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격노』 내용 놓고 공방
“북 정권교체 대비한 작계 5027
핵무기 80기 사용도 포함 가능”
“난 당신을 제거하고 싶지 않다”
트럼프, 김정은과 첫 만남 때 말해
지난해 12월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밥 우드워드 워싱턴 포스트 부편집장(오른쪽)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통령 책상 위에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회동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군사분계선에서 만나고 있는 사진이 올려져 있다. [사진 백악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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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처음 만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당신을 제거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격노(Rag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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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출간을 앞두고 중앙일보가 입수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장의 신간 『격노(Rage)』에 따르면 트럼프는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과의 일대일 회담에서 미국과 합의해 핵무기를 포기한 뒤 결국 축출된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1942~2011)를 암시하며 “나는 당신을 제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우드워드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준비 과정 중 트럼프가 카다피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무산될 뻔했다. 트럼프는 정상회담 논의가 한창이던 2018년 5월 17일 공개석상에서 “(북한이) 우리와 협상을 하지 않으면, (카다피 같은) 그 일이 일어날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와 거래를 하면 김정은은 아주 행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최선희 당시 북한 외무성 부상은 “우리가 회담장에서 만날지 핵 대결에서 마주칠지는 미국의 결정과 행동에 달려있다”고 경고했다.
『격노(Rage)』에는 2018년 김 위원장이 방북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내정자)에게 전쟁 준비가 돼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고 트럼프도 김 위원장으로부터 그런 말을 들었다는 내용도 나온다. 책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해 12월 13일 우드워드에게 김 위원장은 미국과의 전쟁을 예상했다면서 “그는 완전히 준비돼 있었다”고 말했다. 우드워드가 “그가 그것을 말했는가”라고 묻자 트럼프는 “예스”라면서 “그가 그랬다”고 했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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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워드는 김 위원장이 북한을 처음 방문한 폼페이오에게도 전쟁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기술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폼페이오에게 “우리는 (전쟁에) 매우 가까웠다(We were very close)”고 말했다.
폼페이오는 이 자리에서 “한국은 당신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우리에게 말했다. 그게 사실인가”라고 물었다. 김 위원장은 “그렇다. 나는 아버지다. 나는 내 아이들이 남은 인생을 핵무기를 짊어지고 가기를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고 우드워드는 적었다.
책에는 북한이 2017년 7월 4일 첫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에 이어 ICBM 화성-15형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하자, 미 전략사령부가 북한을 상대로 핵무기 80기 사용까지 포함된 작전계획 5027을 검토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우드워드는 “매티스(당시 국방장관)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선제 타격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 같은 전쟁계획은 선반 위에 있었다”며 “(네브래스카) 오마하의 전략사령부는 북한 정권 교체를 위한 작전계획 5027을 면밀히 검토하고 연구했으며, 미국의 공격 대응책은 핵무기 80개의 사용을 포함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4일 “핵무기 사용은 우리 작전계획에 없고, 한반도 내 무력 사용은 우리나라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군 소식통은 “작전계획 5027은 수천 개 표적에 대한 정밀 타격을 포함한 재래식 전력을 활용한 남침 격퇴 계획이지, 그 안에 핵무기 사용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며 “『격노』에서 묘사한 건 5027에 미 전략사령부의 독자 핵 사용 계획이 혼재된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정효식·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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