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ㆍ정ㆍ청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2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과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공식 발표했다. 지원 대상에 대해 정세균 국무총리는 “청년, 특고, 실업자 등 고용 취약계층, 소상공인, 자영업자, 저소득층 등 (코로나19) 피해가 크게 발생하는 계층 중심으로 사각지대 없이 맞춤형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6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ㆍ정ㆍ청 협의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정 총리,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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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추경 7조원대…특고·실업자·소상공인 등 지원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4차 추경 규모는 7조원 중반대로 윤곽이 잡혔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4차 추경은 피해 계층에 대한 충분한 지원, 사실상 전액 국채 발행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7조원대 중반 규모로 편성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1차 재난지원금(14조3000억원)보다 액수가 절반으로 줄었지만 역시 수조원대의 대규모다. 전 국민에게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보다 대상 인원은 줄이는 대신 1인 또는 가구당 지급액은 1차 때(가구당 최대 100만원)보다 올리는 방안이 당ㆍ정 내부에서 검토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 등 피해 정도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1 · 2차 재난지원금 비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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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를 고려한다면 피해를 본 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 방향이 맞다”며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인해 전 국민 지급을 통한 대면 소비 촉진이 어려운 만큼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이 생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4차 추경 편성부터 집행까진 ‘속전속결’이 예상된다. 추석(10월 1일) 전 지급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2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함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실직자 등을 대상으로 한 세제ㆍ금융ㆍ통신비ㆍ돌봄 등 맞춤형 추가 패키지 지원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맞춰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은 1차 재난지원금과 공무원 급여 반납 등으로 모은 기부금 36억3000만원을 저소득 장기 실업자에게 생활안정자금으로 지원한다. 오는 16~29일 공단 홈페이지로 신청을 받아 3500명을 선정한 다음 1인당 100만원씩 지급한다.
당ㆍ정ㆍ청이 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원을 '선별지원'으로 확정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시내 쪽방촌의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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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추경에 올해 나랏빚 850조 육박
정부가 한 해 네 차례 추가로 예산을 짜는 건 1961년 이후 59년 만이다. 추경이란 용어가 생긴 이후로 따지면 사실상 최초다. 추경이 법에 명시된 건 62년부터다. 그해 있었던 5차 개헌을 통해 ‘예산 성립 후에 생긴 사유로 인해 예산에 변경을 가할 필요가 있을 때 정부는 추경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할 수 있다’는 법 조항이 처음 생겼다.
그만큼 추경은 헌법에서도 극히 예외로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여파가 한창이던 98년과 99년에도 추경은 각각 두 차례였다. 하지만 이날 당ㆍ정ㆍ청 결정에 따라 초유의 4차 추경이 확정됐다.
이날 고위 당ㆍ정ㆍ청 회의에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번 추경은 특징이 있다”며 “전액을 모두 국채로 충당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빚내서 쓰는 돈으로 매우 현명하게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압박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 1~3차 추경만 반영해도 국가채무는 839조4000억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43.5%에 이른다. 당ㆍ정ㆍ청이 이날 예고한 4차 추경 규모는 7조원대 중반이다. 이 대표 설명처럼 전액을 적자 국채 발행으로 메워야 한다. 남은 예산을 쓰는 게 아니라 국채를 발행해서 빌려와야 한다는 의미다. 고스란히 나랏빚으로 더해지는 금액이다.
4차 추경으로 연말 국가채무는 840조원을 넘어 85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3.9%로 치솟는다. 그러나 이 가정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전년 대비 0.1%로 ‘플러스(+)’를 기록한다는 기획재정부의 낙관적 예측에 기초한다.
4차 추가경정예산에 따른 국가채무 비율 변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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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 비율도 45%로 급등
한국은행은 지난달 27일 올해 경제성장률을 -1.3%로 수정 전망했다. 코로나19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2.2%까지 성장률이 떨어질 수 있다고도 했다. 한은 예상대로라면 4차 추경으로 인해 당장 올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5%선에 근접한다.
2019년 37.2%였던 채무 비율이 1년 만에 7%포인트 안팎 급등하는 진기록이다. 2000년 국가채무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이래 연간 기준 최대 폭 상승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9년 ‘수퍼 추경’이라고 불릴 만큼 대규모 추가 예산을 편성했을 때 올라갔던 부채 비율(3.0%포인트)의 배가 넘는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기재부는 ‘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3차 추경을 기준으로 내년 국가채무 비율이 46.7%로 올라서고, 2022년 5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7조원대 4차 추경,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성장 둔화 등으로 이 전망은 사실상 무용지물 수준이 됐다. 당장 내년 국가채무 비율 50% 돌파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실상 정부의 선택지가 선별 지원밖에 없었다”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재난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 것이 확인됐고, 재정은 한국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고통 비례 원칙에 따라 피해 계층과 취약 계층에 집중해서 꼭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2차 재난지원금을 선별 지원하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굉장히 특수한 상황에 편성해야 할 추경을 지나치게 반복했다는 점이 문제”라며 “내년부터는 현금 보조, 추경은 최소화하고 본예산 중심으로 사회 안전망 구축과 고용보험, 복지정책을 보강하는 식으로 비효율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반복되는 추경과 현금 보조 패턴이 내년에도 이어진다면 국가부채 위기가 설(說)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종=조현숙ㆍ김도년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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