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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아베 계승이 나의 사명" 스가, 자민당 총재 당선...모레 日 총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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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재선거, 전체 70% 득표…16일 총리 취임

기시다 89표 2위...이시바는 68표로 3위 그쳐

"코로나 위기 넘어 국민 안심하고 생활하게 하겠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뒤를 잇는 차기 일본 총리로 사실상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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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14일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당선된 후 두 손을 들어올리며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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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장관은 14일 오후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유효투표수 534표 중 약 70%에 해당하는 377표를 얻어 압도적인 표차로 차기 총재에 당선됐다.

이날 선거는 자민당 소속 중·참의원 394명과 자민당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지부연합회 대표 141명 등 총 535명에게 투표권이 부여됐으며, 이 중 1명은 기권했다.

함께 출마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이 89표를 얻어 2위를 차지했고,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은 68표로 3위에 그쳤다.

스가 신임 자민당 총재는 16일 임시국회 표결을 거쳐 제99대 일본 총리에 취임한다. 자민당이 의회의 다수를 점하고 있어 스가 총리 선출이 확실시된다.

이로써 2012년 12월 26일 아베 총리 취임 후 7년 9개월여 만에 일본 총리가 바뀌게 됐다.



스가, "아베 계승이 나의 사명"



스가 장관은 출마 선언 전부터 자민당 7개 파벌 가운데 5개 파벌의 지지를 얻어 국회의원 표 70% 이상을 확보하면서 '대세'로 떠올랐다. 개표 결과 스가 장관은 국회의원 표 288표, 지방 대표 표 89표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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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4일 자민당 총재선거에 참여해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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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장관은 14일 총재 수락 연설에서 "아베 총리가 지병을 이유로 총리직에서 물러났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대라는 국난 상황에서 국정 공백은 있을 수 없다"면서 "이 위기를 넘어 국민 한 명 한 명이 안심하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아베 총리의 대처를 계승해나가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목표로 하는 사회상은 자조(自助)·공조(共助)·공조(公助), 그리고 인연이다. 관공서의 수직(적 관계)과 기득권, 나쁜 전례주의를 타파해 규제 개혁을 추진하겠다. 국민을 위해 일하는 내각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1948년 일본 아키타(秋田)현 딸기 농가에서 장남으로 태어난 스가 장관은 고등학교 졸업 후 도쿄로 상경해 호세이대 법학부를 졸업했다. 이후 중의원 비서로 정계에 발을 들였으며, 요코하마(橫浜) 시의원을 거쳐 1996년 중의원에 당선돼 내리 8선을 했다.

제1차 아베 내각(2006~2007)에서 총무상을, 제2차 아베 내각에서 7년 9개월간 총리의 비서실장격인 내각 관방장관을 지냈다. 지난해 4월 일본의 새로운 연호인 '레이와'를 직접 발표하며 '레이와 오지상(令和おじさん·레이와 아저씨)'이란 애칭을 갖게 됐다.



한·일관계 돌파구 찾기 힘들 듯



아베 총리를 오랜 기간 보좌해 온 스가 장관은 코로나19 대응을 비롯한 내정은 물론 외교 정책에서도 아베 정권의 기조를 그대로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강제징용 판결과 일본의 수출 규제 등으로 악화한 한·일관계 역시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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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당직자들이 14일 총재 선거 투표가 끝난 후 표를 집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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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장관은 최근 일본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일제 강점기 징용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이 한·일 관계의 기본"이라며 "국제법 위반에 철저히 대응해 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 대법원의 징용 판결이 한·일 청구권 협정 위반이라는 아베 총리의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스가 내각 출범을 계기로 한·일 정상간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양국 모두 코로나19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라 빠른 시일 내 성사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단, 한국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가 이르면 11월 말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어 예정대로라면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총리'의 첫 대면이 이뤄질 수도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14일 스가 장관의 자민당 총재 당선에 대해 "(스가 장관이) 주요 현안에 있어 아베 총리와 호흡을 맞춰온 만큼, 큰 틀에서 아베 내각의 정책을 벗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런 가운데도 대화의 문은 열려 있기에 소통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자민당 총재 임기는 3년이지만, 스가 신임 총재의 임기는 아베 총리의 잔여 임기인 내년 9월 말까지다. 1년 후 다시 총재 선거가 예정돼있다. 따라서 스가 장관이 총리직에 오른 직후 중의원 해산과 조기 총선을 통해 기반을 다진 뒤, 내년 총재 선거에서 연임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스가 장관은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그는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중의원 해산 관련 질문을 받고 "코로나19 사태 수습과 경제상황 개선이 국민들이 원하는 최우선 과제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 "(코로나 상황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해 (해산 시기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서울=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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