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이재명 지사 대법원 판결

"감성팔이""탈당해라" 민주당 게시판에 이재명 성토 쏟아졌다

댓글 1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이재명 경기도지사.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국민 지급은 당심(黨心)도 민심도 아닙니다. 혹세무민 하지 마세요.”

“이재명을 제명해 주세요. 당과 정부에 해당(害黨) 행위를 하고 있네요.”

이재명 경기지사가 6일 새벽 “갑자기 사정이 나빠진 사람은 이번 (맞춤형 긴급) 지원의 대상이 못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 방침을 비판하자,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이 지사 성토 글이다. 이 지사가 ‘생활고에 결혼 반지를 팔고 밤새 울었다’는 한 부부의 사연을 소개하며 “제 눈에서도 눈물이 났다”고 한 데 대해서도, “감성팔이가 참으로 보기 민망하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중앙일보

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이 지사 글에서 특히 문제가 된 건 “분열에 따른 갈등과 혼란, 배제에 의한 소외감,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나아가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이 불길처럼 퍼져가는 것이 제 눈에 뚜렷이 보인다”는 부분이었다. 문 대통령과 당을 정면으로 비판한 듯한 이 지사의 표현에 문 대통령 열성 지지층인 민주당 권리당원들이 “생각 없이 말하는 주둥이가 문제”, “드디어 탈당하냐”와 같은 거친 말을 쏟아냈다.

이에 이 지사를 지지하는 당원들은 “국민 지지율 1위 이재명이 싫으면 너희들이 탈당하라”, “선별지급이 맞는다면 무상급식도 선별 급식으로 바꾸라”고 반박했다. 이재명 지사 주장을 둘러싼 찬반으로 한바탕 소란이 벌어진 상황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주류·비주류 갈등이 2차 긴급재난지원 정책을 두고 다시 불거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주류’ 이재명, 정책으로 홀로서기?



이재명 지사는 민주당 내에서 대표적인 ‘비주류’로 꼽힌다. 현재 민주당 주류 세력과 달리 학생운동 인맥도, 노무현 정부 청와대 이력도 없다.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대표와 달리 현 정부 내 접촉면도 넓지 않다. 이 지사 스스로 “난 당내 조직, 후광, 학연, 지연 이런 거 제로(zero)”라고 말할 정도다. 지난 8·29 전당대회에서도 이 지사가 직·간접적으로 응원했던 후보들은 줄줄이 탈락했다.

중앙일보

이재명 경기도지사(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지난 7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기본소득 연구포럼 창립총회 및 세미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신 이 지사가 정치적 승부수로 던지는 것은 과감한 정책과 이에 대한 대중의 지지다. 특히 2017년 대선 경선과 2018년 경기지사 선거에서 내걸었던 ‘기본소득론’은 후반기 경기도정의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 이 지사와 가까운 민주당의 한 의원은 “현재 논의를 정파적 구도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도 “이 지사 입장에선 현장의 목소리를 중앙에 전달해 정책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1차 지원금 때도 이런 과정을 거쳐 전국민 100% 지급으로 바뀌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 지사가 수차례 정부와 각을 세운 것에 대해 당내에선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 친문계 재선 의원은 “이번 발언은 분명히 선을 넘었다”고 말했고, 민주당의 한 보좌관은 “하나로 똘똘 뭉쳐도 될까 말까 한 시점에 굳이 저러는 건 ‘자기 정치’만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본인은 ‘국민만 보고 간다’는 논리겠지만, 그렇더라도 지도부에 반기를 드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진화했지만…일각에선 ‘2차 논쟁’ 전망



이 지사는 이날 오후 4차 추경 관련 고위 당·정·청 협의회가 열린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저 역시 정부의 일원이자 당의 당원으로서 정부·여당의 최종 결정에 성실히 따를 것”이라며 “국가 지원책이 국민들께 신속하게 파고들 수 있도록 최전선에서 집행을 지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당내 갈등을 의식해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중앙일보

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이 지사는 최근에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무공천을 주장했다가 당 주류의 반발에 거세지자 말을 거둬들인 적이 있다. 일각에선 이 지사가 전략적으로 ‘치고 빠지기’ 전술을 구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 여론전에서 포인트를 올리면서도 세불리를 감안해 친문계와 정면충돌은 자제한다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지사가 머지않아 ‘보편적 재난지원금’ 주장을 다시 꺼낼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맞춤형 지원금’이 지급되는 과정에서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 받는 식의 논란이 일어날 경우, 이 지사가 ‘3차 재난지원금’ 주장을 펼칠 거란 얘기다.

이날 이 지사는 “국민 불안과 갈등, 연대성 훼손 등 1차와 달라진 2차 선별지급의 결과는 정책 결정자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위험할 수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쉬운 길을 말하지만, 저는 무겁고 아픈 현실을 외면하며 낙관적인 미래만을 말할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또한 정부·여당에 대한 저의 충정이자, 관료로서 의무”라며 “저의 충정과 의무를 왜곡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이날 오전 글에 대한 해명인 동시에, 자신의 주장이 정당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경기도청 관계자는 “정부가 결정했기 때문에 당분간 그런 얘기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이번 지원에선 사각지대가 발생할 게 뻔하다. 필요하면 추가적인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지사 측의 또 다른 관계자 역시“3차든 4차든 추가적인 재난지원금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게 이 지사 생각”이라며 추가 논쟁을 예고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