

이유정·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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