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해군 경비정, 남중국해서 베트남 어선에 발포

중국 "불법 조업에 정당한 대응"… 베트남 "주권 침해"

40년전에도 양국 海戰… 中, 섬 장악한뒤 영유권 주장

중국이 남중국해 시사(西沙·베트남명 호앙사)군도 해역에서 조업하던 베트남 어선에 발포하자 베트남 정부가 거세게 항의하고 나섰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정당한 대응"이라고 맞받아 양국 간 영유권 분쟁이 격화할 분위기다.중국은 지난해 한국이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에 고무탄 등을 사용했을 때는 "손에 아무것도 없는 어민에게 무기를 써서는 안 된다"고 했었다. 중국은 1974년 시사군도 영유권 문제로 베트남과 해전(海戰)을 치렀다. 이후 일부 섬을 장악하고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26일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과 베트남통신(VNA) 등에 따르면 중국 해군 경비정 '786 완닝(萬寧)호'가 지난 20일 시사군도 해역에서 조업 중이던 베트남 어선에 총격을 가했다. 이 사건으로 어선 선실에 불이 붙어 배 일부가 훼손됐다.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신문망은 "중국 경비정이 (불법) 잠입한 베트남 어선을 30여분간 뒤쫓다가 경고 사격을 한 뒤 신호탄(조명탄)을 발사했다. 신호탄에 맞아 불이 난 걸 보고 추격을 멈췄다"고 보도했다. 중국 측은 피격 어선이 지난 13일에도 시사군도에 나타나 중국 해양 감시선 두 척의 추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베트남 정부는 중국 경비정이 비무장 어선에 총격을 가한 것은 관련 국제법을 정면 위반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베트남 외교부는 "우리 어선이 전통 어장에서 정상적인 조업을 하다가 총격을 받았다"며 "심각한 주권 침해 사건"이라고 밝혔다. 베트남은 하노이 주재 중국 대사관에 문서로 공식 항의하고, 피해 선원에 대한 배상도 요구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불법 조업 중이던 베트남 어선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정당하고 필요한 조치"라고 밝혔다. 오히려 "베트남이 어민 교육을 강화해 불법 조업을 막아야 한다"고 역공을 폈다.중국 국방부도 "경비정이 공중을 향해 경고 사격과 신호탄을 쐈다"며 "중국 발포로 불이 났다는 건 완전한 날조"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이 필리핀과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 난사(南沙)·중사(中沙)군도 문제는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생겼다. 관영 환구시보 등에 따르면 국제해양법재판소 야나이 �V지(柳井俊二·75) 소장은 필리핀이 제기한 남중국해 분쟁 중재와 관련, 이를 담당할 일부 재판관을 지난주 임명했다.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를 ITLOS에서 다루자는 필리핀의 요구를 거부했지만 ITLOS 측은 재판을 개시할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중국이 중재를 거부할 경우 현실적으로 재판소 결정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

중국은 영유권 분쟁 지역에 대한 감시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홍콩 문회보는 이날 중국 국가해양국 자료를 인용해 "중국이 올해 동중국해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와 남중국해 황옌다오(영어명 스카버러) 등 분쟁 해역을 위성으로 감시·측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안용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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