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추행 피해자, 비서실 직원에게도 성폭력 당해”

김재련 변호사, 서울시 강력 비판

“4월 총선 직전 사건인데 미온 대처

언론보도 뒤에야 가해자 직위해제

피해자 참아왔던 성추행도 호소”

김재련 변호사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전 비서가 지난 4월 총선 직전에 비서실 직원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밝혔다. [중앙포토]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전 비서 A씨가 지난 4월 총선 직전 서울시 비서실 직원에게도 성폭력을 당했으며 이를 계기로 변호사를 만나 박 전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털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A씨 측은 서울시가 4월 성폭력 사건 때도 소극적으로 대처했다고 비판했다.

피해자 A씨의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온세상 법무법인)는 1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SNS에서 소문이 있었지만 A씨가 지난 4월 서울시 비서실 직원에게도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2차 피해를 우려해 밝히지 않았는데 서울시의 미온적인 대처 등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려 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면서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총선 직전 서울시장 비서실 소속 남자 직원이 동료들과 저녁 식사한 뒤 A씨에게 성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은 6월 초 기소 의견으로 해당 직원을 검찰에 넘겼다. 구속영장도 신청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김 변호사는 “통상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가해자를 즉시 직위 해제하는 것이 당연한 절차인데, 서울시는 오히려 남자 직원을 피해자와 업무 연관성이 있는 부서로 이동시켰다”며 서울시 대처를 지적했다.

실제 서울시가 성폭력 혐의 직원을 직위 해제한 날은 A씨 측의 언론 제보로 보도가 나온 다음 날(4월 24일)이다. 보도가 나온 뒤 박 전 시장도 A씨에게 ‘힘내라’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4월 22일 인사기획관에게 가해자 징계를 거듭 요청했지만, 서울시는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A씨는 4월 성폭력 사건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임순영 당시 서울시 젠더특보가 소개한 정신과 전문의를 만났고 그에게서 김 변호사를 소개받았다. A씨는 정신과 상담 과정에서 자신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4월 사건뿐 아니라 박 전 시장의 성추행에서 비롯됐음을 자각했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는 4년 동안 뼈가 침식됐다고 한다. 문제 삼았다가 안위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4월 또 피해를 입었다. ‘골다공증(박 전 시장 성추행)’ 상태에서 ‘교통사고(4월 성폭력)’를 당한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전했다. 그는 “하나의 사건을 피해자가 감당하기에도 너무 힘든데 두 개 사건이 다 유지되고 있고 한 사건은 피고소인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4월 사건 가해자의 정상적인 삶은 유지되고 피해자의 비정상적인 삶의 기간이 길어지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가해자가 사망해 처벌은 불가능해졌지만, 수사기관은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를 포렌식 해 사건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며 “(그래야) 수많은 여성 근로자들에게 적용될 유의미한 제도적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김 변호사의 인터뷰 기사(디지털)가 나간 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서울시 직원한테 성폭행당하고 박 시장에게 덮어씌운다” “복수심에 시장을 물고 들어가도 충분한 여자”등의 악성 댓글이 달리며 2차 가해가 재연되고 있다.

또 이날 MBC가 신입 취재기자 입사시험을 치르면서 논제를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성추행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를 피해자 또는 피해호소인 중 어떻게 부르는 게 맞다고 보는가(제3의 호칭도 상관없음)’로 내면서 논란이 일었다. 수험생들은 “논제 자체가 2차 가해다” “MBC가 진영논리 매트릭스에 빠져 있다”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MBC 측은 “사안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편광현·이병준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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