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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미국 흑인 사망

`피격 흑인` 하반신 마비에 어머니 절규…"그들이 내 아들 일곱번 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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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비무장 상태로 경찰에 총에 맞아 중태에 빠졌던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

미국 현지언론들은 이 같은 소식을 일제히 전하며 그가 총상으로 간, 신장, 팔 등 곳곳에 부상을 입었으며 그 중 한 발은 척수를 완전히 관통했다고 보도했다. 블레이크는 앞으로도 수 차례의 수술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 변호인 중 한명인 패트릭 살비는 "최소 한발의 탄환이 척수를 관통했고 배에 구멍이 뚫렸다. 장기를 거의 들어낸 상태"라며 위중함을 알렸다.

가족 변호인 벤자민 크럼프는 이날 "그가 다시 걸으려면 기적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레이크의 부모는 아들의 총격사건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그들은 내 아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일곱 번을 쐈다"며 "그러나 그도 인간이고 중요한 존재"라고 호소에 나섰다. 모친 줄리아 잭슨은 분노한 시위대를 향해 "지금 내 손이 아름다운 갈색인 것처럼 여러분의 손도 무슨 색이든 아름다울 것"이라며 "어떻게 감히 우리 존재 자체를 싫어할 수 있겠나. 그 누구도 다른 이들보다 우월하지 않다. 우월한 것은 신 그 자체뿐"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블레이크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커노샤시에서 백인 경찰에게 총을 맞고 중태에 빠져 인근 밀워키 소재 병원으로 이송됐다. 크럼프 변호인은 사건 발생 직전 블레이크가 여성 주민 두 명의 싸움을 말리고 있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WSJ등 현지외신에 따르면, 커노샤시 경찰은 당시 블레이크가 "그곳에 있어야 할 사람이 아님에도 자신의 열쇠를 가져간 뒤 돌려주지 않고 있다"는 신고자의 접수에 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레이크가 상황을 진정시키고 있던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그가 소동을 일으키고 있다고 착각해 테이저건을 쐈다는 것이다.

블레이크는 자신의 아이들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근처 SUV 차량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갔지만 차문을 여는 순간 경찰이 총격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영상을 촬영했던 인근 주민 레이션 화이트는 "블레이크가 싸움을 말리기 전 자신의 아이에게 "차 안에 들어가있으라"고 말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촬영 영상에는 한 여성이 경찰의 총격에 강력히 항의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이에 워싱턴포스트(WP)는 '제이컵 블레이크라는 역겨운 데자뷔'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고 "명백히 아무런 무기도 들고 있지 않았던 사람에게 경찰은 어째서 방아쇠를 당겼을까. 차 안에 아이들이 있었다는 사실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일 수는 없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상이 찍히기 전 블레이크가 경찰의 지시를 거부했을 수도 있다는 의혹과 그가 전과자라는 사실에 대해서도 "경찰에 대한 거부행위와 개연성 없는 범죄 기록이 '사형선고'를 정당화하진 못한다. 이런 상황에 그런 이유를 대려고 하는 것조차 용납될 수 없다"면서 "이제 좀 그만 하자(Enough is enough)"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번 총격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는 위스콘신 주에서 점점 격화하고 있다. AP통신은 위스콘신 남동부 시내에서 지금까지 12개가 넘는 건물이 피해를 입고 30건 이상의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다고 전했다. 이에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주지사는 사건 당일 투입했던 주방위군 규모를 25일(현지시간) 기존 125명에서 250명으로 늘리고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에버스 주지사는 "조직적 인종차별과 불의가 지속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도 "이런 파괴와 피해의 길로 빠져들 수도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변호인 측은 경찰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위스콘신주 사법당국이 해당 총격사건에 대해 조사 중이고 미 법무부, FBI등이 연방정부 차원에서 수사에 나서야 할지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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