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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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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스가 대세론'... 민심과 괴리된 日 '파벌정치'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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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공식출마 전부터 의원 60% 지지 확보
주요 파벌들, 향후 당직ㆍ조각 염두 줄서기
여론은 이시바가 압도... 역전 가능성은 전무
한국일보

차기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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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일본 총리를 결정하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벌써부터 '대세론'을 형성한 데에는 일본 특유의 '파벌정치'가 작동하고 있다. 독자 집권이 어려울 경우 다른 파벌의 유력 후보를 지원해 권력을 분점하려는 합종연횡의 결과다. 이 과정에서 민심은 뒷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가 장관은 공식 출마선언도 하기 전에 국회의원(중ㆍ참의원) 60%의 지지를 확보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속한 최대 파벌 호소다파(98명)를 필두로 아소파(54명)ㆍ니카이파(47명)ㆍ이시하라파(11명)에다 특정 파벌에 속하지 않은 스가그룹(30명)까지 확보했다. 이들 계파는 후보를 내지 않는 대신 아베 정권 계승을 내세운 스가 장관을 지지하기로 했다. 새 정권 출범 후 당직 인사와 조각에서 배려를 받음으로써 현 정권에 이어 주류로서의 입지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다케시타파(54명)의 경우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장관을 후보로 내세우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결국은 스가 장관 지지로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당 총재 선거에서 중의원 의원들은 아베 총리를, 참의원 의원들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을 각각 지지하는 바람에 결속력이 약화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러 파벌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총재를 선출하는 구조로는 민의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더욱이 이번에는 지도부가 지방당원 투표를 아예 생략한 채 의원 중심의 약식 선출방식을 확정하면서 논란이 더 커졌다. 이시바 전 간사장을 배제하려는 밀실정치의 산물이라는 비난도 적지 않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 적합도에서 압도적인 1위이지만, 이시바파(19명)만으로는 후보 등록 요건인 추천인 20명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의원들의 표심이 여론에 의해 움직인 경우도 있다. 2001년 총재 선거에선 최대 파벌을 이끌던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 전 총리의 압승이 예상됐지만, "자민당을 때려부수겠다"는 슬로건으로 대중적 지지를 확보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후보가 역전승을 거뒀다. 2000년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총리가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 주요 당직자 5인간 '밀실 담합'으로 출범한 모리 요시로(森喜朗) 정권이 정통성 시비에 휘말린 때였다. 하지만 이후 20년 가까이 더 이상의 이변은 없었다.

이번에도 드라마 같은 대역전극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로 아베 정권에 대한 평가는 싸늘하지만, 대안 야당의 부재로 자민당 지지율은 굳건하다. 코로나19라는 유례 없는 상황에서 '정권의 위기관리인'으로 평가받는 스가 장관이 잔여임기(1년)를 수행하는 것에 대해 당내는 물론 여론의 반감도 크지 않다. 급격한 변화보다 안정적 계승으로 무게 추가 기운 상태다.

자민당은 이날 총재 선거를 14일 양원 총회에서 치르기로 의결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선 집권당 총재가 중의원 선출 과정을 통해 총리를 맡게 되는데, 이를 위한 임시국회는 16일에 열릴 예정이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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