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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與 일각선 "성추행은 부정부패 아냐, 시장 후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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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산시장 野에 넘길 수 없어… 당헌 개정해서라도 후보 내야"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장례가 끝나자마자 더불어민주당에서 내년 4월 치러질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당헌(黨憲)은 '당 소속 선출직이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열리는 재·보궐 선거에는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야당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박 전 시장으로 인해 발생한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 게 맞는다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차기 대선을 1년 앞두고 열리는 보궐선거판이 커지면서 "당헌을 개정해서라도 후보를 내자"는 주장이 민주당 안에서 힘을 받고 있다. 전직 시장들이 연루된 성추행 의혹에 대해 "성추행이 부정부패는 아니지 않으냐"는 주장도 나왔다.

이 문제는 민주당 8·29 당대표 경선에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한 김부겸 전 의원은 14일 언론 인터뷰에서 "당헌만 고집하기에는 너무 큰 문제"라며 "당원들 뜻을 물어 (후보 공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은 이어 "당헌을 수정해야 한다면 국민에게 설명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했다. 당헌을 바꿔서라도 후보를 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전 의원과 당대표 경선에서 맞붙는 이낙연 의원은 이날 후보 공천 여부에 대해 "시기가 되면 할 말을 하겠다"고만 했다. 하지만 이 의원 측은 "이 의원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민주당에서는 박 전 시장 사건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말자는 주장이 만만치 않았다. 오 전 시장이 스스로 성추행을 인정하고 사퇴한 마당에 후보를 낼 경우 역풍(逆風)이 우려된다는 의견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를 하던 2015년 신설된 당헌 조항을 거스르는 것도 부담으로 꼽혔다.

하지만 서울시장 보궐선거까지 추가되면서 민주당 분위기는 "어떻게든 후보는 내야 한다"는 쪽으로 180도 바뀌었다. 대선을 1년 앞두고 유권자가 1100만명이 넘는 서울·부산의 수장(首長)을 야당에 그대로 넘겨줄 수는 없다는 현실론이 우세해진 것이다. 후보를 내자는 쪽에서는 박 전 시장이 피소되기는 했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만큼 의혹의 진위(眞僞)를 가리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이유로 꼽고 있다. 민주당 소속 이재명 경기지사와 김경수 경남지사 재판이 '진행형'이라는 점도 민주당에는 부담이다. 16일 대법원 선고가 예정된 이 지사와, 2심 재판을 받는 김 지사가 줄줄이 자리를 잃기라도 한다면 이곳에서도 같은 식의 후보 공천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비판을 받더라도 8월 전당대회에서 관련 당헌 조항을 바꿔 후보를 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당헌을 개정할 경우 당리당략을 위해 집권당이 스스로 '정치 퇴행(退行)'의 길을 선택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런 논란을 염두에 둔 듯 민주당 안에서는 후보를 내도 당헌 위반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당헌 조항은 뇌물 사건이나 정치자금법 위반 등 정치인으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범죄를 가정해 만든 것"이라며 "성추행 사건은 애초 해당 사항이 아니고 엄밀히 따져 부정부패 범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민주당 당원게시판에도 "서울·부산 불공천 운운하는 소리는 적폐와의 동침"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인터넷 게시판에는 "지키지도 못할 당헌은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성범죄에 대한 민주당 인식이 고작 이 정도냐"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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