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인수 불발된 HDC현산 법적 대응 의지 재확인... "소송 전 명분 쌓나"(종합)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 이후 계약금 2500억원을 두고 벌어질 법적 공방에 앞서 HDC현대산업개발이 명분 쌓기에 나섰다. 계약 해지를 통보한 금호산업과 채권단인 산업은행의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하며 지난 11일 밝힌 법적 대응 의지를 재확인한 모양새다.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은 15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은 금호산업 측의 선행조건 미충족에 따른 것"이라며 법적 대응 의지를 피력했다.

연합뉴스 제공

금호산업과 산업은행은 지난 11일 HDC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이 최종적으로 무산됐다고 선언했다. 현산은 15일 배포한 입장문에서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11일 일방적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 해제를 통지해 온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의 주장과 달리, 본건 계약의 거래종결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매도인 측의 선행조건 미충족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및 금호산업의 계약해제 및 계약금에 대한 질권 해지에 필요한 절차 이행통지를 법적 검토한 뒤 관련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현산의 이번 입장문을 놓고 2500억원의 계약금 반환을 위한 법적 대응에 앞서 계약 해지의 책임이 금호산업과 채권단에 있다는 점을 설명하는 ‘명분 쌓기’ 성격으로 본다.

법정공방의 핵심은 매각 불발의 귀책 사유가 금호산업에 있는지, 현산에 있는지다. 금호산업에 있다면 금호산업은 계약금을 현산에 돌려줘야 하지만, 현산에게 책임이 있다면 계약금은 돌려받을 수 없다.

현산은 계약 의무 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마무리 지으려면 기업을 들여다보는 실사작업이 더 필요한데 금호산업이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고 있다.

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의 성공적 인수를 위해 HDC현대산업개발은 인수자금을 마련하고 국내외 기업결합 승인절차를 진행하는 동시에 인수 이후의 성공전략을 수립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해 성실히 계약상 의무를 이행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인수 계약의 근간이 되는 아시아나항공의 기준 재무제표와 2019년 결산 재무제표 사이에는 본 계약을 더이상 진행할 수 없는 차원의 중대한 변동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현산은 "재실사는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의 거래종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절차였고,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 부적정과 2019년 재무제표에 대한 의구심은 해소돼야 할 계약의 선행조건이고, 인수과정 중 아시아나항공의 대규모 차입, CB 발행 및 부실계열사 지원 등의 행위가 계약상 필수요건인 인수인의 동의를 얻지 않은 채 진행되면서 재실사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고 했다.

이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금호아시아나에 계열사 간 부당지원 행위에 대해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총수, 경영진 및 법인을 검찰에 고발 조치하는 등 법률 리스크까지 현실화됨에 따라 만약 그대로 거래를 종결한다면 관련 임직원들의 배임 이슈는 물론 HDC그룹의 생존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었기에 재실사 요구는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아시아나 인수를 놓고 산업은행과의 논의 과정에서 현산의 입장이 호도됐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요약하자면 ‘지난 8월 26일 산업은행과의 협의 이후 현산이 산은에 재실사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재실사 기간 12주를 고수하지 않았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은은 아무런 답변 없이 언론을 통해 인수 무산을 공식화했고, 매도인인 금호산업이 이달 11일 일방적으로 본 계약의 해제를 통보했다’는 게 현산의 주장이다.

반면 금호산업과 산업은행 등은 현산의 재실사 실시 요구에 앞서 기업 사정을 알 수 있는 충분한 자료를 제공했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인 산업은행의 생각도 비슷하다. 지난달 3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온라인 브리핑에서 "모든 계약 무산의 법적 책임은 현산에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동안 현산 측 주장은 상당 부분 근거가 없었고 악의적으로 왜곡된 측면도 있었다"고 했다.

현산은 "아시아나항공 M&A와 관련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선비즈DB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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