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위안부 재판에 나온 국제법 전문가, 일본 '주권면제' 논리 반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제관습법상 주권면제 절대적 권리 아냐…예외 인정돼야"

11월11일 최종 변론…이용수 할머니 증인 출석 예정

연합뉴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형빈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국제법 전문가가 일본 측의 주된 방어논리를 정면 반박했다.

재판부는 오는 11월 마지막 변론기일을 갖고 심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민성철 부장판사)는 9일 고(故) 곽예남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들과 유족 등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다섯번째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국제법 전문가인 백범석 경희대 교수가 증인으로 출석해 일본 측이 내세우는 '국가면제(주권면제)'는 절대적 권리가 아니며 위안부 사건에서는 예외로 다뤄져야 한다고 증언했다.

백 교수는 "심각한 인권침해 피해자의 실효적인 구제를 막고, 다른 구제 수단이 없는 예외적이고 극단적인 상황에서만큼은 최소한 피해자가 자국 법원에서 재판을 통해 구제받을 권리는 보장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인권법 또는 국제인도법의 중대한 위반을 이유로 제소된 경우 항상 주권면제의 예외가 인정돼야 한다는 국제관습법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반드시 주권면제가 인정돼야 한다는 국제관습법이 있는지도 불명확하다"고 설명했다.

국가면제란 한 주권국가나 그 주권국가의 재산이 다른 나라의 재판관할권으로부터 면제된다는 원칙이다. 즉 주권국가는 스스로 원치 않는 한 다른 나라의 법원에서 재판받지 않을 특권을 누린다는 것이다.

피고인 일본은 이 원칙을 내세워 한국 법원이 이번 소송을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원고 측의 대리인단은 국가면제가 불멸의 법리가 아니며 중대한 인권침해 사안에까지 적용될 수는 없다고 맞서왔다.

백 교수는 "19세기 초부터 대다수 국가가 제한적 주권면제론을 적용해 예외를 인정해왔다"며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서 강제노역을 당한 이탈리아인 루이지 페리니가 독일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탈리아 대법원이 배상을 결정한 사례 등을 예로 들었다.

백 교수는 "주권면제는 '권리'가 아닌 '특권'"이라며 "만약 그것이 명백한 부(不)정의를 야기하는 경우에는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즉 주권면제의 인정 여부는 개별 사건의 특징, 상황 및 그에 수반되는 요소들을 충분히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백 교수는 이번 소송에서 일본의 주권면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국제관습법의 발전에 부합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주권면제의 예외와 제한은 외교 협상 회의의 결정 등으로 발전해 왔다기보다는 개별 국가의 입법과 법원 판결을 통해 변화하고 형성됐다"며 "어쩌면 하나의 고립된 국내 법원 판결을 통해서 점차 국제사회의 주류로 발전해 나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사법, 배상, 진실에 대한 권리가 실현되고 피해자의 존엄이 회복되지 않는 한 인권침해는 과거사가 아닌 현재진행형의 사건이 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이용수 할머니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부는 오는 11월 11일 원고와 피고 측의 최종 변론을 듣고 심리를 종결하기로 했다. 이날 재판에는 원고 중 한 명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도 직접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아흔둘의 고령인 이 할머니의 건강을 의식한 듯 "말씀하시는 걸 들을 생각이니 일단 나오시는 건 좋지만 다른 문제가 생기면 안 된다"고 원고 측에 당부했다.

이 소송은 2016년 위안부 생존 피해자들과 이미 세상을 떠난 피해자들의 유족 등 21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1인당 2억원을 배상하라"며 제기했다.

일본 정부가 헤이그 송달 협약을 근거로 우리 법원이 송달한 소장을 여러 차례 반송하면서 3년 만인 작년 11월 첫 변론이 열렸고, 재판이 지연되는 동안 고령인 피해자 일부가 별세했다.

binzz@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