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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벼랑 끝 내몰린 자영업자들…“더이상 버틸 힘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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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커피·음식점주들

“직영 아니라 더 타격…생존 위태”

개인 카페들도 “매출 30% 줄어”

경기도 주점 주인 극단적 선택도“

[경향신문]

거래처 사람 못 만나 실적 악화”
대기업 영업사원도 어려움 토로

수도권에서 강화된 2단계 거리 두기(2.5단계) 방역수칙이 확대 연장되면서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 프랜차이즈·주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연일 떨어지는 매출에 “더 버틸 힘이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개점휴업 상태였던 주점 주인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4일 오후 1시30분쯤 서울 용산 일대 제과점은 점심 후 디저트와 커피를 즐기려는 고객들로 자리가 붐볐다. 한 자리씩 띄어 앉긴 했지만 40여개 좌석은 가득 찼다. 책과 노트북 컴퓨터를 탁자에 올려놓고 작업하는 20~30대도 많았다. 빵집의 이러한 광경은 한동안 볼 수 없게 됐다. 정부가 2.5단계를 13일까지 연장하며 적용 대상을 제과제빵, 아이스크림·빙수점까지 확대했기 때문이다. 이 조치로 인해 이제 수도권의 제과점도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과 마찬가지로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포장·배달 주문만 가능하게 됐다.

커피점 점주들은 2.5단계가 연장되면서 생존이 더 위태로워졌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형 커피·음식점은 지난달 30일부터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매장 내에서는 음식이나 음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날 점심 무렵 50여개 좌석을 갖춘 용산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는 종업원 2명이 텅 빈 가게를 지켰다. 경기 하남시 소재 프랜차이즈 카페 사장인 A씨는 “개인 카페 사장들 잘못도 아니지만 그쪽으로 손님이 몰리는 것을 보면 화가 난다”고 말했다.

개인 카페 사업자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라고 했다. 용산 개인 브런치 카페 사업자 B씨는 “배달이 더 많아지긴 했지만 매출은 2.5단계 이전과 비교해 30% 줄었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50평대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C씨는 “확진자가 나온 스타벅스는 직영이라 기업 차원에서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있겠지만 다른 브랜드의 일반 가맹업자들은 자영업자에 불과해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오후 9시 이후 영업제한 조치가 연장되면서 ‘임시 휴업’을 내건 주점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용산구 소재 돼지고기 전문점 종업원 D씨는 “오후 7시에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9시까지 나가달라고 하면 발길을 돌린다. 홀과 주방 인원을 줄였는데도 상황이 어려운데 2.5단계가 연장된다니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기 안양시에서는 25년간 주점을 운영하던 60대 여성은 경영난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여성이 남긴 유서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 채무에 대한 부담감으로 생활이 어렵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주점은 룸 2칸짜리 소규모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집합금지 행정명령이 내려진 이후 개점휴업 상태였다.

경기도 90평대 PC방 사업자인 E씨는 “월세·부가세·관리비만 월 700만원인데 영업정지가 이어지면서 손해가 크다”고 말했다. PC방과 노래방은 지난달 19일부터 영업이 금지된 상태다.

인천시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F씨는 “거리 두기 2.5단계 이후 공무원들이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먹고, 퇴근 후에는 곧바로 귀가해 매출이 8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거리 두기 강화에는 찬성하지만 자영업자들은 문을 닫을 판”이라고 했다. 인천 남동구 문화예술회관 인근 번화가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G씨는 16개 테이블 중 하루에 2개도 채우지 못해 임대료가 3개월 밀렸으며, 직원 4명 중 2명을 그만두게 했다. 그는 “새벽까지 불을 밝혔던 거리가 오후 10시만 되면 식당과 술집에 불이 꺼져 어둠의 거리가 됐다”며 “힘들고 어렵지만 거리 두기를 연장해서라도 코로나19가 종식될 수 있다면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자영업자들만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 영업사원 H씨는 “물건을 팔려면 거래처 사람들을 만나고 식사도 해야 하는데 저녁에 갈 곳이 없어서 자리를 못 만든다. 업무실적이 현저히 떨어졌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 두 명을 둔 맞벌이 40대 여성은 “애들 교육수준이 확실히 떨어졌다. 학원도 못 가고 운동도 못하고 좀 게을러졌다. 종일 돌봄이 길어지는 것이 힘겹다”며 “그래도 이 시국엔 학교든 학원이든 안 보내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윤지원·최인진·박준철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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