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 5.3% ↓ 40달러 무너져
코로나19 수요부진 우려
감산 재논의 가능성도 거론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국제유가가 하룻새 7% 이상 급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수요 부진 우려가 커진 탓이다. 유가는 3개월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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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7.6%(3.01달러) 내린 36.7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 기준인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11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40달러가 무너졌다. 브렌트유는 이날 5.3% 내린 배럴당 39.78달러를 기록했다. WTI와 브렌트유 모두 6월 중순 이래로 최저를 기록했다.
이날 유가 급락은 코로나19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CNN방송은 미국 노동절 연휴가 끝나면서 미국내 여름 드라이브 시즌도 막을 내렸다고 전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리스타드에너지의 파올라 로드리게스 마시유 선임 원유시장 애널리스트는 "오늘 유가 흐름은 시장에서 향후 원유 수요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미국 내 여름 드라이브 시즌 종료, 아시아 정유소의 가동중단 등이 겹쳤다"고 설명했다.
원유시장에서 이날 유가 하락에 주목하는 것은 감산 합의 이후 회복세를 보였던 유가가 또다시 추세적인 내림세를 보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최근 하락세로 반전된 뒤 낙폭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10월 아시아와 미국의 원유 공급가를 인하한 것 역시 시장에서는 유가를 흔드는 요인이 됐다. 헬리마 크로프트 RBC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아람코의 수출 가격 인하 결정이 수요에 대한 우려를 촉발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장기화 전망 역시 시장을 위축시켰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있더라도, 원유 수요가 회복되는 데는 3년은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미ㆍ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는 점도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원유 수요 회복이 더딘 데 반해 공급은 변화가 없다. 오히려 OPEC+(OPEC 회원국과 비OPEC 간 협의체) 합의에 따라 원유 공급량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수요부진을 감안해 추가적인 생산량 조정이 거론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가가 맥을 못 추다보니 오는 14일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창립 60주년 관심도 떨어지고 있다. 1960년 9월 10~14일 회의를 계기로 창립된 OPEC은 그동안 유가 결정 메커니즘의 핵심 역할을 해왔다. 올해 코로나19 위기에서 OPEC는 러시아 등 비회원국과 손잡고 올해 4월 사상 최대 규모의 감산에 나섰지만, 시장 살리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OPEC는 올해 바그다드에서 열기로 했단 창립 60주년 행사마저 코로나19로 연기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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