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관방장관 "국제의례상 허용되지 않아" 반발
외교부 "국제 예의 고려해야" 우려
식물원장 "특정인 아니다"...제막식 취소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한국자생식물원 내에 건립된 조형물 '영원한 속죄'의 모습. 사비로 조형물을 제작한 김창렬 원장은 조형물 속 남성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특정한 것은 아니라고 28일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
[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강원도 평창에 있는 한국자생식물원에 소녀상 앞에 무릎 꿇고 속죄하는 남성의 모습을 묘사한 조형물이 설치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해당 조형물의 제작자가 "일본의 잘못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정부는 해당 조형물에 불쾌감을 드러나며 한일 관계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조형물을 설치한 김창렬(72) 한국자생식물원장은 28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동상을 보고 일본 정부가 과민하게 반응할 수도 치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그들이 잘못한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일본이 역사를 부정하지 않는다면 수치심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일본 정부의 지적에 대해서는 "식물원에 작은 동상 하나 만든 것인데 일본이 문제 삼고 나선다면 그건 그들의 자유"라면서도 "(내) 생각을 표현한 작품으로 애초부터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이슈화가 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고 했다.
김 원장은 "만들어놓고 자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볼 가치는 있다. 가치와 뜻을 같이한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면 끝이 없고 한도 없다. 긍정적으로 봐주면 좋겠다. 아이들의 손을 붙잡고 오가는 길에 들러서 그저 한 번씩 보고 가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뿐"이라고 말했다.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한국자생식물원 내에 건립된 조형물 '영원한 속죄'의 모습. 사비로 조형물을 제작한 김창렬 원장은 조형물 속 남성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특정한 것은 아니라고 28일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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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속죄'(A heartfelt apology)라고 이름 붙어진 조형물은 그루터기에 앉아 두 손을 무릎 위에 모은 한복 차림의 소녀와 그 앞에 무릎 꿇고 엎드린 양복 차림의 남성의 속죄를 형상화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이 이 남성을 아베 총리로 특정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일본 정부는 28일 한국에 있는 한 민간 식물원에 설치됐다고 보도된 이른바 '아베 사죄상'에 대해 "만일 보도가 사실이라면 한일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논평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서 "우선 사실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지만, 그런 것은 국제의례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도 이번 조형물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외교부는 입장문을 통해 "정부와 무관한 민간 차원의 행사에 대해 구체 언급은 자제코자 한다"라면서도 "다만, 정부로서는 외국 지도급 인사들에 대한 국제예양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자생식물원은 다음 달 10일 식물원 내 잔디밭에서 제막식을 열고 조형물을 대중에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논란이 불거지자 예정된 제막식을 취소했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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