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분양·공공임대로 공급
민간 ‘로또 분양’ 억제 효과
재건축 규제 완화, 용적률 높여
기존 공급량보다 최대 2배 확대
“과밀 심화” “그린뉴딜 역행” 지적
정부가 4일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주택공급방안 지역 중에 하나인 정부과천청사 주변 정부 소유 유휴 부지. 과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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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공급 대책을 통해 정부가 3040 무주택 실수요자들을 위해 ‘공공분양’ 물량을 확보한다는 뜻을 강하게 밝힘으로써, 이명박 정부 시절 보금자리주택 이후 씨가 말랐던 공공분양 주택의 ‘귀환’이 서울 주택가격 안정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정부는 4일 문재인 정부 들어 확보된 주택공급 물량이 8·4 공급 대책을 포함해 127만호에 이른다고 밝혔다. 서울에 그동안 확보된 공급 물량만 36만4천호에 달한다. 정부는 이번에 확보된 대다수 부지의 물량을 공공주택으로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용산 캠프킴에 공급되는 물량 정도라면 공공이 주도해 100% 공공분양과 공공임대로 공급할 것”이라며 “태릉골프장의 경우 1만호 정도로, 일부는 민간업체에 택지를 매각해 민간분양이 가능하도록 할 수 있지만, 민간분양은 고분양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공공이 대부분의 물량을 공급하는 쪽으로 계획을 세우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저렴한 분양 가격으로 집값 안정 효과가 있는 공공분양 물량은 이명박 정부 시기 전체 분양 물량의 17.7%에 이른 적도 있으나 박근혜 정부 때는 1.2%로 사실상 전멸 상태였다. 문재인 정부 초기 2년 동안 물량도 1.8%(수도권 기준)에 그쳤다.
서울 용산구 옛 미군기지 ‘캠프킴’.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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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정부가 ‘공공 고밀 재건축’이라는 새로운 공급 모델을 통해 사실상 재건축 규제 완화 카드를 들고나온 것 역시 재건축 단지에서 공급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공 재건축으로 확보하겠다고 밝힌 목표 물량은 5만호 규모로 이번 서울 도심 공급 물량 11만2천호의 45%에 이른다. 재건축 예정 단지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주요 단지들이 있는 강남권, 여의도, 목동 등이 실수요자들이 몰리는 입지라 공급 대책에서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민간 재건축의 취약한 공급 기능을 보완하는 대책이 ‘고밀 개발’이라는 것이다. 토지주택연구원 자료를 보면, 재건축으로 순증된 신규 주택 물량은 지난 15년 동안 2만1262호, 연평균 1471호에 그쳤다.
이번 공급 대책으로 용적률이 300~500%까지 완화되면 기존에 적용되는 기준 용적률(250%)에 견줘 공급될 수 있는 공급 물량이 최대 2배로 늘어나 500호 규모가 1천호 규모가 된다. 용적률 완화는 땅값 상승과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조합원들의 이익 사유화로 이어지는 만큼, 완화되는 용적률의 50~70%는 공공주택으로 기부채납해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행법으로는 50%까지만 공공임대 등으로 기부채납이 가능한데, 이를 개정해 개발이익이 큰 단지의 경우에는 70%까지 기부채납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뉴타운 등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가 사업 지연으로 구역 지정이 해제된 서울 내 176개 구역에 대해서도 용적률 상향을 통해 고밀 개발을 허용하는 ‘공공 재개발’로 2만호를 공급한다. 이 가운데 145곳(82%)이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등 강북 지역에 있다고 정부는 밝혔다. 조합원 물량을 뺀 50%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조건인데, 분양가상한제 제외 등의 인센티브는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용산 정비창 공급 물량도 용적률 상향을 통해 8000호에서 1만호로, 강남구의 서울의료원 부지도 800호 규모에서 3000호 규모로 4배 가까이 늘어난다.
공급 물량 확대에 치중하느라 서울의 과밀화 우려를 간과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공공 재건축 등 용적률을 완화한다는 것은 공급 물량 확대의 의미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서울의 과밀화가 심화된다는 뜻”이라며 “공공의 택지를 전부 집으로 채우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경호 사회주택협회 이사는 “재개발과 달리 재건축은 기존 기반시설을 그대로 이용하는데, 용적률을 2배로 올릴 경우 집중되는 인구를 감당할 수 있느냐가 간과된 것 같다”며 “그린뉴딜의 시대에 30년, 40년 이후 초고층 재건축 아파트가 또다시 노후화됐을 때를 고려한 개발 계획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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