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독, 4000억유로…네덜란드 등 3500억 맞서
‘절약’을 강조하며 유럽연합 차원의 경제회복 보조금 액수 감축을 주장하는 마르크 뤼터(맨 왼쪽) 네덜란드 총리가 19일 유럽연합 정상회담이 열리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제바스티안 쿠르츠(왼쪽에서 두번째) 오스트리아 총리, 스테판 뢰벤(오른쪽에서 두번째) 스웨덴 총리, 메테 프레데릭센(맨 오른쪽) 덴마크 총리와 따로 만나고 있다. 유럽연합은 이들의 반대로 경제회복 기금 마련 방안 합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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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27개국 정상들이 사흘에 걸친 ‘마라톤 정상회담’을 열었으나 경제회복 기금 마련 방안을 둘러싼 ‘남북 갈등’을 해소하지 못했다.
유럽연합은 17~19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원국 정상회담을 열고, 7500억유로(약 1010조원)의 경제회복 기금 마련 방안과 1조1천억유로(약 1485조원)의 향후 7년 예산안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각국 정상들은 20일 오후 다시 타협을 시도할 예정이지만, 일부 외교관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를 포기하고 8월에 다시 논의할 가능성을 열어놨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합의 불발에 따른 금융시장 동요를 의식해 “성급한 합의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야심찬 지원 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의 최대 쟁점은 유럽연합이 7500억유로의 경제회복 기금을 금융시장에서 조달해, 이 가운데 5000억유로는 회원국에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2500억유로는 대출금으로 지원하는 방안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지난 5월18일 상환 의무가 없는 5000억유로의 보조금 지급을 제안했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여기에 더해 2500억유로의 대출금 지원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네덜란드가 오스트리아, 스웨덴, 덴마크 등과 함께 보조금 형태의 지원금은 최대 3500억유로를 넘을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해 협상이 난항을 겪었다. 논의 과정에서 보조금 규모를 4000억유로로 줄이자는 제안이 나왔으나, 네덜란드 등이 끝내 동의하지 않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네덜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은 ‘절약’을 강조하는 반면 코로나19로 심각한 경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은 ‘연대’를 강조하며 지원금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주도 세력인 프랑스와 독일이 남부 유럽의 손을 들어줬으나, 네덜란드 등을 설득하는 데는 실패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네덜란드가 오스트리아 등과 손잡고 회원국들을 협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회의 도중 탁자를 치는 등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헝가리와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의 태도도 새로운 걸림돌로 떠오르고 있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회원국 다수의 동의로 법치주의를 훼손시키는 회원국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는 조건을 문제삼고 나섰다. 헝가리와 폴란드는 난민 문제나 사법부 개혁 방안과 관련해 유럽연합의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헝가리 등이 지원 조건을 문제삼는 것은 자국의 몫을 더 챙기려는 협상 카드의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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