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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반발·줄사표… 들끓는 검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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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인사·조직개편에 동부지검 차장·부천지청장 '항의 사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밀어붙이고 있는 검찰 인사와 조직 개편에 대해 일선 검사들의 공개 반발이 빗발치고 있다. 사태가 심상치 않자 '조직 개편' 실무를 총괄했던 법무부 검찰과장이 13일 새벽 검찰 내부 통신망에 '사과글'을 올렸지만 검사들은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이와 맞물려 서울동부지검 김남우 차장검사, 인천지검 전성원 부천지청장 등 중견 간부들이 줄사표를 제출했고 이는 최근 사태에 대한 '항의성'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차장검사는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무마 의혹' 사건을 지휘했던 검사다. 추 장관의 '검찰 무력화' 조치에 대해 일선 검사들의 불만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추 장관은 이날부터 17일까지 닷새간 휴가를 냈다.

법무부의 '검찰 직제개편안'에는 '대검 반부패수사부(특수부), 공공수사부(공안부) 내 차장검사급 직위 폐지' '형사부 업무 시스템 재정립' '공판부 기능 강화' 등이 담겼다. 이에 대해 일선 검사들은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 "검사가 만든 것이라 볼 수 없을 정도로 조악" "특수 수사 등을 축소해 권력 수사를 막겠다는 의도"라는 취지의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정유미 대전지검 부장검사는 12일 "조잡한 보고서로 전국 일선 (검찰)청 검사들의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했다"고 했고, 그 전날 차호동 대구지검 검사는 "아무런 연구나 철학적 고민 없이, 공판 분야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 만들어진 개편안"이라고 했다. 두 검사가 올린 글에는 13일까지 130개가 넘는 동조 댓글이 달렸다.

급기야 검찰 인사와 '조직 개편' 실무를 담당했던 김태훈 법무부 검찰과장이 '사과글'을 올렸으나 30건에 가까운 반박 댓글이 또다시 달렸다. "(개편안과) 비교할 수조차 없는 교통사건 처리기준 하나 수정하는 데도 6개월이 걸렸다"는 등의 신랄한 내용이었다.

운동권 출신 검사인 김 검찰과장은 추 장관의 최측근이다. 민변 등 현 정권 주도 세력의 요구를 이른바 '검찰 개혁'에 반영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그간 추 장관이 밀어붙인 무리한 조치들에 대해 누적된 검사들의 불만이 이번 직제 개편을 계기로 폭발했다"고 했다.

검찰 일각에선 "이번 검찰 직제개편안은 민변·시민단체 출신 등 운동권 인사들이 모인 법무·검찰개혁위에서 나왔다"는 얘기가 나왔다. 김태훈 법무부 검찰과장은 "개혁위와는 관련이 없고 의견을 공유한 바도 없었다"고 했지만, 검사들은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는 이날 이프로스에 "개편안의 의도가 개혁위의 권고안 의도와 일맥상통한다"며 "개혁위와 의견을 공유했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서울대 학생운동권 출신인 김 과장은 1991년 민자당사 점거 농성사건으로 집행유예(집시법 위반 혐의)를 받은 이력이 있다.

검찰 내부에선 '검찰 엑소더스(대탈출)'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 시작한 '법조 경력자 법관임용'에 지원한 현직 검사는 40명에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역대 최다라고 한다. 한 지검장 출신 변호사는 "여권이 '검찰의 동요'를 의도했을 수 있다"면서도 "남은 검사들의 '이반(離反)'이 정권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했다.

검사들은 검찰 직제개편안의 내용뿐만 아니라 추진 과정 모두를 비판했다. '공판부 강화' 관련 내용은,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충돌 사태'에 대해 비교적 무관심했던 일선 형사·공판부 검사들을 '격발'시켰다는 얘기가 나왔다. 남모 검사는 "공판부를 안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개편안"이라며 "공판부 강화가 아니라 공판 검사를 무시하는 내용"이라고 했다. 한 법조인은 "'특수부 출신 우대 관행'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검사들도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고 했다. 신모 검사는 "저 같은 검사를 일개 '검사', 더 나아가 일개 '총장'으로 하찮게 보시는 것은 어떻게든 참을 수 있지만, 검사의 업무도 일개로 보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했다. 추 장관은 '채널A 사건' 같은 현안에서 윤 총장이 자신의 명(命)을 거역했다며 '말 안 듣는 총장'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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