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보호 위해 '키코 사태'처럼 장기화 가능성 차단
박용진 "판매사들 한달 기한 연장 시 1억4천만~6억7천만 이득"
라임 사태 피해자들이 분조위 결과 수용을 촉구하는 모습 |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임수정 기자 = '라임 펀드 전액 배상안'에 대해 판매사들이 수락 여부 결정을 줄줄이 미루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한 달만 더 답변을 기다리기로 했다.
28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우리은행·신한금융투자·미래에셋대우[006800]는 라임자산운용 플루토 TF-1호(무역금융펀드) 원금 전액 반환 여부 결정을 뒤로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애초 답변 기한은 전날까지였다.
이에 금감원은 판매사들이 전액 보상안 수락 여부를 두고 신중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답변 기한을 연장해주기로 했다.
다만 연장은 한차례에 한해 한 달간만 연장해주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분쟁조정안을 두고 판매사들의 결정 기한 연기 요청을 수차례 수용했던 것과 상반된 태도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달 내 판매사들이 결론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판매사 이사회에서 추가 설명을 필요로 한다면 자료 등을 충분히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의 이 같은 '한차례 연장 방침'은 투자자들 보호 및 신뢰 측면에서 사안을 장기화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라임 무역금융펀드 투자자들은 사적화해가 일부 이뤄진 라임의 다른 펀드들과 달리 판매사들로부터 선보상이나 선지급 등을 받지 못했다. 금감원의 분쟁조정이 진행 중이란 이유에서였다.
분쟁조정을 이유로 투자금 반환이 지연돼 온 만큼 결정 시한을 무한정 연기해주긴 어렵다는 금감원 내부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경제 사정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진 측면 등을 고려했을 때 키코 분쟁조정 때처럼 반년씩 미룰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전했다.
판매사들이 투자자 보호 및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는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100% 배상 선례를 남기는 것에 부담스러움을 느끼는 분위기다.
권고안대로 전액 배상한 뒤 이어질 구상권 청구 소송을 두고도 여러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판매사들은 선배상을 한 뒤 라임자산운용과 공모 관계로 엮인 신한금융투자를 상대로 구상권 청구 소송을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데 승소 가능성 등을 신중하게 따져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자산운용 |
앞서 지난달 30일 분쟁조정위원회는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 무역펀드 4건에 대해 판매사가 원금 100%를 반환하라고 결정했다.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적용한 결과로, 원금 100%를 투자자에게 돌려주라는 결정이 나온 것은 금융투자상품 분쟁 조정 사상 처음이었다.
금감원 권고안이 적용되는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액은 총 1천611억원이다. 판매사별로는 하나은행(364억원), 우리은행(650억원), 신한금융투자(425억원), 미래에셋대우(91억원) 등이다.
한편, 판매사들이 결정 기한을 연기하면서 상당한 기회비용을 얻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판매사가 수락 기한을 한 달 연장할 경우 얻게 되는 기회이익 규모는 1억4천만~6억7천만원으로 집계됐다.
1천611억원의 한 달 저축성 평균금리(1.07%)를 적용한 값이 1억4천만원, 한 달 민사법정이자(5%)를 적용한 값이 6억7천만원이다.
금감원은 다만 "분쟁조정은 상호 합의에 의해 분쟁을 종결토록 하는 조정 제도인 점을 고려해 투자원금만을 반환할 것을 권고했다"며 "수락기한 연장에 따른 지연이자도 별도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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