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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32.9% 최악 성장률 발표뒤 '대선 연기' 슬쩍 던진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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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로 “우편투표 사기 우려

안전할 때까지 선거 연기???”

실제 연기 가능성 거의 없어

“민주당 장악 하원이 동의하겠나”

연기 권한 없는 트럼프 돌발 제안

최악 성장률 관심 분산용 추측

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얼굴)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3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미루는 방안을 제안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안전하게 투표하기 위해서는 대선 연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트위터를 통해 질문 형태로 운을 띄우는 모양새였지만 현직 대통령이 대선 연기 가능성을 거론한 만큼 논란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법적으로 대통령에게 선거일을 연기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점을 들어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보편적인 우편투표를 도입하면 2020년은 역사상 가장 부정확하고 사기 치는 선거가 될 것”이라면서 “미국에는 엄청난 수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제대로, 안심하고, 안전하게 투표할 수 있을 때까지 선거를 연기???”라고 적었다. 물음표 3개를 사용해 질문하는 형태로 대선 연기를 제안한 것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일은 연방법에 따라 의회가 정한다. 미 의회는 11월 첫째 월요일 다음 화요일에 선거를 치르도록 정했다. 이에 따라 올해는 11월 3일이 된다.

1845년 이래 이어져 왔으며 지금까지 한 번도 날짜가 바뀐 적은 없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CNN은 “선거일은 의회가 정하는데, 날짜를 옮기려면 하원과 상원 모두 동의해야 한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하원이 동의할 리가 없다”고 전했다.

미 의회 동의해야 선거일 변경…하원 통과 사실상 불가능

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보편적인 우편투표 도입으로 역사상 가장 오류가 있고 사기 치는 선거가 될 것“이라며 오는 11월 3일로 예정된 대선 연기 가능성을 거론했다. 사진은 29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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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제안에 대해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도 반대했다. 공화당 소속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남북전쟁과 대공황을 포함해 이 나라 역사에서 연방정부가 예정한 선거를 제때 치르지 못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면서 "오는 11월 3일에도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제리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은 “트럼프는 선거를 연기시킬 능력이 없다. 헌법은 선거일을 바꾸려면 의회에서 바꿔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제안은 최근 주요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크게 뒤지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26일 발표된 CNN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플로리다·애리조나·미시간 등 3개 경합주에서 모두 바이든에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우편투표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부 주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시민들이 안전하게 투표할 수 있는 방법으로 우편투표를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우편투표가 자신에게 불리할 것으로 판단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우편투표는 사기”라고 거듭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이후 인터뷰와 트위터 등을 통해 모두 70차례 가까이 우편투표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했다. 이달 들어서만 17차례 우편투표를 비판했다. AP통신·NYT 등은 우편투표에서 부정이 있을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기자회견에서 “나는 선거 날짜 옮기는 것을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 내가 왜 그래야 하나? 11월 3일은 아주 좋은 날짜다. 절대 아니다. 나는 지금 선거가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날짜를 연기할 권한이 없는데도 트럼프가 이를 제기한 이유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가 트윗을 올리기 직전 발표된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0여년 만에 최악인 -32.9%(전 분기 대비 연율 환산)를 기록한 데 언론은 주목했다.

폭스뉴스는 “나쁜 소식으로부터 주의를 분산하기 위한 것이라면 나쁜 선택”이라면서 “대통령이 약하다는 이미지를 줬다”고 전했다. 트럼프 트윗 이후 뉴욕 증시는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225.92포인트(0.85%) 내린 2만6313.65로 거래를 마쳤다. S&P지수는 0.38% 하락했으나 나스닥 지수는 0.43% 올랐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457만 명을 웃돌고, 사망자가 15만 명 이상 나오며 트럼프 대통령 지지도는 추락하고 있다. 미국 매체 더힐이 여론조사기관 해리스X와 24~2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8%로, 지지한다는 응답(44%)을 웃돌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주 전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일을 연기할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제안한 것은 미국의 민주주의를 약화하는 심각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역사학자 마이클 베슐로스는 트위터에 “미국 역사상 한 번도 대통령 선거 연기를 한 적이 없었다. 심지어 남북전쟁이나 제2차 세계대전 때도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할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나는 지는 것을 잘하지 못한다(I'm not a good loser)”고 답해 대선 불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크리스 월리스 앵커가 “대선 결과를 받아들일 것이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때 가봐야 한다. 지금 ‘그렇겠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의 트윗에서 "우편 투표는 이미 재앙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면서 "민주당은 외국 세력이 투표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지만, 우편투표야말로 외세가 (미국) 대선에 뛰어드는 손쉬운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집계도 정확하지 않다"며 우편 투표 제도가 허술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연기를 실제로 추진하기보다는 향후 우편투표를 포함한 대선 결과에 불복할 수 있는 여론 형성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박현영·김필규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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