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月순매수 6兆 육박…코로나19 3월 이후 최대
투자자예탁금도 사상 최초 52兆 돌파
해외주식 결제액도 1000억달러 넘어서
"금값 하락하며 금리 인하 기조 변경 조짐…유동성 기대 제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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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이민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조정장이 펼쳐지자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로 다시 몰려들고 있다. 개인 순매수액과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이 모두 역대급 기록을 세웠다. 해외주식 거래액도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약 120조원)를 돌파했다. 이전보다 전방위적인 두 번째 '동학개미운동'이 시작됐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총 5조8988억원을 순매수했다. 역대급 폭락장이 펼쳐진 지난 3월 11조4901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달 3조8743억원보다 52.3%나 증가했다. 월말까지 아직 6거래일이 남은 만큼 3월 이후 처음으로 6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증권 계좌에 입금한 투자자예탁금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일 기준 52조6393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3일 51조1469억원으로 신기록을 세운지 하루 만에 다시 50조원대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4일 만에 2조원가량이 몰려들며 신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이 기간은 코로나19 재확산이 본격화되면서 증시가 꺾인 시기다. 코로나19 국내 신규 확진자는 이달 초까지 수십명대였지만 지난 14일부터 103명→166명→279명→197명→246명→297명→288명→324명→332명→397명 등 열흘 연속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코스피는 지난 13일 연고점인 2458.17을 기록한 후 내리막을 걸었다. 지난 14일 2400대가 무너졌고 지난 20일에는 2270.85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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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주식 거래도 급증했다. 지난 21일 기준 올해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결제액(매수+매도액)은 총 1024억4600만달러(약 120조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해외주식 결제액(409억달러, 약 50조원)의 2.5배가 넘는 규모다. 2011년 한국예탁결제원의 외화증권 결제액 집계 시작 이래 역대 최대치다. 이대로라면 올해 1500억달러 돌파 가능성도 점쳐진다.
2011년 31억달러에 그쳤던 해외주식 결제액은 2015년(139억달러)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넘겼다. 이후 2017년 227억달러, 2018년 325억달러, 2019년 409억달러 등 최근 3년은 100억달러 가량씩 늘며 성장세를 이어왔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주요 증시가 급락하자 저점 매수 기회를 노린 개인투자자들이 몰리며 전년 대비 월등히 성장하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은 미국에 집중했다. 올들어 지난 21일까지 총 893억달러의 미국 주식을 사고 팔았는데 이는 올해 해외주식 전체 거래액의 87.2%에 해당하는 규모다. 작년 동기(187억달러)와 비교해서는 4.7배(375.5%)나 늘어났다.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거래한 종목 또한 대부분 미국 주식이다. 거래 상위 50개 종목 중 90%(45개)가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이다. 1위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다. 올 들어 지난 21일까지 82억7900만달러어치를 사고 팔았다. 이어 애플(42억4600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37억9700만달러) 등 비대면(언택트) 수혜 업종이 2, 3위를 차지했다. 순매수액으로 따져도 상위 1~3위가 테슬라(13억8500만달러), 애플(10억5000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6억2800만달러) 등의 순으로 변화가 없다.
증권가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실물경제와 증시 간의 괴리가 더욱 커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표 안전자산인 금 가격의 반전이 유동성 장세 변화를 암시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194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 1500달러선에서 이달 초 2000달러까지 돌파했지만 등락을 반복하며 1900달러대로 내려 앉았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충격을 딛고 증시가 상승랠리를 이어왔지만 실물경제와 증시 간의 이격, 주도주에 대한 가격 쏠림 심화와 같은 문제점들이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이라면서 "금 가격 변동성 확대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조가 변화한다는 의미이며, 최근 상승랠리를 뒷받침한 유동성에 대한 기대가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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