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2018년 자살자수는 전년대비 9.7% 늘어난데 반해, 일본은 2018년 2.3%, 2019년에는 3.2% 줄었다/그래픽=조보라 |
#일본 후생성은 지난해 일본의 자살자 수가 전년 대비 3.2% 줄어든 2만169명을 기록해 10년 연속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도 전년 대비 0.5명 줄어든 16.0명이었죠. 이는 1978년 경시청 통계 작성 시작 이래 최소치입니다. 남성 자살자 수가 여성의 약 2.3배에 달했지만, 남녀 모두 전년 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올해 1월에서 6월까지 자살자 수도 9336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코로나19 비상사태 선언이 나온 4월과 5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0%나 자살자 수가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죠. 나라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위기가 실업률을 높이고 실직은 자살로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 사태 속 일본의 자살률 급감은 이례적으로 보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재작년 한국의 자살자 수는 1만3670명으로 전년 대비 9.7% 늘었습니다. 자살률도 26.6명으로 전년 대비 2.3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죠. 한국의 자살률은 2011년 31.7명을 정점으로 점차 감소해왔지만 여전히 OECD 회원국 평균의 2배를 넘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13년간 단 한 해를 제외하고는 계속 OECD 1위를 기록해 '자살 공화국'이라는 자조 섞인 탄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자살률은 과거 1990년대까지는 일본보다 낮았지만, 2002년을 기점으로 역전하며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매우 심각해 OECD 회원국 중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죠. 은퇴 후 빈곤 문제와 사회적 소외감으로 인한 우울증, 잠잠할 만하면 발생하는 유명인사들의 극단적 선택에 따른 '베르테르 효과'까지 자살 위험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日 "자살은 국가적 문제" 과감한 예산 투입효과
일본은 `자살대책기본법`을 만들고 총리 직속 내각부가 자살 대책을 총괄 지휘하는 등의 노력으로 자살을 개인문제가 아닌 `사회적 재난’ 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아졌다/사진=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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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근래 자살률을 눈에 띄게 낮추고 있는 데는 오래전부터 자살 문제를 개인이 아닌, 국가와 사회의 문제로 인식하며 대책을 강구하고 대응해왔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 OECD 자살률 1, 2위를 다투던 일본은 2006년 자살대책을 추진하는 의원 모임 '자살대책 의원연맹'이 결성돼 이들을 중심으로 '자살대책기본법'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에 따라 한국의 대통령 비서실에 해당하는 내각부가 자살대책을 총괄 지휘해 왔습니다. 각 광역지자체와 기초자치단체마다 자살 예방을 담당하는 전담반도 설치됐죠. 또한 한국에서는 자살통계를 연 단위로 통계청에서만 내는 데 반해, 일본은 후생성과 경찰청이 월 단위로 내면서 이를 정책에 신속하게 반영해 일선에서 자살 예방에 적극 활용해왔습니다.
한국과 일본 자살예방 예산 비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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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도 과감히 투입했습니다. 2018년 기준 자살 예방 관련 예산은 한국이 약 168억원인 데 반해, 일본은 약 7900억원으로, 일본이 한국보다 47배 정도 많습니다. 한국도 2017년에 비해 2배가량 늘린 것이지만, 여전히 암 지원(1217억원)은 물론, 결핵 지원(343억원) 예산보다도 훨씬 적은 규모입니다. 한국의 자살 예방 예산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04%인 반면, 일본은 0.083%로 20배 정도 차이가 나고, 인구 1인당 자살 예방 예산 역시 일본이 한국의 20배 수준이죠.
일본이 책정한 7900억원이 자살예방과 관련된 직간접 예산 전부를 포함하는 반면, 한국은 직접 예산만 해당하기 때문에 단순비교는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일본은 예산 대부분을 사업비로 쓰는 반면, 한국은 대부분 인건비로 나가는 상황입니다.
이 같은 차이는 자살예방과 관련된 인프라 차이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 지자체마다 자살예방 담당 공무원들이 있는 데 반해, 한국은 그렇지 않다보니 예산에서 인건비가 나가면 사업비로 쓸게 남지 않는 거죠. 결국 국가 차원에서 상당 기간 대응책을 마련하면서 이뤄진 인프라 구축과 충분한 예산투입이 자살률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청년 자살률 1위 日 vs 노인 자살률 1위 韓
최근 2년간 다른 연령층대에서 자살률이 감소한 것과 달리, 일본의 15세~24세의 자살률은 1990년대 부터 지금까지 줄지 않고 증가세다/그래픽=조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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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자살률이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G7국가들 중에선 가장 높습니다. 특히 심각한 건 젊은 층입니다. 2018년 일본 19세 이하의 자살률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일본은 20년 넘게 OECD 국가들 중 젊은 층 자살률 1위를 달리고 있죠.
일본에서 젊은 층의 자살률이 유독 높은 이유로 꼽히는 것 중 하나는 '이지메'(집단 따돌림)문화입니다. 지난해 일본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18~22세 젊은이들의 약 25%가 자살을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고, 10%는 자살 미수 경험까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지메가 이유들 중 가장 많은 4분의 1 정도를 차지했죠. 한국도 '왕따'가 심각하지만 일본에서는 한국 이상으로 따돌림으로 고통받는 젊은이가 많고, 이들 상당수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노인들이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빈곤, 건강문제, 외로움은 단일요인이 아닌 복합적이고 서로 연관성이 큰 것들이다/그래픽=조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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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노인 자살률은 OECD 평균의 3배나 되는 등 다른 연령대에 비해서도 두드러집니다. 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한국 노인 자살사건의 원인은 첫째 건강문제, 둘째 경제 문제, 셋째 외로움 문제 순으로 많습니다. 그리고 이 원인들은 복합적이고 서로 연관성이 큰 것들입니다. 건강 문제가 생기면 일을 할 수 없다보니 결국 경제 문제로 귀결되고, 부모를 부양하지 않는 세대가 늘어남에 따라 독거 노인이 늘어나는 것도 결국 경제문제와 고독감으로 이어집니다.
중앙 자살 예방센터의 백종우 센터장은 일본에 비해 한국 노년층 자살률이 높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노후를 대비할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백 센터장은 "일본은 한국보다 훨씬 앞서 산업화했고, 노인복지나 관련 보험제도도 일찍 시작했다"며 "급격한 사회구조 변화 속에서 일본에 비해 한국 노년층은 노후 대비에 쓸 여력이 부족했고 이 점이 노인 빈곤 문제로 이어진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백 센터장은 한국에 비해 찾아가는 형태의 개호(노약자 등을 돌보는 것) 서비스 등 지역사회 '커뮤니티 케어'가 일찍부터 시행된 점도 일본이 노인 자살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日서 일상화된 열차투신…하루에 7건도 발생
지난 2013년 JR 야마노테선 아키하바라 역에서 투신사고 발생후 열차 모습. JR야마노테선은 과거 10년간 일본 전역에서 9번째로 투신사고가 많이 발생했다/사진=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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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6일에서 22일까지 1주일간 일본 전역에서 발생한 철도 '인신사고(人身事故)'는 32건에 달했습니다. 인신사고란 열차운전에 의해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를 말합니다. 열차에 자의든 타의든 사람이 들어가 벌어진 사고죠. 보통 인신사고의 60~70%가 사망으로 이어지고 대부분 자살입니다. 같은 달 18일 하루 동안 일본 전역에서는 7건의 철도 인신사고가 있었고, 이 중 4건에서 사망자가 나왔습니다. 이달 들어서도 벌써 약 40건의 인신사고가 발생하고 있죠.
일본 경제지 '동양경제'는 코로나 블루에도 일본에서 전체 자살률은 줄어들었지만, 열차 투신은 늘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양국 통계에 따르면 매년 열차 투신으로 인한 자살이 일본은 평균 400여 건인 데 반해, 한국은 30여 건입니다. 일본의 인구와 열차 이용객 수가 2~3배가량 많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일본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의 열차 투신자살은 선진국은 물론, 한국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많다. 가장 많았던 해는 리먼 사태 이듬해인 2009년으로 677건에 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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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열차 투신자살이 빈발하는 원인으로는 스크린도어 미비를 꼽을 수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전국 스크린도어 설치율이 지난해 기준 수도권은 100%, 전국적으로 97.7%인 데 반해, 일본은 30%가 채 안 되는 상황이죠. 서울메트로와 코레일에 따르면 스크린 도어 유무에 따라 자살을 포함한 추락사고가 90%나 줄어든다고 합니다.
피해가 크자, 일본 정부는 당초 도쿄올림픽에 맞춰 올해까지 도쿄 전역에, 2027년까지 일본 전역에 스크린도어를 100% 완비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들쑥날쑥한 열차 규격과 많은 역사 개수로 인한 엄청난 비용에 올림픽까지 연기되면서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입니다.
한국, 일본 노년층 자살대응법 참고할만
한국보다 20년 가량 고령화문제를 앞서 겪고 있다는 일본은 `세계에서 제일 늙은나라` 또는 `노인대국`이라고도 불린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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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은 본인에게는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비극일 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도 큰 손실입니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자살예방을 국정과제에 포함해왔습니다. 2018년에는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을 발표하면서 2022년까지 자살률을 17.0명까지 줄이는 목표를 세웠고, 6개 부처와 경찰청 등 3개 기관이 공동 대응하게 했죠. 예전에 비해 한 발짝 진전된 조치로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상담 인력 등 여전히 부족한 예산 지원과 함께 노년층 자살 대책 부재를 지적합니다. 한국의 자살률이 전 연령층에 걸쳐 높지만, 유독 심각한 노년층 자살에 대한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숙명의 라이벌'로 불리는 한일 양국은 유감스럽게도 좋은 지표가 아닌 자살률에 있어서 세계 수위를 다퉈왔습니다. 일본은 여전히 G7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 10년 새 36%나 줄이면서 자살 예방 정책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한국이 심각하게 바라보는 노인 자살률을 지속적으로 낮춰오기도 했죠. 중앙자살예방센터 백종우 센터장은 "일본의 대응책과 사례들이 전부 옳은 건 아니지만, 고령화를 포함해 노년층 자살 문제를 앞서 겪었다는 점에서 참고한다면 한국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합니다.
그는 또한 "일본은 자살 예방을 위해 시민단체들이 적극 나서고 있다. 과거 자살 충동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노인들이 자발적으로 단체를 조직해 자살 위험군을 찾아가 돕는 자원봉사를 한다"며 "한국의 노년층도 공동체를 만들고 일을 찾는 등 자살예방 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다면 자살률은 낮아질 거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일본이 정답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노년층 자살률에 있어서 한국에 시행착오를 줄이는 제법 괜찮은 참고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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