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운영자 조주빈을 도와 대화방 운영 및 관리에 관여한 공범 '부따' 강훈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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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방' 주범 조주빈(25)이 "(성 착취 영상물)을 브랜드화할 요량이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조씨는 "범죄자 입장에서 소신껏 말하겠다"며 사건에 대한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주장하기도 했다.
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재판장 조성필) 심리로 ‘n번방’ 조주빈의 공범 한모(27)씨의 공판이 열렸다. 한씨는 조씨의 지시를 받아 미성년자를 협박하고,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오전 공판에는 ‘부따’라는 닉네임으로 알려진 조씨 공범 강훈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강씨는 조씨가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성착취물을 만들고 이를 반복적으로 유포하는 방식의 범죄를 저지른다는 걸 인식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오후 공판에는 조씨가 증인으로 나와 "영상물을 브랜드화할 요량이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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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관심받으려 사진 찍어 올려"
오전 재판에 나온 강씨는 박사방 및 여러 관련 채팅방에서 관리자로 있었다. 이날 증인신문에서는 강씨가 어떻게 관리자가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검사는 “박사(조주빈)에게 연락해서 자료(성 착취물)를 보겠다고 했더니, 박사가 성기를 촬영해서 보내면 공유하겠다고 했느냐 ”고 물었다. 강씨는 “네”라고 답했다. 강씨 주장은 이렇다. 조씨의 제안대로 성기를 촬영해 보내주자 조씨가 이를 유포하겠다고 했다. 이에 강씨가 “개인정보를 유포하지 말아달라”고하자 조씨가 “텔레그램 그룹 방을 만들 테니 관리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씨는 검찰 조사 및 앞서 열린 관련 사건 증인신문에서 강씨 주장과는 다른 증언을 했다. 강씨가 먼저 “지인 능욕을 해달라, 최고 수준의 고통을 주고 싶다”며 연락을 해왔고 “ 돈이 없으니 방 운영을 도와주겠다”라며 스스로 관리자 직책을 맡았다는 것이다. 이런 검사의 물음에 강씨는 “더 많은 자료를 보고 싶다고 연락하고, 지인 능욕 이야기 및 돈이 없다고 한 사실은 있지만 그 것이 제가 처음 가담한 계기는 아니다”라고 조씨 증언에 대해 일부 부인했다. 강씨는 이렇게 맡은 관리자 직책으로 박사의 공지사항을 회원들에게 알리고 회원을 강제 퇴장 시키는 등의 관리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
강씨의 범죄 일부도 이날 증언으로 드러났다. 강씨는 박사방에 직접 성착취 영상을 올린 적 있는지, 특정 사진을 올린 적 있는지 묻는 검사의 질문에 일부 사실을 인정했다. 강씨는 “관심받고 싶어서 집 옆 발레 학원에서 피해자의 신발에 소변을 보고 사진을 올려 관심받으려 했던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또 조씨의 지시로 가상화폐를 현금으로 인출해 소화전 등에 넣어두는 일을 하고 교통비로 3만원에서 5만원가량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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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 “돈 벌려고 브랜드화 생각”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중앙포토] |
강씨 증언 뒤 오후 공판에는 주범 조씨가 증언대에 올랐다. 검사가 피해자들에게 새끼손가락 등으로 ‘인증’을 하게 한 이유를 묻자 조씨는 “저의 피해자임을 알리려고 했다”고 답했다. 수사 대상으로 추적될 수도 있는데 이런 인증을 시킨 이유에 대해 다시 묻자 조씨는 “(성 착취 영상을) 브랜드화할 요량이었다”고 답했다. 검사는 조씨의 대답에 '브랜드화'가 맞는지 재차 물어보기도 했다.
조씨는 박사방 관리자의 권한을 여러 사람에게 준 이유에 대해 “다른 사람이 관리를 맡아주면 운영이 수월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박사방 회원들에게 ‘오프(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실제로 성 착취 활동을 하는 것)'를 일상적으로 제안했다고도 했다. 조씨는 “‘밥 한 끼 먹을래’처럼 ‘오프 한 번 할래’라며 하면 안 되는 장난을 건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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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일 때는 범죄자, 피해자일 때는 사회 물정 모르는 건가”
조씨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착취 영상을 촬영한 사실 관계를 묻는 검사의 질문에 “범죄자 입장에서 소신껏 말하겠다”며 자신의 주장을 폈다. 조씨는 “태평양(조씨 공범 닉네임)은 17살, 지금 거론되는 피해자는 18살이다”라며 “피의자로 볼 때는 법적ㆍ사회적 책임질 수 있는 존재로 보는데, 또래가 피해자가 될 때는 돈이나 사회를 모르는 존재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짜 이 사건을 해결해 나가고 싶으면 좀 다르게 봐야 한다”며 자신의 논리를 폈다. 조씨는 “(이 사건에서) 상식이 색안경이 된다”며 “구매자나 방관자나 피해자나 상식 밖 세상에서 상식 밖의 행동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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