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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이슈 로봇이 온다

로봇이 달려가 엘리베이터 타고 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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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외 통합 자율주행 로봇 딜리Z

아파트 현관 개폐시스템과 교신

사람이 집까지 물건 전달 불필요

배민, 23일 ‘퓨처포럼’서 첫 공개

할머니가 AI 스피커에게 말한다. “내가 허리가 아픈데 파스 좀 사줄 수 있을까.” AI 스피커의 주문을 받은 약사는 주변의 배달 로봇을 호출한다. 네 개의 바퀴가 달린, 장바구니보다 조금 더 큰 로봇이 약국에 도착한다. 파스를 실은 뒤 횡단보도를 건너 엘리베이터를 타고 할머니를 만난다.

중앙일보

김요섭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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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2018년 6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당시 대표)이 창립 8주년 기념식에서 소개한 영상 속 시나리오다. ‘배달의민족이 꿈꾸는 가까운 미래 배달로봇 라이프’라는 제목의 이 영상에서 김 의장은 2022년에는 이런 미래가 올 거라고 내다봤다. 이 전망은 2년 앞당겨 실현되게 됐다. 김요섭 우아한형제들 로봇사업실 이사는 14일 지식플랫폼 폴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최초로 실내외 통합 자율주행이 가능한 배달로봇 ‘딜리Z(개발명)’의 개발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2019년 11월 건국대 서울 캠퍼스를 누비던 실외 전용 배달로봇 ‘딜리드라이브’와 올해 5월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에서 시범 운행을 시작한 실내용 로봇 ‘딜리타워’에 이은 3세대 배달로봇이다.

딜리Z는 실외용으로 개발된 ‘딜리드라이브’가 실내를 누빌 수 있도록 외관을 다듬고 엘리베이터 탑승 기능을 탑재했다. 장애인용 경사로를 오르고 엘리베이터를 타기 좋도록 로봇의 폭을 10% 정도 줄였고, 장난기 있는 어린이가 와서 부딪혀도 충격을 받지 않도록 외관을 푹신한 소재로 마감했다. 무엇보다 딜리Z는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및 현관 개폐 시스템과 무선으로 교신해 스스로 현관문을 열고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다. 집에서 주문 버튼을 누르면 딜리Z가 가게에 들러 물품을 픽업한 뒤 아파트 단지를 달려 배달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김요섭 이사는 “배달원이 집집마다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 효율성과 안전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조만간 약국 방문 같은 동네의 잔심부름도 배달 로봇이 맡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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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배달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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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배달 로봇 시장은 지난해 초 자율주행 배달 로봇 ‘스카우트’를 선보인 아마존이나 세계적 기술력의 로봇 기업 ‘스타십테크놀로지’ 등이 선도한다. 하지만 고층 빌딩의 내외부를 모두 오갈 수 있는 배달 로봇을 선보이는 건 우아한형제들이 처음이라는 것이 김 이사의 설명이다. 그는 “단독주택 중심의 미국에서는 실외를 다니는 배달 로봇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등 고난이도 임무를 수행할 일이 별로 없다”며 “주거의 60% 이상이 아파트인 우리 환경에는 ‘딜리Z’가 어느 나라의 로봇보다 최적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딜리Z’는 한국과 중국 등의 중소기술 업체 5곳과 협력해 만들었다. 라이다(Lidar·빛의 파장을 활용해 주변 사물을 인지하는 탐지 장치) 등을 통한 자율주행 기술도 중요했지만, 가장 어려운 것은 아파트의 방화용 턱이나 엘리베이터와의 무선 교신 문제 등 ‘한국적 환경’을 해결하는 일이었다. 김 이사는 “5년 안에 서울 지역 아파트 절반 이상을 배달 로봇이 누빌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은 ‘딜리Z’를 7월 23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리는 ‘퓨처포럼: 모빌리티의 혁신가들, 포스트코로나를 상상하다’에서 최초로 선보인다. 행사는 폴인 웹페이지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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