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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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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에 항명' 판단한 與, 감사원장 때리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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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감사원장, 김오수 임명 거부

여권(與圈)이 지난 2년간 칭찬해온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한 태도를 바꿔, '최 원장 흔들기'에 나선 데는 현재 공석인 감사위원 인사와 월성 원전 1호기 감사를 둘러싼 갈등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임기 초부터 최 원장에 대해 "'신뢰받는 정부'를 실현해 나갈 적임자"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몸소 보여줄 사람"이라고 평가해왔다. 판사 출신인 최 원장이 사법연수원 시절 몸이 불편한 동료를 2년간 업고 출근했다는 미담을 공개 석상에 꺼낸 것도 여당 의원이었다.

하지만 최 원장에 대한 여권의 태도는 지난 4월을 기점으로 싸늘하게 변했다. 당시 최 원장은 현 정부 국정 과제인 탈원전과 직결된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타당성에 대한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담당 감사국장을 '강골'로 전격 교체하며 고강도 감사를 예고했다. 최 원장은 간부 회의에서 "맛 잃은 소금" "성역 없는 감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에선 "최 원장이 정부 정책과 관련된 감사 사항과 관련해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으려 한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최 원장이 야당 편에 선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특히 최 원장이 4월 퇴임한 이준호 전 감사위원의 후임 인사를 놓고 청와대와 의견 충돌을 빚으며 여권의 공세는 노골화했다. 청와대는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신임 감사위원에 앉히려 했지만, 최 원장은 '코드 인사' 논란과 감사원의 중립성 훼손 우려 등을 이유로 임명안에 제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최 원장은 정치색 없는 법관 출신을 감사위원 후보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선 민주당 송갑석 의원이 "감사원장이 (지난 4월 9일 월성 1호기 감사) 직권심리에서 감사 결과를 예단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며 최 원장을 비판했다. 송 의원은 "감사원장이 '대선에서 41%의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 과제가 국민의 합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느냐'는 등 국정 과제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했다. 최 원장이 주요 사안을 놓고 정부와 엇박자를 내고 탈원전 정책에도 타격을 줄 우려가 커지자 여권이 최 원장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이며 압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여권의 '최 원장 흔들기'는 '윤석열 검찰총장 흔들기'와 닮은꼴이라는 말이 나온다. 윤 총장도 2019년 7월 취임 당시 여권으로부터 "권력에 굽힘 없는 강력한 원칙주의자"(더불어민주당 논평)라는 평가를 들었다. 하지만 윤 총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수사를 시작하자 여권은 "오만방자하다"(지난 1월)고 공격을 개시했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해임하지 않고, 민주당과 여권 인사들을 통해 우회적으로 사임을 압박하는 방식도 윤석열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 문제에서 비슷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8일 페이스북에 감사원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감사하지 말고 시키는 일만 하라는 얘기"라며 "'닭치고 정치'를 하니 나라가 양계장이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피드백 시스템이 작동해야 하는데 집권해서 그것부터 망가뜨리고 있다"며 "검찰의 사정 기능을 완전히 무력화시키고 언론을 장악해 괜찮은 기자들을 기레기라 공격, 그것도 모자라 이제 감사원 기능까지 마비시키려 한다"고 했다.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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