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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정부 "외식비 쏜다" 방대본 "외식 자제"···황당한 '국민 수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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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엇갈린 주문에 경계 목소리 나와

중수본은 "경제 상황 고려해야"

김우주 교수 "국민 어느 장단 맞출지"

중앙일보

1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인해 임시휴점한 서울 종로구 롯데리아 종각역점 앞으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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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4일부터 시작하는 ‘외식 활성화 캠페인’을 두고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13일 코로나19로 인해 침체한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외식 활성화 캠페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캠페인은 금요일 오후 4시부터 일요일 자정까지 외식 업소에서 2만원 이상 다섯 차례 결제하고, 여섯 번째 외식 때 2만원 이상 결제하면 1만원을 캐시백 또는 할인해준다. 외식 결제는 유흥업소를 제외한 외식 업소에서 하루 최대 2회까지, 같은 업소는 하루에 한 번만 인정받을 수 있다. 캠페인은 330억원 예산이 다 쓰일 때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코로나19라는 상황을 고려해 배달 외식도 실적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외식 장려'가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를 살려야 하고, 감염도 막아야 하는 모순적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이어서 그런지 보건 당국에서 얼핏 상충하는 듯한 입장이 나온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13일 브리핑에서 “교회·시장·학교 코로나가 발생하고 있다. 일촉즉발 상황”이라고 우려하며 “이번 주말과 대체공휴일에 전국 각지에서 외부 모임, 대규모든 소모임이든 가리지 않고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중앙수습대책본부 관계자는 “다른 부처에서 캠페인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인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식당 방역 문제는 식약처 등 관련 부처와 협력을 통해 코로나19 전파를 막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 부처 간 메시지가 단일하지 않다. 방역 당국은 ‘여행하지 말고 실내에 있고 대면하지 말아라’고 하고 다른 부처는 ‘방역을 잘하고 있으니 여행도 가고 외식도 하라’고 한다. 국민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렇게 되면 국민은 자신이 듣고 싶은 메시지를 취사선택하게 된다. 코로나 피로감이 높은 상태에서 듣고 싶지 않은 건 빼고 선택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수도권에서 50명 이상 신규 환자가 나왔다. 커피숍, 롯데리아 등 실내에서 집단 감염이 나왔다. 해외의 경우도 식당과 술집은 전파 위험이 강한 곳으로 여긴다. 식사할 때는 마스크를 쓰지 않지 않으냐”고 말했다.

중대본은 최근 카페, 결혼식장 뷔페 등에 방역 수칙을 강화했다. 중대본은 서울 강남 커피숍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자 지난 6일 카페 내 방역 수칙을 강화했다. 방역수칙에 따르면 카페 이용자는 카페 입장, 주문 대기, 이동·대화 시 등 음료를 마실 때를 빼고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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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뷔페식 패밀리 레스토랑 입구에서 '고위험시설' 방역 지침에 따라 한 손님이 QR코드로 본인 인증을 하고 있다. 이우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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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에는 결혼식장 뷔페를 고위험시설로 지정해 오는 19일부터 방역 수칙을 강화 적용하기로 했다. 앞으로 결혼식장 뷔페는 클럽·노래방 등과 같이 출입자 명부를 작성·관리하고 마스크 착용 의무도 강화된다. QR코드 기반의 전자출입명부 시스템도 도입해야 한다.

경제 활성화와 방역 문제의 충돌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은 지난 4월 7일, 코로나19 수습 이후의 경기 회복 대책으로 이른바 ‘고 투 캠페인 사업’을 시행하기로 하고 1조 6794억 엔의 예산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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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의 야외 캠핑장에서 발생한 국내 신종 코로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하며 휴가철 방역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경기도의 한 캠핑장에서 시민들이 캠핑을 즐기고 있다. 방역당국은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주요 여행지나 해변, 캠핑장, 유흥시설, 식당과 카페 등에서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등의 방역수칙을 준수해달라고 당부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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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투 캠페인 사업’은 여행 비용을 지원하는 ‘고 투 트레블’, 외식 시 사용할 수 있는 식사권 등을 제공하는 ‘고 투 잇(Eat)’, 공연 관람 시 최대 20%의 할인을 적용하는 ‘고 투 이벤트(Event)’, 지역 상점의 홍보 활동, 관광상품 개발을 도와주는 ‘고 투 상점가’ 캠페인 등으로 이루어졌다.

우리나라도 외식 활성화 외에 여행 장려 등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국민의 사회적 피로감 해소를 위해 오는 10월을 특별 여행주간으로 선포했다. 14일부터 인터파크 등 27개 온라인여행사를 통해 9~10월 숙박 예약 시 선착순 100만 명에게 숙박 할인권도 제공한다. 앞서 정부는 오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사흘간의 연휴를 만들기도 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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