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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이재명 지사 대법원 판결

이재명 지지율 상승은 역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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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세론에 도전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이 독특하다. 이낙연 의원의 지지율이 대부분 민주당 지지층을 중심축으로 하는 반면,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은 다양한 지지층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을 지지하는 쪽의 일부에서는 ‘역선택’이 아닌가 하는 의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경제학에서 쓰는 ‘역선택’이라는 단어는 정치권에서 본선 선거구도를 유리하게 만들고자 상대당의 약체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말한다. 지지하지 않는 후보를 일부러 선택하는 경우다. 민주당의 한 인사 A씨는 “최근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를 보면 보수 야당 지지층·보수 성향· 문재인 정부 비판층의 일부가 이재명 지사를 지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 독특한 경향을 역선택 가능성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지지층이 이낙연 대세론을 저지하기 위해 이재명 지사를 지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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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오른쪽)가 7월 30일 경기도청에서 이재명 지사와 만나 간담회를 갖기 전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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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층에서 ‘이낙연 대세론’ 막기 위해

한국리서치를 비롯한 4개 여론조사기관에서 지난 7월 23∼25일 실시(무선 전화면접 100% 조사)한 차기 대통령감 조사에서 이낙연 의원은 24%, 이재명 지사는 20%의 지지를 얻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낙연 의원은 49%의 지지율을 나타냈지만 이재명 지사는 30%에 그쳤다. 미래통합당 지지층에서는 이낙연 의원은 4%를 얻었고, 이재명 지사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10%로 조사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두 정당 지지층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에 긍정·부정의 평가를 내린 층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국정 운영에 긍정 평가를 내린 응답자 중에서 이낙연 의원은 43%의 지지율을 얻었고, 이재명 지사는 26%를 얻었다. 반면 부정 평가를 내린 층에서는 이낙연 지사의 지지율이 6%,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이 14%였다. 민주당 또는 문재인 정부 지지층에서 이낙연 의원의 지지율이 높고, 야당 또는 문재인 정부 비판층에서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전화면접 조사가 아닌 자동응답(ARS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오마이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7월 27∼31일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이낙연 의원은 25.6%로 1위를 차지했다. 이재명 지사가 19.6%로 2위, 윤석열 검찰총장이 13.8%로 3위를 차지했다.(ARS 90%, 전화면접 10%)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낙연 의원의 지지율은 51.3%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은 28.0%로 차이가 많이 났다. 반면 통합당 지지층에서 이낙연 의원의 지지율은 3.7%에 불과했으나,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은 7.6%로 두 배가량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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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호남에서 열세 20대에서 우세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역선택 가능성은 크게 보지 않고 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대선이 1년 반 넘게 남은 상황에서 일반 유권자들이 여론조사에서 전략적으로 응답할 가능성이 낮다”면서 “역선택은 대선 정국이 임박해야 나타난다”고 말했다. 지금 상황에서 보수층 응답자가 고도의 전략적 계산으로 이재명 지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나쁘게 말하자면 역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좋게 말하자면 민주당이 두 명의 훌륭한 후보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소장은 현재 상황을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후와 비교했다. 당시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친이(친이명박)와 친박(친박근혜) 그룹이 경쟁하면서, 선거에서 참패한 통합민주당의 존재는 부각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대권후보로 떠오르기 훨씬 전의 일이다. 홍 소장은 “당시 한나라당 내부에서 친이와 친박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친박이 오히려 야당 노릇을 했다”며 “지금 보수 진영에서는 뚜렷한 후보가 나타나지 않아서 일부 보수층이 이낙연 의원 대신 이재명 지사를 실제로 지지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의원과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세대별·지역별 성향에서도 흥미로운 현상을 나타냈다. 수도권 지역의 지지율 격차는 전체 지지율 차와 비슷했다. 이 의원이 이 지사보다 약간씩 높았다. 호남에서는 이낙연 의원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반면 이재명 지사의 고향인 대구·경북에서는 이 지사가 우위를 보이거나 비슷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지사는 유독 젊은 세대에서 강세를 나타냈다. 다른 세대에서 이낙연 의원이 이재명 지사보다 지지율이 높았지만, 20대에서만 이낙연 의원보다 더 높은 지지율을 나타냈다.

범여권 주자만의 지지율을 조사한 한길리서치의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이런 세대별·지역별 성향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쿠키뉴스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7월 4∼7일 조사한 여론조사(전화면접 40%, ARS 60%)에서 이재명 지사는 ‘호남에서 압도적 열세, 대구·경북 우세, 20대에서 우세’라는 현상을 나타냈다.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은 역선택의 의심을 받기도 하지만, 이낙연 의원에 비해 중도·무당층을 비롯한 비민주당 지지층의 지지를 더 얻을 수 있다는 확장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받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이념 지형상 민주당의 오른편에 있는 중도층이나 보수층에서 지지율이 이낙연 지사보다 높다. 민주당의 왼편에 있는 정의당 지지층에서도 몇몇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이 이낙연 의원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이 지사는 중도층뿐만 아니라 보수층에서 확장성을 갖고 있지만 기본소득 주장의 예에도 알 수 있듯이 진보층에도 확장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안일원 대표는 “범진보 대권주자 조사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제외하고 조사해보니 심 대표의 지지층의 많은 부분이 이재명 지사의 지지로 옮겨갔다”면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일부 진보 지지층 역시 ‘이낙연 대세론’를 견제하는 심리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역선택 가능성을 보수·중도·진보층에서 이낙연 대세론에 대한 거부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는 해석이 있다. 홍형식 소장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층에서는 문 대통령 밑에서 총리를 지낸 이낙연 의원의 대세론이 굳어지는 것보다 이재명 지사가 더 낫다는 심리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영 소장은 “단순히 외부적인 요인으로 봤을 때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로 갈수록 이재명 지사가 유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엄 소장은 “대선을 앞두고 훌륭한 보수 후보가 등장하면 이 지사 지지율이 가진 확장성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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