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
기준금리가 0%대로 진입한 지 5개월째지만 증권사들은 ‘개미’들한테서 여전히 비싼 이자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증권사가 돈이 떼일 염려가 거의 없는데도 고객을 상대로 지나친 폭리를 취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작년 말까지 증권사들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산정 근거를 명확히 하겠다는 금융당국도 계획을 1년 가까이 미루며 ‘늑장 대응’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3월 기준금리 대폭 인하에도 이자율 인하 증권사 6곳뿐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공시하는 28개 증권사 가운데 기준금리가 0%대로 돌입한 지난 3월 이후 이자율을 내린 증권사는 6곳뿐이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고객이 주식을 살 수 있게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3월 증시 폭락으로 6조 원대였다가, 5월부터 증시가 되살아나자 석달 만에 16조 원대로 불었다.
현재 증권사들은 융자 기간에 따라 연 3.9~11%대 이자를 받고 있다. 연체 이자율은 12%를 넘는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3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내리고, 다시 5월 0.50%로 인하했다. 이에 은행권의 가계대출 평균금리도 기준금리 인하 전인 2월 2.90%에서 6월 2.67%로 0.33%포인트 하향됐다. 기준금리 0%대 진입에 시중금리도 하향곡선이지만,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여전히 꼿꼿한 상태다.
이 기간 이자율을 내린 증권사는 대형사 중에서 신한금융투자가 유일하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4월 1일부터 기존 1~7일 구간 이자율을 4.4%에서 3.9%로 낮췄다.
이후 6월 하이투자증권이 구간에 따라 0.1~0.4%포인트를 인하했고, 7월에는 KTB투자증권과 SK증권이 이자율을 기존보다 낮췄다. 8월에는 이자율 인하에 BNK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이 동참했다. 중소형 증권사는 자기자본 대비 신용공여 한도가 대형사 대비 넉넉한 상황임에 따라 이자율을 낮춰서라도 고객을 유치하려는 유인이 작동한 셈이다.
◇고객 많은 키움증권 등 9%대 이자율 유지…가산금리만 7%대
반면 개인고객이 가장 많은 키움증권은 91~120일 기준 9.5% 이자율을 유지하고 있다. 자기자본 규모 상위 5개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7.2%), NH투자증권(8.4%), 한국투자증권(8.8%), 삼성증권(9.3%), KB증권(8.7%) 등도 7~9%대 이자율을 고수하고 있다.
이자율이 가장 높은 곳은 메리츠증권, DB금융투자, 교보증권, SK증권 등으로 91~120일 기준 9.9% 이자율을 적용 중이다. 이어 하이투자증권(9.6%), 키움증권·한양증권·IBK투자증권·부국증권(9.5%) 순으로 이자율이 높다.
증권사들은 고객에 빌려줄 돈을 한국증권금융에서 조달해온다. 조달금리는 2% 초반으로 가산금리만 7%포인트를 붙여 고객에 이자를 걷었다. 증권사들이 극심한 수수료 인하 경쟁으로 이자수익에 매달리게 된 배경탓도 있다. 하지만 신용거래융자의 경우 반대매매 활용 등 원금 회수 위험이 비교적 작은데도 증권사 임의대로 너무 비싼 이자를 받아간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다.
◇돈 떼일 위험 낮은 대출인데 높은 이자율…당국 ‘깜깜이’ 이자율 산정 해소한다더니 ‘지연’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증권사는 신융거래융자 고객의 담보비율이 140% 아래로 내려가면 증거금을 추가로 요구하거나 반대매매할 수 있는 만큼 리스크가 없다”며 “그런데도 이자가 이렇게 높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며서 “증권사가 빌려준 돈으로 고객이 주식을 사니깐 수수료까지 또 취하는 이중 수익구조”라며 “조달금리도 계속 내려갔을 텐데 증권사가 이자 장사에 매몰됐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도 증권사들의 ‘깜깜히’ 이자율 산정을 해소하고자 금융투자업규정을 개정할 계획이었다. 이자율을 산정할 때 조달금리와 신용프리미엄(신용등급에 따른 가산금리) 등을 감안하도록 하고 금리를 어떤 기준에 따라 정했는지 공시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금융위는 당초 작년 말 예정이던 규정 변경을 1년 가까이 미뤘다. 증권사들이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행태를 수수방관한 격이 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늦어도 연내 금융투자업규정을 변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투데이/이신철 기자(camus16@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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