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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자영업자, 배달수수료 눈덩이라는데…'방문 포장' 할인 왜 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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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업계 30∼40% 방문 포장 할인 보편화…치킨은 아직

배달앱 안쓰면 주문 감당 못해…포장 고객 응대 인건비 더 들어

뉴스1

서울의 한 음식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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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김현철 기자,문대현 기자,이비슬 기자 = # 미국 주재원 경험이 있는 A과장은 최근 배달수수료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한가지 의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는 "귀국 후 처음에는 배달 올 때까지 40분 넘게 기다리는 게 싫어서 전화로 주문해 놓고 직접 찾으러 간 경우가 많았다"며 "가게 주인 입장에서는 배달 앱에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더 이득일 텐데 할인도 전혀 없고 해서 지금은 배달 시간까지 감안해서 그냥 좀 일찍 주문한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자영업자들이 매출 급감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에는 배달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수료까지 인상돼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특히 배달 급증으로 시간이 오래 소요되면서 음식이 식어버리는 경우도 늘고 있어 고객 항의를 받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선 보편화돼 있는 '방문 포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미 피자의 경우 방문 포장 할인이 보편화돼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방문 포장'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방문 포장을 하게 되면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다고 설명한다.

물론 변화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방문 포장 고객들에게 할인 혜택이나 양을 늘려주는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앞으로 배달수수료가 계속 오르거나 배달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되면 이같은 서비스를 도입하는 곳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 배달비 부담에 자영업자 깊어진 시름


3일 업계에 따르면 한 배달대행업체는 강남권의 경우 지난 1일부터 기본수수료를 1000원 기습 인상해 4500원으로 조정했다.

최근 배달 수수료 인상은 빨라지는 추세다. 코로나19 탓에 배달 주문량이 증가한 데다 대행업체별 라이더(배달원) 수급을 위해 수당을 높이면서 나타난 도미노 현상이다.

자영업자가 소비자에게 받은 배달비는 3000원 안팎이지만 실제 부담 금액은 2배 이상이다. 배달 수수료는 기본요금에 거리에 따라 추가 금액이 붙는 구조다. 여기에 야간 혹은 우천 시 할증이 붙으면 6000∼7000원 넘기기 일쑤다. 3000원을 제외한 금액은 모두 자영업자 부담으로 돌아간다. 코로나19 사태로 실내 영업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배달로 만회하려는 노력이 빛을 보지 못하는 이유다.

한 자영업자는 "늦은 시간 혹은 날씨가 안 좋다고 고객에게 배달비를 더 내라고 할 수는 없다"며 "고객에겐 일정 금액을 받고 나머지 배달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1

자영업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따른 매출 부진에 배달비 인상까지 겹치면서 이중고를 겪으며 직접 배달을 고민하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추가 비용 지출까지 더해진다면 폐업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일 서울의 한 식당가 밀집지역에서 배달원이 음식 배달에 나서고 있다. 2020.9.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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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 앱 수수료보다 인건비 부담 더 커… '방문 포장' 매력 못 느껴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배달의 대안으로 지목받고 있는 '방문 포장'에 대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배달 앱 안쓰면 장사를 할 수가 없어요. 주문 접수부터 배달접수까지 한번에 되는데 안 그러면 전화로 문의오면 메뉴 설명해야 하고 배달 주소 받아 적어야 되고… 직원 1명을 고용해야 하는데 인건비보다는 배달 앱 수수료가 더 저렴하죠"

경남 양산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B씨의 말이다. 현재 배달 앱은 주문 대리자 역할에 그치지 않고 결제와 추후 정산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자영업자는 몇몇 모니터 터치만으로 음식 조리 후 배달원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할 일이 끝난다.

반대로 포장 고객이 증가해 매장에 손님이 많이 찾으면 직원을 별도로 고용할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 입장에선 조리와 손님 응대를 동시에 할 수 없는 만큼 별도 인력을 둬야 한다. 결국 포장 매출이 늘어난다고 해서 무조건 '남는 장사'가 되기는 어려운 구조다.

자영업자 K씨는 "매장을 찾는 고객이 늘어나면 과거보다 실내 인테리어와 위생에 더 신경 써야 한다"며 "배달은 대행업체에 맡기고 음식 조리에만 집중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고객들은 아직 배달비 부담보다 편의성에 우선순위를 둔다고 설명했다.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현재 3000원 안팎까진 배달비를 낼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며 "고객 부담 배달비가 인상되면 포장 주문이 늘겠지만 반대로 배달주문이 줄어 매출 감소 폭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 '수수료 인상+고객 불만'에 방문 포장 확산 조짐도

하지만 배달 수수료 인상에 이어 고객 불만이 증가하면서 방문 포장에 눈을 돌리는 자영업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C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매장 매출이 급감하자 단골들에게 포장 주문 시 15% 할인한다는 내용을 담은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10여통 주문 전화가 이어졌다.

그는 "밤늦은 시간엔 배달 수수료가 높아져 주문이 밀려와도 남은 이익이 적다"며 "배달업체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고객에게 할인으로 돌려주는 것이 고객 확보 차원에서 이득"이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방문 포장의 경우 자영업자와 손님 모두에게 윈윈이다. 자영업자는 배달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고 손님 역시 배달비를 낼 필요가 없다.

해외의 경우 방문 포장이 보편화됐다. 미국의 경우 매장에서 음식을 먹을 경우 음식 가격의 15~20%를 팁으로 내야 한다. 4명이 식사를 할 경우 팁까지 포함하면 5명이 식사한 값을 지불해야 한다.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이들의 경우 특별한 날이 아니면 포장을 해 와 집이나 사무실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내에선 피자가 대표적이다. 유명 피자 프랜차이즈에서 수년 전부터 30∼40% 안팎 할인 혜택을 제공해 포장 방문을 유도하고 있다. 피자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배달 가능 메뉴가 다양화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매출을 올릴 수 있다"며 "배달 전용으로 매장을 소형화하면서 임대료를 낮춰 수익성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자영업자들도 방문 포장을 유도하고 있다. 실제 한 서울의 한 닭갈비 음식점은 2인분을 주문하면 3인분 양을 주고 있었다. 또 다른 보쌈집에선 '포장하면 양 많이 드립니다'라는 안내문을 입구에 걸어놨다. 코로나19 감염병 우려에 매장 방문을 꺼리는 손님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의도다.

보쌈집 사장 B씨는 "매장 이용 고객이 쓰는 부대 비용을 고객에게 '덤'으로 되돌려 주는 것"이라며 "퇴근길에 기다리지 않고 받아 갈 수 있어 손님들 반응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앱 사용률이 높아지면서 배달의민족 앱 내 포장주문(배민오더) 입점 업체도 늘고 있다. 다수 입점업체는 포장 방문 고객에게 1000∼2000원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또 다른 자영업자는 "옛날처럼 매장 입구에 '포장 가능' 문구를 걸지 않아도 광고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프랜차이즈 점주와 달리 할인 금액을 직접 결정할 수 있어 계절과 상황에 따라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 수수료와 고객 불만이 동시에 증가하고 있어 방문 포장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방문 포장이 활성화하면 배달 라이더들의 곡예 운전도 좀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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