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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超절수 양변기 부품에 美기업 `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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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 News

인천 계양역 인근에 위치한 와토스센터 1층. 안으로 들어서자 양변기들이 눈에 띈다. 양변기의 물 사용량을 측정하는 곳이다. 사람 키보다 큰 계측기에는 여러 종류의 양변기들이 연결돼 있다. 양변기에 오물을 넣은 뒤 물을 내리면 계측기에 물 사용량이 표시된다.

와토스코리아(대표 송공석)의 특수 트랩(양변기와 배수로를 연결하는 관)이 설치된 양변기에 오물을 넣고 물을 내렸다. 물 사용량이 정확하게 4.8ℓ로 표시됐다. 다음엔 기존 양변기에 같은 양의 오물을 넣고 실험해 보았다. 물 사용량은 10ℓ가 훌쩍 넘었고 변기에 적지 않은 오물 찌꺼기도 남았다.

"수세물이 빠지는 트랩의 차이지요. 와토스코리아 트랩은 밑으로 떨어진 만큼 다시 튀어 오르는 운동에너지 원리를 적용했고 공기가 들어가지 않은 진공상태에서 물을 빨아들이도록 설계해 유압이 높습니다. 4월 중순 이 트랩을 장착한 양변기가 아메리칸 스탠더드의 유통망을 통해 공급될 예정입니다. 수도법에 따라 양변기의 물 사용량을 6ℓ 이하로 줄여야 하는데 여기에 적합한 부속이지요."

송공석 사장(61)의 목소리엔 자부심이 가득했다. 그럴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이 트랩엔 절수용 양변기 부속품 개발 40년 외길을 달려온 송 사장의 인생 역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전남 고흥 빈농의 가정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17세에 상경했다. 돈을 벌기 위해 양변기 부속공장에서 일하게 됐고 다니던 업체가 망해 22세의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했다. 사실 사업이랄 것도 없었다. 공장에서 배운 기술로 혼자 부속을 만들어 버스 타고 여기저기 팔러 다니는 일이 전부였다. "두 평 정도 되는 자취방에서 밤새 조립해 양변기 완제품을 취급하는 타일 가게에 넘겼지요. 양변기를 쓰는 주택이 늘면서 파는 것은 문제가 없었어요. 지방까지 돌면서 팔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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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공석 사장(오른쪽)이 공장을 방문한 송영길 인천시장에게 양변기 부품 조립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와토스코리아>


그러나 맨손으로 시작한 그에게 위기는 밥 먹듯 찾아왔다. 1970년대 두 차례, 1980년대 한 차례, 그리고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그는 완전히 ’깡통’을 찰 뻔했다. 부품 대금을 주지 못한 적도 있고 직원 월급을 밀리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는 다짐했다. 사업은 절대 접지 않을 것이고 사정이 좋아지면 모두 갚겠다고. 고군분투 끝에 안정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1980년대 후반이다. 대기업 계열인 아이에스동서를 시작으로 대림비엔코 등 양변기 업체에 대변과 소변을 구분해 물의 사용량을 조절하는 절수용 부속을 납품한 것이 큰 힘이 됐다. 2000년부터는 일본, 2010년엔 중국에도 수출했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2005년 코스닥시장 입성에도 성공했다.

송 사장은 "현재 국내 양변기 부속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고 앞으로 성장 잠재력이 큰 중국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쟁업체를 따돌리고 이 분야에서 국내 1위 업체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그는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던 좌우명을 공개했다.

" 품질이 좋고 값이 싸면 상품은 팔리게 돼 있습니다. 와토스 제품은 기능과 품질은 뛰어나면서도 중국산보다도 훨씬 저렴합니다. 양변기 업체가 다른 부속품을 쓸 이유가 없는 거죠."

그는 글로벌 중소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공장을 인천에서 전남 장성 동화전자농공단지로 이전하기로 하고 2010년부터 준비에 들어갔다. 2년간 116억원을 투입해 공사를 끝냈고 일부 생산설비는 이전을 완료했다. 장성공장은 대지만 3만955㎡(9364평)에 달해 수요가 증가해도 바로 대응할 수 있다. 송 사장은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 연구 부문을 강화할 방침이다. 그는 "연구인력을 전제 직원의 30% 수준인 30명까지 늘릴 것이고 이번에 개발한 트랩을 비롯해 모든 절수 관련 부속에 인텔 인사이드와 같은 와토스만의 브랜드를 부착해 차별화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인천 = 장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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