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족쇄'에서 벗어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연일 광폭 행보를 선보이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독주 체제였던 차기 대선 판도가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던 이낙연 의원을 처음으로 오차범위 이내(±3.1%포인트)로 따라잡았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 지사는 부동산 정책 같은 굵직한 국정 현안부터 내년 4월 재·보궐선거 공천과 같은 민감한 당내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거침없이 의견을 내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지사의 이 같은 행보는 지나치게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낙연 의원과 대조를 보이면서 지지율에 더욱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지사는 18.7%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기록했다. 유력 경쟁 주자인 이낙연 의원은 23.3%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로 이 지사가 이낙연 의원을 오차범위 내로 추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16일 대법원 판결로 이 지사의 정치생명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된 뒤 처음 진행된 조사여서 관심이 쏠린다.
앞선 여론조사에서(오마이뉴스·리얼미터 정기 여론조사 기준) 이낙연 의원 선호도는 지난 4월 40.2%를 기록한 뒤 5월 34.8%에 이어 6월 30.8%로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판결 이후 이 지사 행보가 훨씬 넓어졌다"며 "이재명표 '사이다 발언'으로 치고 나가면 (이낙연 의원과) 역전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관측했다.
실제로 이 지사는 대법원 판결 이후 여론의 관심이 쏠린 사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면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이 지사는 19일엔 부동산 공급대책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반대 의견을 피력하며 "도심 재개발과 용적률 상향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일에도 민주당 당무위원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 같은 주장을 재차 피력했다. 관련 여론조사 결과 국민 60.4%가 그린벨트 해제가 불필요하다고 답했다. 17일엔 문재인 대통령이 금융세제 개편안 재검토를 지시하자 "결정을 환영한다"며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거나 개인투자자들의 의욕을 꺾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정책뿐만 아니라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 피력도 이어지고 있다. 이 지사는 민주당이 맞닥뜨린 고민인 서울·부산시장 재보선 공천에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일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후보를 내야 하느냐는 질문에 "답변을 회피하지 않겠다"며 "공천하지 않는 게 맞는다"고 답했다. 그는 "장사꾼도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손실을 감수한다"면서 만약 공천하게 되면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민주당이 규정대로 하지 않으면 국민이) 안 믿는다. 또 거짓말을 한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당헌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선을 할 경우 공천을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두고 '부정부패'와 관련된 사건에 한하는지 성폭력을 포함하는지 해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 지사는 "이걸 중대 비리가 아니라고 할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대선 경쟁자인 동시에 당대표 주자인 이낙연 의원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지금부터 결론을 내리는 건 옳지 않다"며 "당 안팎의 의견을 들어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대표 주자인 김부겸 전 의원은 "국민 앞에 사죄하고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내야 한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재보선 공천 문제는 차기 지도부에 권한이 주어진 중대 사안임에도 이 지사의 한마디에 여론의 관심이 쏠리는 현상을 두고 정치권 관계자는 "벌써부터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낙연 의원은 이날 오전 당대표 선거 후보 등록을 하며 "제가 당이나 정부에 대해선 극도로 언급을 자제해왔다. 대처가 좀 굼뜨고 둔감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후보이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롭게 의견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현안에 대해 지나치게 신중한 모습을 보이며 색깔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승가도를 달리는 이 지사에게도 약점은 있다. 당내·원내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이 지사와 가까운 한 의원은 "(이 지사에 대한) 친문 세력의 비토는 여전히 강하다"며 "지금은 로키(Low-key)로 가야 할 시점이다. 부름이 있을 때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의식한 듯 이 지사는 국회와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다.
[수원 = 지홍구 기자 / 서울 =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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