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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틱톡의 새 주인 찾기

틱톡 잡은 오라클에 "엔진 빠진 자동차 산다" 얘기 나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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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 기술파트너 계약 추진

트럼프는 '일괄 매각'

중국은 '기술 매각 없다'

미국 IT 기업 오라클이 글로벌 Z세대의 SNS '틱톡'의 미국 사업을 인수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오라클이 틱톡 미국 사업권을 완전히 가져올지는 미정이다. 오라클이 미국 틱톡 사용자의 데이터를 관리만 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은 13일(현지시간) 틱톡의 모기업인 중국 바이트댄스가 오라클 컨소시엄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인수 후보였던 마이크로소프트·월마트 컨소시엄은 "바이트댄스가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6일 "바이트댄스가 미국 내 자산을 매각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려 틱톡 인수전에 불을 당겼다. 중국 기업이 운영하는 틱톡이 중국 정부에 미국 사용자 정보를 넘긴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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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인수전 타임라인.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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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 창업자, 親트럼프 인맥의 힘?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서비스를 해본 적이 없는 오라클이 틱톡US를 쥐게 된 배경에는 래리 앨리슨 오라클 창업자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앨리슨은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 재선 모금 행사를 개최하는 등 실리콘밸리 내에서 가장 열성적인 친(親) 트럼프 인사로 꼽힌다. 여기에 바이트댄스 투자자이자 이사회 멤버인 벤처투자사 제너럴 애틀랜틱 세쿼이아 캐피탈도 오라클에 힘을 실었다고 한다.

바이트댄스 입장에선 주식교환 등이 포함된 오라클의 제안이 향후 협력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오라클은 틱톡 측에 100억 달러 규모의 오라클 주식 등 총 200억 달러(23조 7000억원) 규모의 입찰금을 제시했다. 미 테크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MS가 미국 등 특정 지역 사업권 일괄 판매를 원한 것과 달리 오라클은 데이터관리와 클라우드 등 일부 서비스만 맡는 역할도 수용하겠단 입장이었다.

클라우드 시장에서 아마존·구글·MS와 경쟁 중인 오라클로서는 틱톡과 협력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경쟁사에 비해 일반 소비자 대상 소구력이 약한 오라클이 틱톡으로 이 약점을 극복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틱톡의 미국 내 월간 사용자는 최근 1억명까지 급증했다. 오라클이 틱톡 이용자들의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하면 기존 데이터·광고 사업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인수일까 아닐까? 애매한 '기술파트너'



오라클이 MS를 제치긴 했지만, 오라클이 바이트댄스로부터 틱톡US 사업을 완전히 떼올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신뢰할 수 있는 기술 파트너'라는 새로운 형식의 계약이 추진 중이라서다. 이날 블룸버그는 "오라클과의 거래는 매각보다는 기업 구조조정에 더 가깝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도 "매각이 아니라 기술 파트너가 되는 것"이라며 "데이터 관리와 지분 인수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경우 미국 틱톡의 운영 자체는 바이트댄스가 하되, 사용자 데이터를 미국 밖으로 반출하지 않고 오라클이 미국에서 관리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오라클을 '보증인'으로 내세우고, 바이트댄스가 느슨하게 미국 사업권을 유지하는 전략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인수전을 "자동차는 팔아도 엔진은 팔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자동차는 틱톡, 엔진은 콘텐트 추천 알고리즘이다. 팀 커플란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틱톡의 알고리즘과 소비자 기술이 빠진 거래가 추진되는 중"이라며 "MS는 패자가 아니고, 오라클도 승자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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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인수전 타임라인.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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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부 납득시켜야



향후 세부 협상에서 오라클과 틱톡은 미·중 정부의 요구를 만족시켜야 한다. '일괄 매각'을 누차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기술 파트너 수준의 협상안을 놓고 '틱톡은 미국회사'라고 선언하기는 힘들다. 뉴욕타임스 칼럼리스트 앤드류 로스 솔킨은 "오라클 협상안은 클라우드 호스팅 등 기술 파트너에 치우쳐 있어, 미국 내 모든 사업을 팔라던 트럼프 대통령이 인정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오라클은 향후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바이트댄스도 중국 정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28일 틱톡 판매를 겨냥해 인공지능(AI) 기술 등 데이터기술 수출 규제를 발표했다. 중국 관영매체 CGTN은 14일 "바이트댄스는 틱톡의 미국 사업을 MS와 오라클 양측 모두에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대외경제무역대학 최범 교수는 "바이트댄스는 최신 데이터 기술 수출의 대표 사례"라며 "중국 정부의 수출제한에 따라 바이트댄스 측이 신중하게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국내 IT업계 관계자는 "바이트댄스와 오라클은 지분교환 등의 방식으로 한 배를 타려고 한다"며 "오라클이 미국 정부의 우려를 해소하고, 바이트댄스는 중국 정부의 기술수출 제한에 대응하며 협상을 진전시킬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



오라클이 '기술 파트너' 역할에 그친다면 국내 사용자에게 이번 거래가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 미국 사용자 데이터를 관리하는 방식만 바뀐다. 하지만 협상 결과에 따라 틱톡 서비스가 쪼개질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용 틱톡과 중국용 틱톡(도우인), 그외 지역 틱톡(한국 포함) 등 3개로 서비스가 나뉜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전세계 소비자와 소통하는 SNS로서 강점은 떨어진다. 가령,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는 K팝 스타나 틱톡커는 3개의 틱톡 계정을 운영해야할 수 있다.

틱톡을 글로벌 Z세대 대상 광고 채널로 활용하려던 기업들도 당분간 혼란스럽게 됐다. 국내에선 현대자동차가 틱톡을 통해 미국 슈퍼볼 광고를 선공개하고, 방탄소년단(BTS)을 모델로 기용한 캠페인을 선보이는 등 글로벌 광고에 활용해왔다. 광고 업계 관계자는 "틱톡이 6월부터 한국 등 10개국에 광고 플랫폼을 새로 선보이며 대기업에서도 관심을 보였지만, 당분간 광고 계획이 복잡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원엽·하선영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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