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도권 대유행에 따른 대도민 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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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반짝 1위를 한 여세를 몰아 2차 재난지원금으로 국민 1인당 30만원씩 50번, 100번을 줘도 괜찮다고 말해 본전을 못 찾은 것 같다.
국회에선 "이재명이 철없지 않느냐"는 유도성 질문에 홍남기 부총리가 "동의한다"는 식으로 응답해 체면을 구겼다.
이에 이 지사는 발끈해서 반박하고선 정부여당이 '선별 지원'으로 결론 내자 "문(文)정부에 배신감이 불길처럼 퍼지는 게 보인다"고 원망조로 썼다.
이재명이 전 국민에게 다 주자고 고집한 것은 대선후보 1위 전략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재명의 말대로 전 국민에게 30만원씩 주자면 15조원이 필요하고 50번 주면 750조원, 100번 주면 1500조원이 필요하다.
현재 국가부채가 840조원임을 감안하면 그보다 거의 두 배나 많은 1500조원을 주자는 얘기이고 현재부채까지 합치면 2340조원이 될 터인데 그래도 나라가 안 망한다?
그 경우 GDP 대비 부채비율은 120%로 늘어날 것이다.
미국이 코로나19와 싸우느라 3조달러 빚을 써서 올 연말 국가부채가 역사상 최고치(2차 대전 직후)보다 늘어난다고 걱정한 게 GDP 106%다.
기축통화국이나 일본처럼 국채의 98%를 국민이 갖고 있으면 근근이 버텨나가겠지만 한국의 부채비율 120%는 ‘망조'와 동의어일 것이다.
영국의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한국의 부채비율이 46%(현재 43%)로 올라가면 신용등급을 떨어뜨리겠다"고 경고했다. 만약 EU가 한계로 정한 GDP 대비 부채비율이 60%를 넘어가면 한국의 채권은 정크본드 취급을 당할 것이고 한때 PIIGs처럼 '돼지국가'로 몰려 국가부도를 걱정해야 할 것이다.
31일 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
이재명의 30만원씩 100번을 줘도 된다는 주장이 철없는 말 아니냐고 묻는다면 나는 "철없는 말이 맞는다"는 데 걸겠다.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되고자 하려면 우선 국가와 국민, 무엇보다 후손에 대한 투철한 책임감이 첫 번째 요소라 할 것이다.
미국 정치사에도 "유권자를 왕으로 만들어주겠다"며 대통령 후보로 나선 전설적인 포퓰리스트 휴이 롱은 결국 총 맞아 죽었고, 조지 월리스(George Wallace)는 1972년 대선에 출마했다가 총을 맞아 하반신 마비로 평생 휠체어에 의지했다.
홍남기 부총리가 2021년 정부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자료를 보면 내년 예산은 109조원 적자로 편성하겠다고 한다.
올해 코로나와 싸우느라 4차례 추경예산을 편성하면서 벌써 120조원가량 적자를 낸 데 이어 내년에 또 110조원 가까운 적자를 내겠다는 것인데 그 이유는 재정을 퍼부어 경제성장을 이뤄내야겠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에는 평소 '성장'이란 단어는 없으며 '경쟁' '우수성' 같은 말도 금기어로 돼 있다가 숨 넘어갈 사정이 생길 때만 살려달란 식으로 써먹는다.
더욱 놀라운 숫자는 그다음에 나온다. 2022년에도 123조원, 2023년에도 128조2000억원, 2024년 127조5000억원의 적자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랏빚이 올해 말 839조원에서 2024년 1327조원으로 5년 만에 500조원이 늘어나 국가채무비율을 58.3%로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기획재정부가 재정 5개년 계획이랍시고 짜서 국민 앞에 발표한 내용이다.
1948년 광복 후 2016년 박근혜정부가 물러날 때까지 누적된 국가부채는 660조원이었는데 문재인정부는 단번에 1400조원으로 치닫는 시간표를 짠 것이다. 문대통령도 홍남기에게 이 내용을 보고받았을 것이다. 재정적자가 폭발하는 장면이다. 후손들의 어깨에 천문학적인 부채를 올려놓겠다는 후안무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피치(Fitch) 국제신용평가기관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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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정신상태에서 짠 계획표인가? 이 숫자를 놓고 이재명과 홍남기를 비교하면 누가 더 철이 없는가. 막상막하로 보이는데 당신의 판단은 뭔가.
이명박정부는 2009년 연간 30조원의 재정적자를 냈는데 그 이듬해인 2010년에는 바로 10조원 이하로 허리띠를 졸라맸다.
IMF 외환위기를 겪었던 김대중정부는 1998년 24조9000억원, 1999년 20조4000억원의 당시로선 거대한 재정적자를 낸 다음 2000년엔 6조원 적자로 줄였다.
그리고 임기 마지막 해(2002년)엔 5조1000억원 흑자를 냈으나 당시 태풍 루사로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바람에 흑자를 더 못 냈다고 사과했다.
역대 재정담당 장관들에게 물은 즉 "큰 경제위기나 다른 사업 의욕으로 일시 적자를 냈다가도 정권 5년 전체로는 균형을 맞추지 못하면 큰 죄 지은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후손들에게 부채를 넘기는 것은 죽어도 해선 안 되는 끔찍한 죄(罪)로 여겼다는 것이다.
그런 전통은 박근혜정부가 예산을 짜서 바통을 넘긴 2017년과 문재인정부 첫 작품인 2018년까지 이어졌다.
그래서 국가부채는 절대로 40%에 근접하지 못하게 관리했다.
그러던 것이 문정부 3년차인 작년에 54조4000억원의 사상 최대 적자를 내더니 올해는 120조원, 그리고 앞으로 4년간도 125조원 이상씩 계속 내겠다는 것이다.
국가부채비율 40%를 단번에 넘어 4년 후 58%를 넘긴다니 이런 무책임이 어디에 있는가.
더욱 놀라운 것은 2024년 국가부채비율 58.3%를 발표한 그 기재부 관리들이 장기 재정계획에서 2060년 부채비율 60%를 제시한 사실이다.
600%가 아닌 60%라는 것인데 2024년에 58%를 넘은 부채가 36년 동안 1.4%밖에 늘지 않는다고? 소가 웃을 일이다.
미국이나 독일은 과거 국가부채를 85~105%까지 올렸다가도 산업 성장과 인구 증가 등에 힘입어 이를 다시 60%초반으로 역전시킨 전례가 있다.
한국의 인구구조, 성장률, 국민연금과 각종 충당금, 그리고 만약의 경우 남북통일이라도 갑자기 하면 국가부채는 핵폭탄처럼 터져버릴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내년까지는 아직 코로나19를 해결할 확실한 전망이 보이지 않는 만큼 2년간 230조원의 재정관리수지 적자를 낸 것은 뼈아프게 인정한다 치자.
나는 기획재정부 측에 내년까진 재정주도성장=국가부채주도 성장을 한다고 눈감아 준다 쳐도 “2022년부터는 허리띠를 졸라매 다시 균형예산 쪽으로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돌아오는 답은 상투적이었다.
당분간은 재정이 경제성장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엉터리 같은 소득주도를 더 이상 들이밀 수 없으니 재정주도성장을 말하는 것이다.
정말 성장이 급하면 부유세 도입, 이익공유제, 공정위 전속개발권 폐지 같은 경제주체를 얽매는 법 개정을 말아야 그나마 납득이 갈지 모른다.
한국판 뉴딜 정책은 소득주도성장이 홍수에 떠내려간 다음 문정부의 간판으로 대체되는 것 같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판 뉴딜 금융지원 방안'에 대해 브리핑을 마친 뒤 브리핑룸을 나서던 중 패널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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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면 재정주도나 한국판 뉴딜이나 그게 그것이다.
아주 내밀하게 들여다보면 내년 서울시장·부산시장과 국회의원 보궐선거, 그리고 2022년 3월 대통령선서를 겨냥한 선심으로 가득 차 있다.
정부 주도로 일자리 103만개를 만들고 젊은층에 선심을 끌려고 군인들에게도 월급을 올리고 한 달에 10만원씩 용돈으로 선심을 팍팍 쓰는 내용도 내년 예산에 들어 있다.
노인 계층에 기초연금을 주는 대상은 더욱 늘어난다. 올해 국회의원 선거 직전에 1차 재난지원금을 돌연 전 국민에게 주기로 확정하고 14조3000억원을 뿌렸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20년 이상 장기 집권해야 한다고 말하고 떠났다.
내년 코로나19의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면 미국 유럽 일본 등은 다시 긴축으로 돌아서 그동안 펑크를 내놓은 재정적자를 줄이려 할 것이다.
한국도 성장률 목표를 3.6%로 잡아 V자 반등을 대통령 입으로 말했으니 이제 재정적자를 줄여가는 게 후손에 대한 도리다.
홍남기가 내놓은 매년 120조원짜리 적자 플랜은 전례 없는 만용이다.
이런 폐단을 막는 장치가 '재정준칙'이다. 2008년 경제위기로 재정 팽창이 너무 심하니 전 세계 85개 정부가 재정준칙 제도를 도입했다.
국회가 법으로 연간 재정적자 규모를 제한해놓은 것이다.
독일은 신규 부채는 GDP의 0.35%로 억제하게끔 법으로 정했는데 올해 한국의 GDP 대비 재정적자가 6.2%에 달하니 얼마나 큰 규모인지 알 것이다.
EU 회원국들도 3%를 넘지 못하는 룰이 있다.
영국은 공공부채는 전년도 이하로 늘리도록 하고, 스웨덴은 매년 GDP의 1% 이상 흑자를 내라고 못 박아 놓고 있다.
선진국들도 국가부채, 결국 재정적자가 쌓이면 얼마나 무서운지 알기 때문에 이렇게 제한하는 것이다.
한국도 재정준칙을 만들자고 하니까 민주당의 좌파성향 젊은 의원들이 기를 쓰고 막으려 한다.
이제 유권자들의 각성이 정말이지 필요하다.
어느 의원이 미래 세대에 빚더미를 넘기는지, 유권자 자신이 나라에서 공돈을 받아 쓰다 의식이 흐려져 정신적으로 예속되지 않는지 성찰해야 한다
한국판 뉴딜 정책으로 내년도 21조원의 예산을 배정하고, 복지 분야에 200조원,일자리 예산에 30조원을 쓰기로 했다.
이런 부분만 아껴도 50조원은 쉽게 줄여 재정적자 폭도 50조원 수준에서 관리해 2021년에는 20조~30조원으로 축소가 가능할 것이다.
재정을 관장하는 관리들도 때론 자랑스러운 선배 세대들처럼, 미국 트럼프 초기의 틸러슨 국무장관처럼 청와대의 부당한 지시에 노(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홍남기도 재난기금에서 노라고 말하는 듯하다가 용두사미로 끝나 홍두사미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그러니 진인 조은산 같은 평범한 가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상소문을 올리는 봉기의 시대가 됐다.
문 대통령부터 재정적자가 얼마나 무서운지 깨닫고 철없이 막 나가는 정치인, 장관들을 단속해주시라.
[김세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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