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재난지원금 `혼선`…이낙연 "이번주는 방역 집중"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검사에 불응하면 구상권 행사도 불사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김호영 기자]

2차 긴급재난지원금 이슈를 제기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일단 관련 논의를 당분간 중단하고 코로나19 재유행 방지를 위한 방역 강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더 악화될지 예단하기 힘든 상황인 만큼 추이를 좀 더 지켜보면서 2차 지원금 지급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판단이다. 이미 3차례 추가경정예산이 이뤄지는 등 정부 재정이 빠른 속도로 악화되는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이낙연 의원은 24일 입장문을 통해 "재난지원금 논의는 일단 이번주까지 방역에 최대한 집중하고 이후로 미뤘으면 한다"면서도 "어려운 분들을 더 두텁게 돕는 차등 지원이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지금 상황에서 2차 재난지원금 논의는 적절치 않을 수 있다. 현재는 방역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고위원회의에서도 2차 재난지원금 논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논의를 중단한 배경으로는 "코로나19가 얼마나 더 확산될지 알 수가 없다. 냉철한 판단이 중요한 때"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해 피해로) 4차 추경이 논의될 때도 추후에 검토하자고 이야기했는데 나중에 공교롭게 비가 그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실제 이날 최고위 모두발언에서 이해찬 대표는 재난지원금은 언급하지 않은 채 코로나19에 대한 철저한 방역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번주가 최대 고비이자 2차 대유행을 막을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며 "당정은 모든 조치를 총동원해 이번주까지 감염 확산을 최대한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인구 절반 이상이 밀집된 수도권이 발원지가 됐기에 상황에 따라 3단계 거리 두기 등 극한 조치를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상황에 따른 선제적 경제 대응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며 "수도권 자치단체장과 당대표, 원내대표가 긴급회동을 하면서 공동대응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당초 코로나19 재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2차 재난지원금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민주당이 갑자기 논의를 보류한 배경에는 일단 남아 있는 '총알'을 아끼자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2차 재난지원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예산이 동원될 수밖에 없는데 코로나19 사태가 더 악화될 때를 대비해 국가 재정을 비축해 두자는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2차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현재 정부의 가용 자원이 아주 제한적"이라며 "전액 국채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정부로서는 매우 주저할 수밖에 없고 매우 신중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당 지도부 의견에도 당내에서는 신속히 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설훈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공무원 임금 삭감으로 마련하자는 주장도 방법이 될 수 있다"며 "결국 2차 재난지원금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재정이 어렵다 해도 사람이 살고 봐야 한다"며 취약계층 선별 지급을 주장했다. 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진성준 의원도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소득 하위 50% 등 취약계층에게 서둘러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조속히 2차 지원금을 지급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21대 총선 전에는 재난지원금을 위한 (3차) 추경에 그렇게 관대하더니 선거 이후엔 왜 이렇게 인색하냐"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그는 "통합당이 4차 추경 편성을 요구했지만 정부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민생을 위해서라면 이렇게 결정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통합당은 지급 대상과 관련해서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코로나19 피해가 상당한 이에게 '선별 지급'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번처럼 전 국민을 상대로 가구당 100만원씩 주는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은 불가능하다"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생계 문제가 심각한 만큼 이 분야에 집중적으로 지원금이 지급되지 않으면 양극화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손일선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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