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명령으로 아일랜드에 18조원의 ‘체납세금’을 낸 애플이 돈을 돌려받게 됐다. 무려 18조원에 이르는 세금 부과 결정에 문제가 있다며 법원이 취소 판결했기 때문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EU 일반법원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애플에 130억 유로(약 18조원)의 세금을 내라고 명령한 EU의 결정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EU의 행정부인 집행위원회는 2016년 애플이 아일랜드에 본사를 두고 조세 혜택을 누린 것이 불법적인 특혜 협상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03~2014년 징수하지 않은 세금 130억 유로와 이자를 받아내라고 회원국인 아일랜드 정부에 명령했다. 다국적 기업들의 ‘조세 회피’가 이슈가 되면서 EU는 다국적 기업 세금 올리기를 추진해왔다.
아일랜드는 집행위 결정에 따라 2018년 거액의 세금과 연체 이자를 애플로부터 징수했다. 하지만 세율을 낮춰 다국적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아일랜드의 국가 전략이었다. 애플은 지난해 9월 EU 집행위의 조치가 “현실과 상식을 무시한 것”이었다며 소송을 냈다. 애플은 “EU가 ‘아일랜드가 세금을 매겨야 한다’고 말한 수익에 대해, 우리는 미국에서 220억 달러(약 26조원)의 세금을 내고 있다”면서 이중과세라고 주장했다.
이 소송은 미국과 EU의 무역 갈등이 심해진 상황에서 제기돼 관심을 모았다. 당시 중국에 이어 유럽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도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EU가 미국 정보기술(IT) 거대기업들을 의도적으로 겨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금징수 명령을 내린 EU 집행위의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부위원장을 ‘미국을 싫어하는’ ‘세금 여사(tax lady)’라 부르며 공격하기도 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순전히 정치적인 술수”라고 반발했다.
이 때문에 미-유럽 힘겨루기처럼 진행돼온 이 소송에서, EU 일반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EU 집행위는 애플이 보조금 성격의 혜택을 ‘선택적으로’ 받아왔다고 주장했으나 “이를 입증할 법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법원은 판결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우리는 (애플에) 특혜를 준 적이 없음을 명확히 밝혀왔다”며 판결을 환영하는 성명을 냈다.
하지만 애플이 거액의 세금을 바로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애플이 낸 세금은 소송이 제기된 탓에 아일랜드 국고에 귀속되지 않은 채 ‘제3의 계좌’에 묶여 있다. EU 내에서 경쟁, 반덤핑, 지적재산권 분쟁의 1차 재판은 일반법원이 담당한다. 일반법원 판결에 불복할 경우 최고법원인 룩셈부르크의 유럽사법재판소(ECJ)에 항소할 수 있다.
EU 집행위는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ECJ에서도 패소할 경우, 다국적 기업들의 세금 회피를 막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겠다는 EU 방침들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AP 등은 내다봤다.
구정은 기자 ttalgi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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