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인보사 의혹'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 불구속 기소

검 "불리한 정황 은폐하고 인보사 판매"
코오롱 측 "검찰이 일련의 혐의 오해"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의 성분 허위 표기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이 이 사건의 정점에 있는 이웅열(64) 전 코오롱그룹 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이로써 지난해 6월 시작된 검찰 수사도 사실상 마무리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이창수)는 16일 이 전 회장을 약사법 위반, 사기,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배임증재 등 7개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로비 차원에서 코오롱티슈진(티슈진) 스톡옵션을 제공받은 임상책임의사 2명(배임수재, 업무방해)과 금품을 받은 전 식약처 공무원(부정처사후수뢰)도 각각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 전 회장 차명주식 관리자(금융실명법 위반)와 코오롱그룹 지주회사(자본시장법 위반)도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인원(법인 포함)은 총 13명이다.

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이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출시한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다. 식약처는 인보사 치료제 성분이 ‘연골세포’라고 보고받고 허가했지만, 실제로는 종양유발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진 ‘신장유래세포’였던 것으로 드러나자 지난해 5월 허가를 취소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코오롱 측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은폐한 채 인보사를 제조ㆍ판매하면서 환자들로부터 약 16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고 이 과정에 이 전 회장이 관여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자회사인 티슈진 '상장 사기' 관련 혐의도 이 전 회장에게 적용했다. 이 전 회장은 인보사 개발을 주도한 티슈진이 201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 중단 명령을 받은 사실 등은 숨기고, 특별임상시험계획 동의를 받은 사실 등 유리한 정보만을 강조해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000만 달러(약 120억원) 상당의 지분투자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수법으로 티슈진을 코스닥에 상장시켜 2,000억원 상당을 유치, 결과적으로 코오롱그룹 지주사 및 코오롱생명과학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전 회장은 또, 2011년 인보사 국내 임상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 임상책임의사 2명에게 티슈진 스톡옵션 1만주(매도 금액 합계 40억원 이상)를 무상 제공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별개로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등이 2012~2016년 식약처 의약품 심사부서 공무원에게 자문 대가로 향응을 제공하고 퇴직 후 약 2,200만원의 자문계약을 맺은 사실도 확인, 그를 뇌물공여 혐의로 추가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미국에 머무르며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티슈진 주요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국제공조수사를 통해 신병확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회장 변호인단은 "이 전 회장의 혐의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오해를 극복하고 검찰과의 입장 차이를 소명할 수 있도록 향후 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