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최근 하반기 주택시장 전망을 발표하며 올해 집값 변동률 예상치를 수정했다. 올해 주택 매매가격이 수도권은 3.4%, 지방은 0.8% 상승해 전국 기준으로는 2.1%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초 건산연은 올해 수도권과 지방은 각각 0.3%, 1.2% 내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전국 기준으로 0.8%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1% 내릴 것으로 추정했던 전셋값도 2.6%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치를 수정했다.
서울 송파구 부동산 중개업소 전경. /김연정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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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정부 산하기관인 한국감정원은 기존 전망치를 고수하고 있다. 감정원은 2020년 주택시장 전망에서 올해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0.9%, 전세가격은 0.4%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12·16 대책에 따라 고가 주택 상승세가 멈추고 법 개정으로 보유세 부담이 가시화되면 투자심리가 위축돼 집값이 하락할 것이란 논리다. 전세가격 역시 입주 예정물량이 충분하기 때문에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상 한국감정원의 통계는 민간기관의 분석과 충돌하는 편이다. 2019년에도 한국감정원은 9·13 대책의 결과로 집값이 1.4%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이후 지난해 주택가격이 0.36% 내렸다고 발표했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0.24% 상승했다. 주택시장의 방향 자체를 다르게 판단한 셈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한국감정원의 전망치가 지역별 인구 수와 주택 수요, 가격대, 주택 유형별 편차 등 현실적인 요소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평가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전체 주택 중 60%가 아파트고, 국민의 절반인 2600만명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거주하는데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지역별, 주택유형별 전망치를 구분하는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올해 주택 매매가격이 전국 기준으로는 보합(0.0%), 서울 기준으로는 1% 오를 것이라고 봤다. 서울은 대기 수요가 많은 데다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에 풍부한 시중 유동성이 유입돼 주택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3기 신도시 건설을 바라보는 감정원과 건산연의 시각도 다르다. 건산연은 3기 신도시 건설이 전셋값을 불안하게 만드는 변수라고 지적했다. 3기 신도시 청약 대기자들이 전세로 거주하는 기간을 늘리면서 전세 물량이 충분치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감정원은 3기 신도시 건설이 올해 주택 매매가격을 안정시킬 요인으로 봤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전국 기준으로 주택시장을 전망하는 것은 과잉일반화 오류가 생길 우려가 있다"면서 "수도권만 해도 서울 강북과 강남, 서울 접경 지역 등의 집값 추이가 다른데다 최근에는 규제 영향으로 가격대별, 건축연한별로도 양극화가 나타나는 상황이기 때문에 단순화된 통계는 주택 수요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유한빛 기자(hanv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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