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웹툰의 여성혐오 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웹툰 ‘헬퍼2: 킬베로스’에서 미성년자 성적 대상화, 적나라한 성폭력·불법 성 착취 묘사 등 심각한 수준의 여성혐오 표현이 약 4년9개월 연재 기간 동안 수차례 반복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네이버 웹툰 측은 “너무 심각한 수준의 선정성·폭력성이 문제가 되는 부분은 작가님께 수정 의견을 드리고 있다”면서 “다만 수정 의견이 자칫 ‘검열’로 느껴질 수 있어서 소통 과정에서 조심하는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11일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되고 있는 삭 작가의 ‘헬퍼2: 킬베로스’에 대한 문제 제기가 빗발쳤다. 트위터에서는 같은 날 오후 3시까지 ‘#웹툰내_여성혐오를_멈춰달라’는 트윗이 3만5000건 이상 게시되며 해당 웹툰을 규탄하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졌다. 해당 웹툰에서 노골적인 여성혐오적 작화와 서사가 꾸준히 반복됐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18세 이상만 이용할 수 있는 등급 제한이 있지만 성인 독자가 보기에도 그 선정성과 유해성이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네이버 웹툰 ‘헬퍼2: 킬베로스’의 한 장면. 네이버 웹툰 캡처. 그래픽 | 이아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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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웹툰의 독자들이 모인 온라인 공간인 디시인사이드 ‘헬퍼 마이너 갤러리’의 한 이용자는 지난 10일 “지나친 혐오적 표현과 선정성, 여성에 대한 착취가 빈번히 소재로 채택되는 웹툰에 대한 공론화의 필요성을 느낀다”며 ‘헬퍼2: 킬베로스’의 문제점을 정리한 글을 올렸다.
이 이용자는 ‘헬퍼2: 킬베로스’에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비하와 폭력, 미성년 여성 대상 성적 대상화와 성폭력 묘사, 노인 여성에 대한 잔인한 고문 등 여성에 대한 대상화와 폭력을 선정적으로 묘사한 장면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불법 성착취 동영상을 자극 유발용 소재로 활용한 점, 여성 연예인을 연상케하는 작중 인물에 대한 폭력 묘사도 문제시됐다. 누리꾼들이 꼭 집어 비판한 분량만 현재까지 연재된 전체 247회 중 24회분에 달한다.
지난해 1월 공개된 네이버 웹툰 ‘헬퍼2: 킬베로스’ 158화의 한 장면. 미성년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네이버 웹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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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 책임을 맡고 있는 네이버 웹툰은 콘텐츠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소수자 혐오 문제를 꾸준히 방관해왔다. 네이버 웹툰 관계자는 이날 기자에게 “현재 해당 작품이 18세 이상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다 보니 액션 연출 등의 수위에서 타 작품 대비 조금 더 수위가 높은 편이긴 하지만, 그렇다 해도 너무 심각한 수준의 선정성·폭력성이 문제가 되는 부분은 작가님께 수정 의견을 드리고 있다”며 “다만 수정 의견이 자칫 ‘검열’로 느껴질 수 있어서 커뮤니케이션에는 계속 조심하는 부분이 있다. 혐오 표현에 대한 사회적 민감도가 높아지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더욱 섬세하게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 중인 기안84 작가의 ‘복학왕’ 역시 여성과 장애인·이주노동자 혐오표현으로 수차례 논란을 빚었고, 지난달 만화계성폭력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이 ‘복학왕’ 연재 중단과 소수자 혐오적 작품에 대한 패널티 부과 및 검수 조항 신설을 요구했지만 당시에도 네이버 웹툰은 “개선하겠다” 이상의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2019년 1월 공개된 네이버 웹툰 ‘헬퍼2: 킬베로스’ 159화의 한 장면. 미성년 여성에 대한 성폭력 묘사, 불법 성 착취물에 대한 오락적 소비, 실제 연예인을 연상시키는 인물에 대한 묘사로 뭇매를 맞았다. 네이버 웹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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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의 혐오 표현 문제가 반복되는 것은 사실상 규제책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2012년 협약을 맺은 한국만화가협회 웹툰자율규제위원회에 10개사 플랫폼에서 연재되는 웹툰의 규제를 맡겨왔다. 방심위 관계자는 11일 통화에서 “방심위로 웹툰 관련 민원이 들어오면 선별 후 웹툰자율규제위원회로 보낸다. 위원회에서 이를 검토해 청소년 접근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업무 협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위원회에는 창작물을 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한국만화가협회 관계자는 “지난달 ‘복학왕’ 관련 방심위에 접수된 17건의 민원을 웹툰자율규제위원회에서 검토해 플랫폼(네이버 웹툰)에 혐오 표현에 대한 주의를 요청했다”면서 “해당 플랫폼으로부터 모니터링과 담당자 교육을 강화할 것이며 그 외 필요한 조치를 찾아서 해나가겠다는 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웹툰의 혐오 표현 문제가 확인돼도 플랫폼 측에 의견을 전달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는 의미다.
개선 조치를 시행하는 것은 오로지 플랫폼의 자율에 달려있다. 네이버 웹툰 관계자는 ‘복학왕’ 관련 조치에 대한 질문에 “강화된 가이드라인과 모니터링 기준 적용, 교육을 위한 준비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 콘텐츠 플랫폼으로서 고려해야 할 다양한 측면을 감안하여 준비 중이며 조만간 공개 예정”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만화가협회 관계자 역시 “웹툰의 차별이나 혐오 표현에 대해 창작자와 독자가 합의하는 가이드라인을 찾을 수 있도록 연구를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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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기자 kimg@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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