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언론계 이곳저곳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채널A 기자와 현직 검사장 관계에서 비롯한 '검언유착 vs 권언유착' 논란, <경향신문>의 '기획 미투' 기사 삭제 논란, <서울신문>의 박원순 시장 성추행 고발 피해자 2차 가해 칼럼 논란 등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언론계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언론계 자체의 자율, 자정능력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실현될지 여부도 확실치 않은 정도다.
최근 동시 다발적으로 터진 이들 문제의 공통점은 뉴스 취재나 보도 과정에서 반드시 갖춰야 할 진실성과 정확성을 검증하는데 철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공공성과 공익성의 기본인 대중매체 윤리 의식이 실종된 듯 보인다. '검언유착 vs 권언유착' 논란은 이른바 검찰 개혁과 윤석렬 죽이기라는 틈바구니에서 대중매체가 목탁과 소금으로서 독자적인 역할을 했느냐는 의문이 나오게 만든다. <경향신문>과 <서울신문>의 논란의 경우 내부 작업 시스템의 정상 가동 여부, 특히 취재대상과 구성원 사이에 존재하는 갑과 을의 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이 생략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 언론의 제4부적 위상이 흔들리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언론계 종사자 모두가 공유하는 취재보도 규범, 윤리 규범이 실종된 결과라는 불행한 결론을 피하기 어렵다. 한국 대중매체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점이 지적되어야 한다. 언론을 사회의 목탁, 소금이라고 그간 일컬은 이유는 언론이 사회의 권력 구조 속에서 부정, 부패를 가려내고 약자를 보호하면서 진리와 정의를 실천하는 책무를 지닌다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 가치가 실종되고 있다.
기자실 시스템을 통해 기자가 권력층과 밀착하기 쉽다는 기성 언론의 현실, 그로부터 기득권을 유지한 적폐가 양산된 현실에서 언론이 해방되지 못하면서 '기레기'라는 치욕적인 손가락질까지 받게 된 요즘이다.
이 상황에서 특히 최근 들어 내로남불, 진영논리가 횡행하는 가운데, 언론 또한 이 흐름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정권 교체가 거듭되면서 누가 권력을 잡느냐는 논리에 따라 사회가 극심한 분열상을 보이는 현재, 언론은 이런 현상을 비판하면서 대안을 제시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런 당위성이 실종되고, 언론계 전체가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
해방 이후 한국 일부 매체가 정권의 나팔수와 같은 비정상적 역할을 이행한 데 따른 후유증이 여전히 해소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의 원인이다. 독재정권하에서 많은 언론인들이 정도를 외치다가 불법해직 당하면서 자연스럽게 오랜 기간 한국 언론의 제4부로서 영역이 축소, 왜곡됐다. 노태우는 신문사, 이명박은 방송사를 다수 등장하게 만들어 대중매체가 생존논리의 위협을 받는 구조가 만들어졌고, 이는 언론과 정권의 유착을 한편으로 자극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언론이 스스로 공공성을 포기하게끔 했다.
국민의 시청료를 받는 공영 방송사가 다른 상업방송과 경쟁하는 프로그램에 집중할뿐, 영국 BBC와 같은 공공, 공익적 프로그램 제작에 집중하지 않는 현실이 대표적 사례다.
정보화 사회로의 전진에 따라 언론이 제4부로서 역할을 수행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점도 중요하다. 최근의 위기는 뉴미디어가 속출하고 동종 미디어 업계의 과당경쟁이 심화하면서 그 기반이 약화하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개개 언론사의 생존 논리가 사회적 책무 수행에 필요한 대중매체 규범 윤리보다 우선하는 비정상적 상황이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현재 언론은 다양한 미디어의 등장 속에 무한경쟁 식의 취재보도를 해야 하는 형편이다.
이 가운데 뉴미디어는 기존 언론을 대체하거나, 대중매체의 과실을 가로채고 있다. 전 세계가 한 지붕 한 가족이 된 소셜미디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기성 대중매체의 미래가 어두우리라는 전망에 오히려 힘을 싣는 모습이다.
언론이 당면한 어려움을 자율적인 노력으로 극복해서 정상화를 기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지는 않다. 우선 해야 할 일은 언론의 취재보도에 필수적인 규범과 윤리 강화와 회복이다. 이를 통해 제4부의 위상을 확보·강화해야 한다. 내로남불, 진영논리의 프레임을 타파하는데 앞장서고 공공, 공익성을 위한 존재로서 대중매체가 스스로의 자리를 각인시켜야 한다. 동시에 뉴스생산 과정에서 시청자의 접근권을 강화해 쌍방향 대중매체의 시스템으로 탈바꿈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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