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화가 조영남이 12일 충남 아산 배방읍 아산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아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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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미술을 좋아하는, 평범한 미술 애호가 가수를 몇 년간에 걸쳐 화가로 등극시켜 준 셈이에요. 앞으로 현대미술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걸 더 열심히 알려야겠다 생각했습니다.”
12일 충남 아산 배방읍 아산갤러리에서 만난 조영남(75)은 익살스럽게 말했다. 자신의 그림을 둘러싼 4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아 냈으니, 제법 여유를 가질 만도 했다. 그간 작업해 왔던 작품을 대거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조영남의 ‘화가 컴백 무대’ 격이다.
조영남은 원래 그림 그리기를 즐겼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화가이자 가수라는 뜻에서 ‘화수(畵手)’라는 말을 만든 것도 그래서였다. “저는 미술을 잘하기 위해 노래를 열심히 했고,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해 미술을 그려 왔어요. 제겐 미술과 노래가 별개의 것이 아니에요.”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직접 그리지 않고 조수를 써서 그림을 그렸으니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줄 이었다. 검찰이 수사했고, 재판을 받아야 했다. 억울했다. ‘직접 안 그렸으니 사기’라는 논리는 현대미술에선 사실상 무너진 주장이기 때문이다.
1917년 마르셀 뒤샹이 공장에서 찍어 낸 소변기에다 서명한 뒤 ‘샘’이라는 제목을 붙여 출품한 이후 ‘천재 예술가가 영감을 받아 그림을 그렸다’는 환상은 깨졌다. 수많은 현대미술가들이 아이디어만 제시하고 작품 제작은 남의 손에 맡긴다. 공장을 차려 놓고 직원들을 고용한 뒤 자신이 구상한 작품 제작을 의뢰한 지도 오래됐다. 큐레이터, 컬렉터, 미술관, 박물관 모두 이 사실을 알지만 그 작품들은 해당 작가의 작품으로 인정돼 거액에 거래된다.
그럼에도 뒤샹의 ‘샘’이 탄생한 지 100년도 더 지난 2016년 한국 검찰은 조영남을 기소했다. 조영남은 힘들었다 했다. 수사, 재판 과정에서 현대미술에 대해 계속 설명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현대미술에서 실현 능력과 미술 실력은 큰 연관성이 없어요. 그걸 설명하는게 너무 힘들었어요.”
12일 충남 아산 배방읍 아산갤러리에서 열린 작품 전시회에서 참석자들에게 소회를 밝히는 가수 겸 화가 조영남. 아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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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년까지 이어질 이번 전시에선 한 가지 도발도 할 생각이다. “아산갤러리하고 손잡고 조수들을 뽑아 대대적으로 작업을 할 생각이에요. 그 작업 과정을 중계방송하듯 널리 알려서 현대미술은 이런 식으로 이뤄진다는 걸 널리 알리고 싶어요.” 여 보란 듯이 작업하겠다는 얘기다.
이젠 가수에서 화수로 변신한 조영남은 당분간은 화가의 일에만 집중할 가능성이 커졌다. 대법원 무죄 판결을 계기로 현대미술을 알려야 할 책임감까지 느껴서다. “지금까지는 음악활동을 압도적으로 많이 해왔는데 이제 진짜 그림에 집중할 생각이에요.”
아산= 이태웅 인턴기자 saoulligh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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