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2시 45분.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때, 100여 미터 떨어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이 법안을 반대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미래통합당 부동산시장 정상화 특위가 주최한 공청회(‘누구를 위한 부동산 정책인가? 패닉에 빠진 임대차 시장’)였는데, 유모차를 끌고 온 여성, 초등학생을 포함한 가족 등 1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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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 정경희 통합당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더니, 세금폭탄으로 집 가진 국민을 잡는다”며 “사는 집마저 죄악시하며 징벌적 세금 폭탄을 부과해 내쫓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발표와 토론에선 “사지도 팔지도 보유하기도 어렵게 하는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이인화 도원건축사사무소 대표), “23번이라는 수술을 통해 치료는커녕 건강하던 곳까지 상처받는다”(성창엽 임대인협의회 추진위원장) 같은 비판이 쏟아졌다. 권은정 임대차3법 대책위원장은 이날 통과된 부동산 관련 법안과 관련해 “헌법 37조 2항을 보면 공익을 목적으로 하더라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며 위헌 가능성을 제기했다. 임대인(집주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이날 통합당은 당 비대위 회의실 벽에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라는 글귀가 적힌 뒷걸개(백드롭)를 내걸었다.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대사를 인용한 것으로, “임대차 3법의 역효과 등 후폭풍을 경고하는 메시지”(당 관계자)라는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강행 처리 이후 통합당은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인 윤희숙 의원은 페이스북에 “개정된 법은 임대인을 법의 보호 테두리 밖으로 밀어낸 것”이라며 “예상되는 경제적 효과는 전세제도 소멸”이라고 지적했다. 또 “임대인은 적이고 임차인은 친구라고 하는 저열한 국민 갈라치기 정치 술책”이라고 비난했다.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부동산 관련법이 통과되는 동안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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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처리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세입자가 추가 2년의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고(2년+2년), 갱신 시 임대료는 직전 계약액 5% 이하로 하는 게 골자지만, 의도와 달리 시장에선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려는 전세 품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게 야당의 지적이다.
야권에선 이날 종일 “역사적으로 도시를 마비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임대료를 통제하는 것”(최형두 원내대변인) “문정권은 부동산 폭동으로 9월부터 급격한 민심 이반이 온다“(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등 날 선 주장이 이어졌다.
통합당 내부에선 “이번 법안 처리를 계기로 제대로 부동산 전선을 짜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부동산값 폭등 문제를 이슈화해서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연결하자는 것이다. 익명을 원한 통합당 관계자는 “부동산 문제가 부각될수록 그에 따른 반작용으로 통합당의 지지율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리얼미터가 발표(TBS 의뢰)한 통합당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0.9%포인트 상승한 32.6%로, 3주 연속 상승세였다.
앞서 통합당은 지난 29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100만호’ 공급을 목표로 하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시 층수 제한 규제 폐지와 고밀도 주거지 개발 등의 구체적인 방법론도 내놨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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