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차관 "순위 큰 의미 아냐"…시민단체 "업계 면죄부 주나"
이에 따라 소비자의 핵심 관심 사안을 빼고 발표하는 것은 '빈껍데기'이자 망 투자를 소홀히 한 통신업계에 면죄부만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5G 현장점검 나선 장석영 과기정통부 2차관 |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장석영 과기정통부 2차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5G 통화 품질 조사 결과 발표에서 업체별 순위를 공개할지에 대해 "순위가 큰 의미가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정확한 품질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발표에서는 업체별 순위를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르면 이달 말, 늦으면 8월 초로 예상되는 조사 결과 발표 때 전체 평균 품질만 공개하고 업체별 자료는 원자료(raw data) 형태로 각사에 전달하되 비공개하는 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통화 품질 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 전체 성적과 함께 업체별 품질도 공개했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예외가 되는 것이다.
업계에서도 5G 상용화 후 처음인 이번 조사를 두고 정부에 우려 섞인 민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업체는 결과 발표 때 업체 순위는 빼자는 의견에 대해 업계 차원의 공론화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기정통부의 한 관계자도 "여러 경로로 이런저런 의견을 듣고 있다"며 "업계에서 순위 공개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업계 내부의 부담 외에 국제적 이슈인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변수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날 미국 국무부는 LG유플러스[032640]를 직접 거명하면서 중국 화웨이 대신 믿을 수 있는 업체로 옮기라고 촉구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LG유플러스의 통화 품질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의도치 않게 외교적 이슈로 비화하는 등 뜻하지 않은 부담을 지게 되는 상황도 고려했을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5G 통화 품질 문제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관심 있는 부분을 제외한 발표는 하나 마나 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체별 객관적 비교를 피해서는 통화 품질 향상과 조속한 설비투자를 촉진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서비스 품질을 제고하려면 업체 간 경쟁이 필수인데 업체별 순위도 공개하지 않고 어떻게 품질을 높이겠다는 것인가"라며 "이런 방식은 투자를 소홀히 한 업체에 면죄부만 주는 것이자 소비자의 알 권리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아직 조사 결과가 정리되지 않았고 발표 방식도 결정되지 않았다"며 "조사 결과가 나오면 다각도로 검토해 발표 방식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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