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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차기 일본 총리' 정해졌지만...진짜 '스가 색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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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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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가 14일 자민당 양원 총회에서 총재로 선출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도쿄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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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을) 그만두고 싶은 적이 몇 번이나 있었다.”

일본 차기 총리로 사실상 확정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4일 오전에도 도쿄 시내 총리관저에서 일본 정부 대변인으로서 정례 기자회견을 했다. 7년9개월 동안 휴일을 빼고 매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총 3213번째 회견이었다. 2012년 말 2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출범한 이래 아베 총리와 정치적 운명을 함께해온 그다. 아베 총리가 ‘최장수 총리’가 되는 동안 그도 ‘최장수 관방장관’ 타이틀을 얻었다.

이날 오전 마지막 회견에서 ‘관방장관을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몇 번이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야당과 시민들 반대가 심했던 ‘안보법제’ 국회 심의 때에는 힘들어서 “잠이 안 왔다”고 했다. 회견을 마치고 국회의 사무실에 들른 그는 다시 기자들을 만났다. “(오늘을) 평상심으로 맞았다”고 했다. 하지만 일본 정국을 봐서나 그 개인에게나, 평범한 날은 아니었다. 이날 오후 자민당은 그를 총재로 선출했다. 장관조차 그만두고 싶었다던 스가 신임 총재는 16일 국회에서 총리로 선출될 예정이다.

아베 총리가 8월 말 물러나겠다고 한 직후부터 스가 총재는 차기 총리로 유력시됐다.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무효표를 빼고 534표 가운데 377표(70.6%)를 얻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은 89표를 득표했다. 최대 패자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이다. 겨우 68표로 세 후보 중 꼴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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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총재가 47세에 처음으로 중의원 의원이 됐을 때 그가 훗날 총리가 될 걸로 본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일본 정부의 입’으로 국민들의 인지도는 높지만, 그는 늘 아베의 분신 혹은 아베의 그림자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보름 새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30년 만에 ‘무파벌, 비세습’ 자민당 총재가 탄생했다고 강조한 보도들이 눈에 띈다. 게다가 스가 총재는 일본 정치권에서 배제돼온 도호쿠 지방 출신이다. 당초 그는 아베 총리의 남은 임기 1년을 이어받아 차기 총선 때까지 자민당의 관리자 역할을 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그런데 총재 선거를 준비하면서 당내 주요 파벌들을 아우르며 압승을 거뒀다.

문제는 과연 ‘스가 색깔’이라는 게 있느냐다. 그 역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왔지만 아베 총리 같은 극우 성향인지는 불확실하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은 무색무취에 가까웠다. 정국은 빠르게 흘러가는데 변화의 ‘방향’이 보이지 않는 것은 그런 스타일 때문이다. 자민당 주요 당직과 새 내각 인선을 놓고 스가 총재는 파벌보다 ‘일하는 내각’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은 자신을 도와준 파벌들에 보답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약식 투표로 뽑힌 총리가 권력을 굳히려면 제 힘으로 집권하는 수밖에 없다. 자민당 지지율은 2주 새 훌쩍 뛰었다. 스가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중의원 해산에 대해 “코로나19 수습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 장악력을 과시한 만큼, 방역이 부담이긴 하지만 조기총선의 정치적 위험은 많이 덜었다. 징검다리 총리를 넘어서기 위해 결국 총선을 앞당길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그의 진짜 면모는 그 후 명실상부한 스가 내각이 출범한 뒤에야 나타날 수도 있다.

구정은 기자 ttalgi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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