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그는 “내부에서는 ‘추 장관의 대응에 대해 정말 동의하기 어렵다’고 하는 말도 있다. 그렇지만 개인의 의견이 그렇다고 해서 청와대의 공식 입장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국무회의 전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뒤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모습도 보인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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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선 추 장관 아들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줄곧 침묵을 지키고 있다. “수사가 진행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는게 공식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에 “공식 대응을 안 하지만 사안을 매우 엄중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이맘때 ‘조국 사태’ 처럼 이번에도 불공정 프레임이 작동하는 것에 대해 “현재로서는 추 장관이 직접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아직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내에서 추 장관의 거취와 관련된 논의는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이 문 대통령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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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의 부담이 크지만 청와대가 선뜻 추 장관 문제를 정리할 수 없는 이유는 “여기서 또 밀리면 검찰 개혁이 완전히 좌초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란 관측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의 홍익표 의원은 “문 대통령이 추 장관 논란에 대해 거취를 논할 정도의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에서도 현재까지는 조만간 발표될 검찰 수사 결과 등을 지켜보자는 입장이 다수”라고 전했다. 또 다른 여당 중진의원도 “문 대통령은 법무장관의 역할에 대한 확실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며 추 장관 교체 가능성을 낮게 전망했다.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의 뜻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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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을 어떻게 보는지는 저서 『검찰을 생각한다』에 나타나 있다. 그는 책에서 “(법무부 장관에) 인사에 대한 권한이 대폭 강화, 집중되어야 한다. 동시에 가능한 한 임기를 길게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어도 2년, 가능하다면 대통령과 함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라고 했다.
‘검찰 개혁’은 문 대통령의 집권 이유나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의 인사권 행사에 반대했던 과거 노무현 정부 때 검찰의 예를 들며 “정치적 중립 혹은 독립을 표면적 이유로 댔지만, 본질은 개혁에 대한 거부”라며 “검찰은 행정부인 이상 대통령의 철학과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 이는 정치적 중립과 관련이 없다”고 적었다.
추 장관은 취임 이후 윤석열 검찰총장 주변 인사들에 대한 좌천성 인사를 단행하며 국회 때에 이어 행정부 내에서도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이어갔다.
동국대 박명호 교수(정치학)는 “검찰개혁의 시스템을 만들었던 조국 전 장관과 달리 추 장관은 검찰 인사를 실제 실행한 사람”이라며 “현 시점에서 이유와 무관하게 추 장관이 교체될 경우 검찰 인사에 대한 일종의 항복 선언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과거 문 대통령이 인사 시기를 놓쳤던 전례가 적지 않았다”며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여론에 밀린 인사를 하게 될 경우 더욱 큰 정치적 부담이 뒤따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신임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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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장관은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족들을 다 처 내면서 윤 총장을 사실상 식물총장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여권에선 공공연히 윤 총장 사퇴 요구가 나온다. 윤석열 축출 프로젝트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추 장관이 물러난다면 청와대의 ‘검찰 개혁’ 시나리오가 완전히 엉클어질 수 있다는게 여권 핵심부의 판단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 집회는 광화문에서 서울광장을 거처 숭례문, 서울역까지 이어지는 약 2.1㎞ 길이의 10~12차선 도로에서 열렸다.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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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치 전문가들은 대통령 지지율을 변수로 꼽는다. 지난해에도 문 대통령은 여론의 반발을 무릅쓰고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지만 한때 지지율이 30%대로 추락하자 결국 조 전 장관이 사퇴하고 말았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진실공방이 이어질 경우 문 대통령의 지지층의 핵심인 40대·중도층의 이탈 현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며 “현재 예측으로는 문 대통령이 추 장관을 지킬 수 있는 마지노선은 지지율 30% 중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지지율 추이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자체 여론조사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지지율에 아무래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당에서도 이낙연 대표보다 추 장관의 선수가 높다는 점 등 때문에 거취에 대한 공론화가 어렵다. 현재로써는 수사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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