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외무장관에 대통령 외교 고문 임명
3일(현지시간) 사임한 나시프 히티 레바논 외무장관.[EPA=연합뉴스] |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레바논의 나시프 히티(67) 외무장관이 3일(현지시간) 정부 정책에 대한 항의로 사임했다고 레바논 매체 '데일리스타'가 보도했다.
히티 장관은 이날 아침 하산 디아브 총리에게 사직서를 제출한 뒤 성명을 내고 "나는 변화와 개혁에 대한 큰 희망을 품었지만, 현실에서 희망이라는 태아는 유산됐다"고 밝혔다.
이어 레바논 관리들이 많은 정책과 관례를 재평가하고 국민과 국가를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이날 디아브 총리와 면담한 후 샤르벨 와흐비 대통령 외교정책 고문을 새 외무장관으로 임명했다.
정통 외교관 출신인 와흐비 신임 장관은 프랑스 주재 대사를 지냈고 2017년부터 아운 대통령의 외교정책 고문으로 활동했다.
현지 언론은 히티가 사임한 배경에는 디아브 총리와 견해 차이도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이 지난달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방문했을 때 히티는 디아브 총리의 태도에 불만을 가졌다고 레바논 외무부 소식통들이 전했다.
디아브 총리는 르드리앙 장관이 레바논에 대한 지원을 레바논 내 개혁 상황과 연계시킨 점을 비판했다.
아랍연맹(AL) 대사를 지낸 히티는 올해 1월 디아브 총리의 새 정부가 출범했을 때 외교 수장에 취임했다.
6월 13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AFP=연합뉴스 자료사진] |
그러나 전문가들이 대거 포함된 새 내각은 경제 위기 대응과 개혁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중해 연안의 국가 레바논은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70%에 이르는 국가부채와 레바논 파운드화 가치 하락, 높은 실업률 등에 시달리고 있다.
레바논 정부는 올해 5월부터 국제통화기금(IMF)과 금융 지원에 관한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레바논은 1975∼1990년 장기 내전 등으로 국토가 황폐해졌고 2011년 이후에는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 난민이 대거 유입되면서 경제적 부담이 커졌다.
작년 10월 왓츠앱 등 메신저 프로그램의 세금 계획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반정부 시위로 정국 혼란이 4개월 넘게 이어졌다.
올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경제 위기가 심화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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