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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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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헬퍼' 여성혐오 논란…혐오도 표현의 자유일까 [김가연의 시선 비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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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헬퍼2', 아동 성착취·약물 성폭행 등 여성혐오 묘사 논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민원 2015년 594건 → 2016년 2893건

만화계성폭력대책위 "여성 폭력 '포르노적' 묘사, 범죄 심각성 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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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인 네이버 웹툰 '헬퍼2: 킬베로스' 상세 페이지/사진=네이버 웹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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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최근 기안84의 웹툰 '복학왕'에 이어 삭의 '헬퍼2: 킬베로스'(헬퍼2)가 여성혐오적 묘사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혐오 표현을 둘러싼 논란이 잇따르면서 창작자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비슷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웹툰 플랫폼 측은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플랫폼의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일 유료로 공개된 헬퍼2 247화에서는 여성 노인을 알몸 상태로 구속하고 약물을 주입하는 등 가학적 묘사가 담긴 장면이 그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해당 장면 외에도 앞서 미성년자 성적 대상화, 성폭력 및 불법 성 착취 등 여성혐오적 장면이 다수 포함된 사실이 알려졌다. 특히 해당 웹툰의 일부 캐릭터가 실제 연예인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더욱 확산하고 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창작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폭력 묘사 수위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헬퍼2는 18세 이상 관람가로, 가상의 도시 가나시(市)를 배경으로 하는 격투 만화다. 지난 2016년 1월부터 연재되고 있으며, 14일 남성 인기순·조회순 기준 수요 웹툰 4위에 오르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헬퍼2의 팬카페 성격인 온라인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헬퍼 마이너 갤러리'(갤러리) 측은 11일 성명을 내고 "저희조차도 평소 헬퍼의 여성혐오적이고 저급한 성차별 표현에 진저리가 날 정도"라며 "이런 성차별적인 웹툰이 19금이라고 해서 네이버라는 초대형 플랫폼에서 아무런 규제 없이 버젓이 연재된다는 것은 분명 저희 남성들이 보기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이 지적한 장면은 ▲약물을 이용한 성폭행 및 여성 살해(13화~21화·40화) ▲미성년자 성폭행(94화) ▲불법 촬영 및 유포·집단 성폭행(91화) ▲여성 중학생에 대한 성매매 및 성적 대상화 묘사(102화·158화) 등이다. 갤러리 측은 이밖에도 심각한 정도의 여성혐오적 대사, 장면을 비롯한 부적절한 묘사가 다수 포함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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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헬퍼2: 킬베로스'에서 여성혐오적 묘사라고 지적된 한 장면/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렇다 보니 독자들은 "혐오를 표현의 자유로 포장할 수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성 혐오뿐 아니라 장애인·외국인·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를 향한 멸시와 혐오를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트위터 등 SNS에서는 '#웹툰내_여성혐오를_멈춰달라', '#웹툰_내_혐오표현', '#혐오의_자유', '#종이인형이_사람을_바꾼다' 등 해시태그 운동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웹툰 산업이 국내뿐 아니라 세계시장으로도 발을 넓히고 있는 만큼 성인지감수성·인권감수성을 갖추고, 혐오·비하에 대한 지침을 제시하고 관련 내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이같은 내용을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데다가, 플랫폼 내 자체 검토 시스템도 여전히 미흡한 수준에 그친다는 점이다. 네이버 웹툰 측은 관련 논란 등에 대해 비판 여론을 인지하고는 있으나 작가의 표현에는 관여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2012년 한국만화가협회의 심의기구인 웹툰자율규제위원회와 협약을 맺었다. 방심위가 접수받은 민원은 검토를 거쳐 웹툰자율규제위원회에서 자율규제 조처된다. 2017년 발표된 방심위의 '최근 3년간 웹툰 선정성·폭력성 민원 현황'에 따르면 민원건수는 2015년 594건에서 2016년 2893건으로 급증했다. 이 중 실제 조치가 진행된 건은 39건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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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이어지고 있는 '#웹툰내_여성혐오를_멈춰달라 해시태그 운동/사진=트위터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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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계성폭력대책위(대책위)는 지난 11일 공식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웹툰에서 모든 범죄를 묘사하지 말라는 거냐'는 말씀을 하는 분들이 있지만 만화는 '연출'이라는 것이 크게 작용한다"며 "연출은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으며 여성을 성폭행하고 폭행하는 장면이 '포르노적'으로 묘사되는 건 범죄 자체를 희석시키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선정성의 세분화는 있으나 내용의 폭력성에 대한 가이드는 매우 희미하다"며 "여성들이 요구하는 건 '전부 아동용 만화를 그려라'가 아니다. 왜 여성 캐릭터는 항상 성폭행 대상이 되어야 하며, 현실에서 듣는 성희롱들이 만화 속에서 자연스러운 행위가 되어야 하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앞서 지난달 24일 '만화계 암흑기를 가져오는 건 사회적 약자를 조롱하는 것을 '표현의 자유'라 주장하는 사람들이다'라는 제목의 성명문을 내고 "약자를 혐오하지 말라는 요구는 국가적 탄압인 '검열' 따위가 아니다. '풍자'로 인한 연출과 단순한 '약자 조롱'을 혼동하지 마라"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네이버 고객센터 측은 "헬퍼2의 경우 18세 이상 관람가를 염두하고 연출 진행을 하고 있지만 작품의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만큼 작품 내 직간접 표현에 대해 보다 주의를 기울이고 연출 및 스토리 전개에 있어 부단한 개선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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